萍 - 저장소 ㅁ ~ ㅇ/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8 ‘용의주도한 미스 신’ 고양 국녕사

浮萍草 2013. 6. 20. 07:00
    “판검사 신랑 구하려다 산사에서 삼천배?”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다 마주하는 대불의 잔잔한 미소는 찾는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국녕사.

    국녕사 국녕대불.
    믹영화 ‘용의주도한 미스 신’은 광고기획사 AE로 잘나가는 신미수(한예슬분)를 통해 현대여성들이 신랑감을 찾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미수는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성당에 가서 미사도 하고,사법고시생으로 미래유망한 선배의 마음을 훔치려고 사찰에 가서 3000배를 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미수로 분한 한예슬이 불상 앞에서 땀을 흘리며 절을 하는 ‘정성’은 웃음에 앞선 ‘감동’까지 밀려와,가히 용의주도하다 할 만하다. 사찰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수는 고시공부에 몸이 축난 선배를 몸보신 시켜준다는 구실로 절마당 한구석 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다 스님에게 딱 걸린다. 둘 다 한꺼번에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용의주도한 미수는 대불 앞에서 참회의 3000배를 올리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한예슬이 있어 더욱 멋지고 예뻐보이는 그 사찰은 어딜까. 경기도 고양 국녕사다.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은 국녕사는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의상봉을 올라서 아래 쪽으로 내려 갈수도 있고 대서문을 지나서 의상봉 쪽으로 올라 다다를 수 있다. 봄이 오길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본격 시작됐던 지난 22일 계곡 옆으로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늦은 오후 산을 올랐다. 평일이지만 일찌감치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늘 밝다. 등산을 한 후에 성취감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 마음에 담아 속세로 내려가는 만족감 아닐까. 의상봉 아래 위치한 국녕사는 신라 화엄사상의 대종사이던 의상스님이 수행정진하던 기도터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명대사가 나라에 환난이 있을 것을 예지하고 국녕사가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국녕사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하여 호국 기도도량 승병양성도량으로 건립한 86간의 대가람이었다고 한다. 국녕사 입구를 알리는 문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숨이 가슴에 차오를 쯤 두손은 모으고 환히 반겨주시는 석가여래부처님이 마주하게 된다. 멀리서부터 산길을 올라오는 사람들을 죽 쳐다 보고 계신듯하다. 두손을 모아 멀리서 인사를 올린다.
      
    ▲ (좌)영화 속 국녕사에서 삼천배를 하는 한예슬 ▲ (중)국녕사 대웅전. ▲ (우)국녕사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능선

    2000년에 조성된 이 대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모셔진 대불로 24m 높이다. 좌대 하단부분은 16각으로 조성됐으며 16나한상이 부조로 조각돼 있다. 중단에는 관세음보살님과 보현.문수.지장보살님이 위치해 있으며 상단에 여래불이 자리하고 계신다. 대불 주변으로 만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국녕사 전각은 대불에서 의상봉으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다. 계단을 오르며 사방을 둘러보면 그 모습이 장관이다. 대불을 참배하면서는 서쪽 의상봉을 휴식공간이 마련된 공양간 앞에서는 반대편의 원효봉이 계단을 더올라 대웅전 옆에 있는 등용 각에 오르면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를 비롯,만경대,인수봉,노적봉이 손에 잡힐 듯 아름답게 펼쳐진다. 대웅전 앞에서면 건너편에 있는 노적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화 첫 장면에서 미수가 법당에서 절하는 장면은 노적사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미수의 선배는 결국 사법고시를 통과하지만 미수를 배신하고 만다. 미수가 구슬땀을 흘리면서 올렸던 3000배가 결국 삿된 탐욕과 집착을 위한 노림수였음에 용의주도한 미수는 그런 마음으로 얻으려 했던 모든 것을 얻지 못한다. 재벌 2세도,잘나가는 검사도,제아무리 용의주도하게 준비해도 청정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면 그 사랑은 온전히 오지 않는다는 사실. 미수에겐 상처와 배신의 국녕사라 해도 능청맞고 천진한 한예슬의 명연기 때문인지, 국녕사는 더욱 멋져 보인다.
    불교신문 Vol 2707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