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종무원 평균 임금
가사도우미보다 적어
4대 보험 안되고
12시간 노동 시달려
근무기간 2년 못채워
“어이, 거기. 사람이 왜 그렇게 굼떠.
그거 그만하고 이리 와서 이것 좀 해.”
“야, 임마. 하라면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조선시대 자기 집 종을 부리던 양반이나,오늘날 국내 근로자들이 일이 힘들다며 떠난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주민노동자들을
대하는 일부 악덕 기업주들의 언행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 버젓이 일부 사찰에서 재가종무원들에게 가해지는 일이다.
사찰 재가종무원들은 현재도 이처럼 주지나 스님들로부터 하대 받으며 절에서 밥 짓고 물 긷고 나무나 하던 불목하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종무행정에 불만을 품은 상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다.
실제 지난 5월 조계사 종무실장 이 모씨는 조계종 총무원이 멸빈 징계한 정 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또 마곡사 종무실장 남 모씨도 부당하게 제6교구 시설물을 점거하고 사용 중이던 어느 스님의 속가 형에게 폭행을 당해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고막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사찰 재가종무원은 분명 사찰 행정과 기능을 담당하는 종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스님들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심지어 스님들끼리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종무원이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7월 부산 범어사 전 재무팀장 임 모씨는 “투명하고 화합되는 교계가 되어 사회의 빛이 되어 주세요.
싸우지 마세요.
재가자들이 불쌍해요, 정말!”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집에서 자살했다.
당시 전·현직 주지 스님들이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스님들로부터 불목하니 취급을 받는 것은 물론, 스님들 싸움에 힘없는 재가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펴야 할 불교계에서 일하면서도 인간적 예우를 받지 못하는 사찰 재가종무원들은
급여나 근로조건 역시 우리사회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전국 교구본사, 직영사찰, 연 예산 3억 원 이상 직할교구 공찰 등 44개 사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연봉이 일반사회의 가사도우미(1905만원)보다 적은 1571만원에 불과했다.
또 23개 사찰은 아예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행정직과 기능직 모두 가입된 곳은 불과 7곳 뿐이었다.
사찰종무원들은 또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연평균 근무일수가 일반직장보다 70여일이나 많은 310일에
가깝다”며 “이대로는 아무리 불교가 좋아도 여기서 더 이상 일하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근속연수도 평균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어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사찰은 불교의례만 행하는 기존의 틀을 넘어 수행과 문화, 복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주지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한 사찰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불교계 안팎에서 “주지 1인이 인사와 삼보정재 관리 등 전권을 행사하며 재가종무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종무행정을
유린하는 일이 지속될 경우 불교는 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심정섭 법보신문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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