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영남과 호남, 고개·호수의 남쪽… 모두 中서 건너온 말

浮萍草 2016. 2. 23. 08:00
    로부터 땅은 대체로 산맥이나 호수,강 등 자연 지형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조령과 죽령 남쪽 경상도를 영남지방, 금강 남쪽 전라도를 호남지방이라고 부른다. 영호남의 동서경계는 섬진강과 소백산맥이다. 옛날 지리산의 꿩 사냥꾼이 하루는 지리산 서쪽에서 전라도 방귀쟁이를 만났다. 이 방귀쟁이는 자신의 방귀가 얼마나 센지 한번 뀌면 돌, 흙 등이 지리산을 넘어 경상도까지 날아간다고 자랑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번 뀌자 돌, 흙이 지리산을 넘어 경상도까지 날아갔다. 경상도 땅에도 유명한 방귀쟁이가 살았는데 방귀를 막 뀌려는 찰나에 지리산을 넘어오는 돌,흙먼지 등을 보고 맞방귀를 뀌었다. 지리산을 넘어온 돌, 흙먼지가 다시 지리산을 넘어 전라도 쪽으로 갔다. 전라도 방귀쟁이는 순간적으로 재 너머에도 센 놈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자신도 방귀를 다시 뀌었다. 그러자 다시 돌, 흙먼지는 경상도 쪽으로 날아갔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마침내 양쪽에서 동시에 뀌니 돌,흙먼지가 지리산 상공에서 맴도는 것을 보고 사냥꾼이 혀를 찼다고 한다. 영남(嶺南)이라는 말은 고개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중국 남부의 오령(五嶺) 남쪽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중국의 영남은 당나라 이래로 산이 많고 험한 지형 때문에 유배지로 유명했다. 지금의 광둥(廣東)성, 광시(廣西)성에 해당되는 곳이다. 한편 이긍익(李肯翊)은 문경의 조령(鳥嶺·새재)과 영주의 죽령(竹嶺)의 남쪽 땅이 우리나라의 영남이라고 했으나 산이 많은 지형을 생각하면 ‘영남’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 분명하다. 호남(湖南)은 호수의 남쪽이라는 뜻이다. 이익(李瀷)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김제에 있는 큰 호수 벽골제(碧骨堤)의 남쪽이 호남이라고 기록했다. 하지만 금강이 오래전부터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옛 이름이 호강(湖江)인 금강 남쪽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호남지방은 따뜻한 기후,넓은 평야와 발달한 갯벌 등으로 우리나라의 곡창지대이며 예로부터 많은 화가,시인,소리꾼 등이 배출된 예술의 중심지이다. 중국에도 호남지방이 있다. 중국의 호남은 유명한 동정호(洞庭湖)의 남쪽을 이른다. 동정호는 중국의 큰 호수로 자연경관이 빼어나 옛날부터 수많은 전설을 낳고 시인묵객이 노래했던 곳이다. 중국의 호남도 기후가 따뜻하고 차(茶)와 쌀 등의 농산물이 풍부하며 산업도 발달하여 중국의 남방문화를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자연환경부터 곡창지대, 문화중심지라는 점까지 우리나라의 호남과 비슷하고 지명의 유래가 될 만한 큰 호수가 우리 호남에는 없는 것으로 보아 ‘호남’이라는 말도 중국의 ‘호남’에서 건너왔을 것이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 소장
    草 浮
    印 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