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36.까막눈도 깨달을 수 있어요

浮萍草 2013. 12. 31. 07:30
    모든 경전의 유통분(流通分)에 한 결 같이 강조하는 내용이 있으니 “오는 세상에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능히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여래가 부처의 지혜로써 이 사람을 다 알며 이 사람을 다 보아서 한량 없고 끝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하리라” 하였다. 또한 <금강경>에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에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몸으로 보시하고 낮에 다시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몸으로 보시하며 다시 저녁에도 또한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몸으로 보시하여 이와 같이 무량한 백천만겁 동안을 몸으로 보시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 믿는 마음이 거슬리지 않으면 그 복이 저 몸을 보시한 복보다 수승하리니 하물며 경을 받아 지니며 읽고 외워서 남을 위해 해설해 줌에 있어서야” 라며 경전의 소중함을 누누이 이야기 하고 있다.
    글을 알든 모르든 ‘깨달음’은 열려 있다
    경 독송 땐 부처님 지혜로 ‘끝없는 공덕’ 성취해 지옥 온 중생위해 염라대왕 머리위 금강경 모셔 못 배운 이들은 윤장대 돌려 경전 공덕 쌓게 해
    곡성 도림사 명부전 염라대왕
    반인들은 명부전에 있는 시왕들을 알지 못하나 염라대왕하면 지옥을 다스리고 죽을 때 잡아가는 지옥의 대왕쯤으로 알고 있다. 명부전에서 바로 눈에 띄는 지옥 시왕 중 한분이 있으니 바로 염라대왕이다. 머리에 금강경을 이고 있는 모습이 다른 시왕들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면 왜 이 염라대왕은 부처님의 대승 경전인 금강경을 머리위에 받들어 모실까? 다른 시왕과는 달리 염라대왕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음 생에 보현왕여래(普賢 王如來)가 될 것을 수기하셨다. 염라대왕 모습에 대하여는 전남 진도 서천 쌍계사 시왕전 중수기에 호은노인 이라는 사람이 지은 글을 보면 “제5 염라대왕은 머리에 금강경을 이고 홀을 들고 신을 늘어 뜨리고 의자에 걸터앉아 있다.”하여 명부전에서 보는 염라대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 하였다. 시왕찬탄초에 염라대왕이 죄인에게 이르기를“네가 여기에 온 것이 예부터 몇 천만 인지 그 수를 모르겠다. 사바세계에서 불도(佛道)를 수행하여 다시 이 악처(惡處)에 와서는 안 된다 고 매번 알아듣도록 얘기했건만 그 보람도 없이 또 오게 되었느냐.”하여 사바세계에서 부처 님의 말씀을 믿고 수행하기를 죄인이 지옥에 올 때 마다 이야기하였으나 듣지 않은 결과로 지옥도에 떨어짐을 말해주고 있다. <수능엄경> 유통분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난아,여러 부처님의 말씀은 허망 하지 않느니라. 어떤 사람이 몸으로 사중죄(四重罪)와 십바라이죄(十波羅夷罪)를 짓고,순식간에 아비지옥을 낱낱이 돌아다니며,더 나아가서는 시방의 무간지옥을 다 지나가지 아니 함이 없게 되었더라도 한 생각에 이 법문을 가져다가 말법 가운데 후학에게 열어 보인다면 이 사람의 죄가 소멸하고 그가 받아야 할 지옥고가 변하여 안락한 나라가 될 것이다.”하여 지옥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순식간에 지옥고를 면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하여 염라대왕은 금강경을 머리에 이고 지옥 중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경전을 생각하여 바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이처럼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여래가 부처의 지혜로써 이 사람을 다 알며 이 사람을 다 보아서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하리라” 하셨는데 그런데 글을 몰라 읽을 수 없거나 머리가 나빠 외울 수 없는 중생들은 어찌하여야 되나? 영영 깨달음에 다다를 수없는 절망 상태인가?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근기에 따라서 처방을 달리하셨다.