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상실·인력난에 ‘휘청’
재정난에 골머리
종단 산하기관 전락
신행 활동에 안주
비판 기능 퇴색이
승풍실추로 이어져
“불교계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에 대해 불교NGO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견제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답 없는 구호인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여력이 없다.”
“종단 지원을 받는 산하단체 격이니 무슨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나? 벗어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니 뾰족한 수가 없다.”
외부의 비판이 아니다.
교계 단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자조 섞인 탄식이다.
정체성 상실, 교단 눈치 보기, 취약한 재정구조, 나날이 심각해지는 인력난 등 삼중, 사중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교계 재가단체
들이 건강한 비판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사부대중 내 재가불자들의 위상도 함께 약화되고 있다.
대학생, 청년, 직장인 등이 주축이 되는 각종 재가단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포교원 산하단체가 되어 비판과 견제의 기능 대신
신행단체의 역할에 안주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참여불교, 환경, 여성, 통일, 종교화합 등 다양한 활동분야의 단체들이 등장하며 양적 성장을 거듭했던
불교NGO들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이상의 활동 역사를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위치를 구축했으나 건강한 교단을 위한 내부 비판과 견제의 기능에
있어서만큼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로 2008년 불거진 당시 태고종 총무원장의 사찰 매각 사건을 비롯해 2010년 당시 해인사 주지의 무리한 납골사업으로 인한
파행, 전 불교방송 사장의 ‘PD수첩’ 외압 사건, 그리고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전 총무부장 영담 스님의 10·27법난피해자명예
회복심의위원회에 대한 전횡 등 교계 안팎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들에 대한 교계 단체의 목소리는 전무하거나 미비했다.
대부분 유력 사찰이나 종단 안팎의 ‘힘있는 스님’들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일반 언론과 교단 밖에서의 비판 목소리는 더 높았지만 정작 불교 단체들은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서’‘사건의 추이를 지켜
보기 위해서’라는 변명에 그쳤다.
비판과 견제라는 재가단체와 불교NGO의 주요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본지가 불교NGO 단체들 13곳의 활동가 2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불교NGO가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대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2.8%였다.
또 61.9%의 활동가들이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활동가는 이 보다 더 많았다.
이영철 콘텐츠개발연구원장은 지난 2003년 ‘불교평론’에 게재한 ‘불교NGO의 현실과 과제’에서 “종교 NGO는 교단개혁을 중대한
자기과제로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속한 종교공동체가 본래의 건강한 모습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것”과
“사회적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임”이라고 종교 NGO를 정의한 바 있다.
10여년 전 불교NGO단체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지적이었지만 오늘날 재가단체와 불교NGO들이 이 같은 본래의 역할에서 멀어
지고 있다는 우려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낯 뜨거운 승풍실추 사건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 남수연 법보신문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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