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화속 도량을 찾아서

5 ‘도마뱀’ 운부암

浮萍草 2013. 5. 29. 07:00
    그림같은 암자에 관세음보살님이 희망의 미소를…
    아름다운 사찰에서 불치병 걸린 소녀의 희망 찾아가는 이야기
    연못에 단아한 조경과 단청이 지워진 고즈넉한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상상속에서나 있을법한 아름다운 고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은해사 운부암.

    아리와 조강이 밤길을 걸어가며 이야기를
    하던 은해사 부도밭
    화 ‘도마뱀’ 첫 장면에는 그림으로 그린 사찰이 나온다. 그 그림은 점점 실화로 변한다. 상상속의 사찰은 실제 존재하는 곳이 된다. 그림처럼 아름답고 꿈결처럼 아득한 고찰은 다름아닌 영천 은해사 운부암이다. 도마뱀의 여주인공 아리(강혜정 분)는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이 절에서 자란다. 아리는 맑은 날 노란색 우비옷을 입고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불행해 진다고 믿고 있었다. 영화 ‘도마뱀’은 초등학교 시절 서로 각별한 정을 느낀 아리와 조강(조승우 분)의 그림같은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조강이 이사가면서 이별했던 둘은 10년만에 고등학교 시절 조강이 아리를 찾아 절에 와 같이 지내면서 둘만의 추억을 만든다. 다시 10년 후 은행원으로 있던 조강 앞에 아리가 다시 나타난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아리는 떠난다. 영화 마지막에 아리의 진실이 나온다.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수혈로 인해 에이즈가 감염돼 있었다. 어린 아리는 그 병이 외계인이 걸리는 감기로 믿고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며 성장했던 것이다. 둘의 사랑은 이루어 지지 못하고 결국 아리는 떠나간다. 영화의 애틋한 사연 때문인지 아리와 조강은 영화 찍은 뒤 실제 사랑을 싹틔우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리와 조강이 고등학교 시절 같이 공부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든 운부암은 은해사 에서 3km 정도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고찰의 모습이 그대로 찾는 이에게 전해진다. 711년(신라 성덕왕 10) 의상대사가 창건할 당시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났다 하여 운부암(雲浮庵)이라 이름 지어졌다.
      
    ▲ (좌)‘도마뱀’에서 주인공 아리와 조강이 스님과 보화루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 ▲ (중)은해사 운부암 경내 모습 ▲ (우) 아리와
    조강이 공부하고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던 보화루.

    아름다운 운부암은 사실 예로부터 고승대덕들과 선지식(善知識)들이 두루 거쳐간 수행처로 유명하다. 경허스님을 비롯하여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동산스님,운봉스님,성철스님 등 한국 근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바로 이곳에서 수도했다. 지난 8일 옅은 비가 내리는 운부암은 적요했다. 조경이 아름다운 작은 연못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다듬어지지 않은 12개의 아름드리 나무기둥위에 서 있는 보화루가 사찰 일주문 역할을 하며 서 있다. 조강과 아리가 스님과 차를 마시고 같이 공부를 하던 공간이 바로 보화루이다. 지금도 방문객들이 편안히 차를 즐길 수 있게 다구와 찻상이 준비돼 있다. 보화루를 지나면 주불전이 원통전이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 ‘쉿 달마큰스님도 정진중 선원스님도 공부중 참배는 조용히.’ 원통전 앞 전각에 달마대사의 그림과 방문객들에게 당부하는 해학이 깃든 글귀다. 동안거 결제중인 스님들께 행여 누가 될까 발소리마저 조심스럽게 걷게 된다. 원통전 오른편에 아리가 묵었던 요사채가 있다. 어린 아리가 노란 우비를 입고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나서는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 원통전에는 청동보살좌상인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다. 금동장식의 화려한 이 불상은 신라 말에 혜철국사가 인도에서 해금강으로 들어오는 배 안에서 모셔왔다는 전설이 있다. 영화 속 아리는 현실에서 고통 받았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조강 또한 그녀를 보냈지만 다시 만날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삶이 힘겨워도 어디선가 마르지 않은 희망의 샘물 한 바가지 머금은 듯 청량하다. 원통전을 나서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친다.
    불교신문 Vol 2697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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