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까치와 호랑이, ‘깍깍, 어흥’… 모두 울음소리서 나온 말

浮萍草 2016. 2. 16. 08:00
    해가 되면 가정의 안녕과 건강을 비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우리 조상은 그 기원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집안 여기저기에 붙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까치 호랑이 그림(호작도·虎鵲圖)이다. 넉넉한 집에서 이 그림을 주변의 이웃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는데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정초에 서로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을 전해줄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한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많은 까치는 사람에 의지해 살기 때문에 반드시 마을에만 둥지를 틀고 마을 밖에는 절대 둥지를 틀지 않는다. 마을입구 높은 나무에 앉아 있다 낯선 사람이 보이면 두려움으로 울었을 텐데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온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까치소리는 그만큼 즐겁게 들렸던 것이다. 까치는 바로 이 울음소리 ‘깍깍’에서 온 것이다. 어릴 때 눈이 많이 내린 날 까치 한 마리가 우리 집 방에 들어와서 열흘 정도 먹이를 주고 돌본 적이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 우리 집으로 찾아들어 왔으리라. 까치를 정성껏 돌본 것은 까치를 길조(吉鳥)로 여기고 반가운 손님이 와서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길조(吉兆)라는 무의식이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호랑이는 한자어 ‘虎狼(호랑)+이’로 알고 있지만 실은 울음소리 ‘어흥’에서 온 말이다. 호랑이의 다른 이름 ‘범’과 호랑이 새끼를 부르는 말 ‘갈가지’의‘갈’은 둘 다 신(神)이라는 뜻이다. 동물원 밖 호랑이가 사라진 요즘에는 들을 수 없는 말인 갈가지는 어린 시절 이 빠진 친구를“앞니 빠진 갈가지,윗니 빠진 노장”하고 놀렸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호랑이는 뭇짐승의 왕이며 무서움의 상징이라서 예부터 산신(山神) 또는 산신령으로 모셨다. 전통적인 장례에서 산소를 만들기 전에 산신제를 지내는데 이 산신이 바로 호랑이다. 산신제는 산의 주인인 산신 호랑이에게 속된 말로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 잘 봐 주십시오’하며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다. 엄마와 아들이 나물을 캐러 산속으로 갔다. 엄마는 바위 위에 점심 보따리와 함께 어린 아들을 앉혀 놓고 나물 캐는 데 열중했다. 심심했던 아들은 바위 밑 굴에서 어린 동물을 발견하고 점심으로 가져간 밥을 주면서 같이 놀았다. 이윽고 어린 동물의 어미가 먹이를 물고 돌아와 자기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아이를 꼬리를 흔들며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어미 호랑이를 보고 놀랐으나 호랑이는 아이를 해치지 않았다. 새끼가 어미 호랑이에게 달려가자 아이도 엄마에게 달려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호랑이도 제 자식에게 먹을 것을 주는 어린아이를 해치지 않았던 것이다. “인왕산 호랑이가 그리 무서운 놈이라고 해도 제 자식을 사랑하는데 인의예지를 아는 사람이 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랴?”로 이 이야기를 끝내시던 할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요즘이다. 까치 호랑이 그림을 보면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듯하고 호랑이는 하나같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이 그림으로 1년 내내 좋은 소식은 오고 질병, 잡스러운 것, 삿된 것 등은 집안에 들지 않기를 기원했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 소장
    草 浮
    印 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