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할 적에 그 증세에 맞추어 약을 쓰는 응병여약(應病與藥)으로 중생의 병을 치료하신다고 하였다. 부처님 당시 주리반특가는 가장 머리가 둔한 제자로 두 마디 말 중에서 뒤의 말을 가르쳐 주면 앞의 말을 잊어버릴 정도의 바보로 손가락질을 당하였다. 부처님은 그에게 빗자루를 주면서‘먼지 털고 때를 닦자’를 수없이 반복하며 가르쳐 결국 마음의 문이 열려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하듯 까막눈 중생들도 깨달음의 길에 이를 수 있도록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잘 나타낸 곳이 예천 용문사 윤장대이다. 대장전 내부 양쪽에 자리한 윤장대는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모든 중생이 함께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윤장(輪藏)은 전륜장(轉輪藏)의 준말로 경전을 담은 서가의 중심에 돌아가는 기둥을 세워서 8면의 서가를 돌리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경전을 모조리 다 읽은 공덕이 있다 고 한다. 경전을 몰라도 윤장대를 지극정성으로 한번 돌리면 그 내부에 있는 모든 경을 한 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운 공덕이 있으니 3 바퀴만 돌려도 까막눈이 지혜를 가진 자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은 공덕을 지을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해학적이고 멋진 발상의 배려 하는 마음이다. 내부에 모신 경전을 부처님과 동일시하여 정성스럽고 화려하게 부처님 말씀의 집을 만들었다.
    단원 김홍도의 부모은중경 변상도
    연잎으로 난간을 두르고 8각 문에는 화려한 꽃살문을 달았으며 지붕은 닫집과 같이 천상의 누각을 옮겨 놓은 듯 공포가 아름답고 짜임새 있다. 글을 배우지 못한 촌로들을 위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하려는 배려의 마음이 곧 부처님의 마음이다. 더불어 살아가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눈으로 보여주는 윤장대야 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커다란 가르침으로 전해진다. 또한 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왕이 직접 부처님 말씀을 전한 곳이 있으니 바로 용주사효행박물관에 있는 부모은중경 변상도이다. 조선 22대 정조 대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부모님의 은혜를 알리기 위하여 경판을 제작하였다. 사대부를 위하여 한자로,한자를 잘 모르는 아녀자들을 위하여 한글로, 아무것도 모르는 까막눈 백성을 위해 단원 김홍도로 하여금 부모님의 은혜 10가지를 그리도록 명하여 부모은중경 변상도를 완성하였다. 이 변상도는 어머니가 자식을 낳고서야 근심걱정을 잊으신 은혜를 나타낸 것으로 태어난 아기는 강보에 쌓여 어머니 품에 안겨 있고 어머니는 10달의 근심 걱정이 사라져 행복을 느낀다.
    밖에서는 산모를 위해 약을 달이고 마당의 2마리 학은 기품 있고 무럭무럭 자랄 아기를 기원하는 듯 마당을 한가히 어슬렁거린다. 정조대왕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하였으면 모든 백성이 부처님 말씀인 부모은중경을 수지 독송하여 효도를 할 수 있도록 하였을까? 또한 정조대왕이 직접 용주사 부처님을 받들어 찬탄하는 게송을 지어 친필로 써서 부처님께 바치니 그 무량한 공덕은 삼천대천 세계가 무너져도 변함이 없으리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승뿐만 아니라 저승에서도 전해져 사찰의 명부전에 있는 염라대왕은 지옥중생들이 부처님 말씀을 잊어 버리지 말도록 친히 머리에 금강경을 모셨다. 곡성 도림사 명부전의 염라대왕은 금강경을 머리에 받들고 홀을 든 온화한 얼굴이다. 무서움이란 눈곱만큼도 없다. 그저 금강경만 생각한다면 바로 지옥에서 빼내줄 태세이다. 다음 생에 보현왕여래의 수기를 받은 분처럼 자비롭기 그지없어 조상님들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이승이나 저승에서도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신문 Vol 2465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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