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茶 이야기

17 조선 전기 차문화사 〈下〉

浮萍草 2013. 7. 23. 07:00
    ‘한 잔의 차는 한 사람의 참된 정성이고 그 참된 정성이 이 한 잔 차안에 있다네. 
    마땅히 이 차 한 잔 맛보소서 그리하면 응당 한없는 즐거움 생길 거외다…’ 
    회암사 무학스님 제자인 기화스님이 지은 다시(茶詩)다. 
    스님은 세속을 떠난 은자의 생활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한가함과 여유로움이 가득한 다시를 많이 지었다. 
    이처럼 조선 전기 선가의 차인들은 다채로운 다시를 지어 읊으면서 풍류를 즐겼다. 
    문정왕후의 신임을 얻어 봉은사 주지로 있었던 허응당 보우스님 역시 여러 편의 다시를 지어 <허응당집>이란 책을 엮기도 했다.
    몇 편의 다시를 소개한다. 
    ‘언제쯤 선정에서 풀려 대지팡이 짚고 가서 달빛 아래 차 끓여 마시며 얘기 서로 해볼까.(차숭사운 전문)’ ‘차 끓여 같이 마실 생각 
    그 얼마나 하였으며 시 지을 때마다 함께 읊고픈 마음 간절하였겠나.(차은법사운 전문)’ 
    ‘유수같은 세월은 늙음이 침노하는 구실이고 뜬구름 같은 명예는 선정을 방해하는 마물이라네.
     다로에 차 익으면 같이 마시고 싶고 서실에서 시 지으면 함께 읊고 싶었네(기명웅이우 전문)’ 
    이처럼 보우스님은 차의 깊은 경지에 이른 차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류건집 원광대 석좌교수는 <한국차문화사>에서“보우스님은 화엄사상의 묘체를 잘 표현한 다시‘화엄불사의 묘용송’에서‘참다운 
    묘용을 알고 싶다면 일상에서 천연스러움을 따라라’라고 하여 차 마시고 잠 잘자는 일을 모두 하늘의 이치에 맡겨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묘용이라 했다. 
    이는 바로 화엄의 요체인 ‘행행도처 지지발처’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기술했다.
    
    ㆍ보우스님 깊은 차 경지 유명
    유정스님 茶詩 작품성 ‘탁월’
    서산대사로 알려진 휴정스님 역시 탁월한 다시를 남겼다. ‘낮에는 한 잔의 차 마시고 밤들면 한 자리 잠자네. 푸른 산 흰구름이 함께 있어서 생멸이 없음을 같이 얘기한다네.(천옥선자 전문)’ 당시 선승들의 생활 자체를 차로 묘사한 시 ‘도운선자’는 선의 깊은 세계를 담았다. ‘중의 평생 일. 차 달여 조주께 바치는 일.’휴정스님의 시‘두류산내은적암’에서‘함께 달 비친 시냇물 길어 차 달이니 푸른 연기 흩어 지네’라고 표현한 구절에 대해 류 교수는“달빛 아래 물을 긷는 것은 물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달을 길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것은 달을 마시는 것이다. 그게 바로 다선일미요 방촌일월의 경지”라고 해석했다. 사명당 유정스님의 다시도 작품성이 뛰어나다. ‘죽림원벽상’이라는 시다. ‘죽림원엔 차 연기 푸르고 꽃핀 삼월이 맑기도 하네. 강호엔 따뜻한 기운 서리고 버드나무는 푸른 실로 희롱하네.’ 유정스님이 일본의 상야수 죽림원에 가서 벽에 쓴 자작시다. 마침 꽃피고 차 마시는 계절이니 섬나라의 봄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것이다. 전란으로 동분서주하는 당시 스님들을 두고 수도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시도 있다. ‘옆 사람들이여, 세월 헛보낸다고 하지 마라. 차 달이는 틈 한가로울 때 흰 구름 쳐다본다오….’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선가의 다맥을 잇는 선승들이 적지 않다. 이들 스님들을 통해 차문화가 전승되고 다맥이 이어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불교신문 Vol 2467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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