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당뇨병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 (4)… 당뇨병의 부수적 피해, 동맥경화증

浮萍草 2016. 2. 25. 08:49
    대한당뇨병학회와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주최로 2012년 11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회 그린스타 캠페인’ 참가자들이 약 30만개의 버려진
    인슐린펜으로 만든 ‘희망의 터널’ 앞에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ㆍ인슐린은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게 해주는 열쇠입니다. 뇨병 환자가 아니라도 인슐린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 보셨겠죠. 인슐린은 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춰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닙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어 주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온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게 도와주기 위해 나오는 호르몬입니다. 그 결과 혈액의 포도당, 즉 혈당은 낮아지게 됩니다. 혈액 쪽에서 바라보면 인슐린은 혈당을 낮춰주었지만 세포 쪽에서 바라보면 인슐린은 세포에 포도당이 들어오게 도와준 것입니다. 앞으로는 인슐린을 혈당을 낮춰주는 호르몬이 아니라 포도당을 세포로 넣어주는 호르몬으로 기억하세요. 인슐린이 나오지 않거나 충분히 나옴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어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해 세포는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반대로 혈액엔 포도당이 넘치고 그 결과 남아 도는 당이 소변으로 나와 당뇨병이 됩니다. 따라서 당뇨병을 혈당이 높아진 병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형식논리에서 보면 틀린 것이 없지만 올바른 이해는 아닙니다. 이것은 혈액 입장에서 본 것이고, 세포 입장에서 보면 세포가 포도당 결핍에 걸려 힘들어 하는 것이 당뇨병입니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의 중요한 목표는 혈당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포도당을 세포로 잘 들어가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해야 더 본질적입니다.
    ㆍ인슐린이 잘 나오는 데도 당뇨병에 걸리나요?
    인슐린이 안 나오면 당연히 세포로 당이 못들어가 혈당이 올라갑니다. 당뇨병에 걸립니다. 이런 당뇨병을 ‘대체로’ 제1형 당뇨병이라고 분류합니다. ‘대체로’라고 홑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이런 분류가 옛날 분류라 아주 정확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걸리는 대부분의 당뇨병은 인슐린이 충분한 데도 발생합니다. 오히려 정상인보다 더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당뇨병을 대체로 2형 당뇨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당뇨병을 분류하는 것은 중국인,한국인,일본인,필리핀인,그리고 말레이시아인을 다 아시아인으로 분류하는 것만큼이나 부정확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글에서는 그냥 이 분류를 따르겠습니다. 염증이나 감염 등에 의해서 췌장이 손상되어 인슐린이 아예 안 나와서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2형 당뇨병의 경우처럼 인슐린이 (잘)나와도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ㆍ세포가 인슐린에 반항하다 - 인슐린 저항성
    그 이유는 인슐린의 작용을 세포가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인슐린의 작용에 대해 세포가 저항한다고 해서 간단하게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부릅니다.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열어 포도당을 세포로 넣어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세포는 그런 인슐린의 작용을 거부해서 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 결과 혈당이 올라갑니다.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은 ‘아… 인슐린이 좀 부족한가 보다’ 하고 생각해서 인슐린을 더 방출합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슐린이 나오고 나서야 마지 못해 세포는 문을 열어 포도당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세포는 맷집이 더 늘어 그 정도의 인슐린에는 문을 열지 않고… 다시 인슐린이 더 많아지고 세포는 마지 못해 당을 받아들이고 … 이런 시소 게임이 점점 단계가 높아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췌장이 세포에 지게 되면 인슐린을 더 많이 방출하지 못하고 결국 혈당이 올라갑니다. 인슐린 분비가 인슐린 저항성에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여기서 꼭 기억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인슐린 방출은 정상인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상대적 인슐린 결핍이라고 합니다(그림 아래). 말하자면 흑자도산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이 잘 나옴에도 불구하고 걸리는 당뇨병, 즉 제2형 당뇨병의 진행과정입니다. ㆍ왜 세포는 인슐린에 저항해 당뇨병을 일으키는가?
    왜 세포는 느닷없이 인슐린에 반항하여 당뇨병을 일으킬까요? 세포가 과도한 영양분(포도당+지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입니다. 모든 것은 늘 적당해야 좋은데 포도당도 좋은 에너지원이지만 너무 많으면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 세포에게 큰 독으로 작용합니다. 몸 주인이 알아서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해서 포도당의 공급을 줄여주면 참 좋겠는데, 그렇지 않고 계속 먹고 마시고 앉고 눕고 하면 영양과잉이 더 심해집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포도당에 취약한 장기는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살려면 포도당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 의존도가 높으면서 인슐린을 통해서 포도당을 흡수하는 대표적 장기로는 근육과 심장이 있습니다. 따라서 근육과 심장이 포도당에 가장 취약합니다. 근육과 심장은 생존을 위해 포도당의 흡수를 차단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포도당을 차단할까요?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하면 됩니다. 인슐린이 근육과 심장의 문을 열어주어야 포도당이 들어오니까요. 그 결과 근육과 심장에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합니다. 근육은 식사 후 포도당의 70%를 흡수하는 최대 고객입니다. 근육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켜 포도당을 거부하는 순간 포도당이 갈 곳을 잃어 결국 혈당이 올라갑니다. 흑자도산, 즉 인슐린이 충분한 당뇨병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ㆍ부수적 피해 - 혈관이 상한다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보통 대규모 군사작전 과정에 발생한 의도하지 않은 민간인의 피해를 의미합니다. 세포가 과도한 포도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하면서 혈당이 높아지고 그 결과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부수적 피해가 발생합니다. 바로 혈관입니다. 잠시 아까 하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죠. 근육과 심장이 포도당을 흡수하지 않기 위해 인슐린에게 저항하고 그 저항을 이기기 위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방출합니다. 그리고 다시 세포는 더 저항하고 췌장은 인슐린을 더 방출합니다. 과도한 인슐린의 방출을 대가로 불안한 평화가 잠시 유지됩니다. 과도한 인슐린-표면적 정상혈당 상태가 이런 상태입니다. 인슐린 저항성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 많은 인슐린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인슐린이 단지 근육과 심장에만 작용할까요? 아니겠죠. 인슐린은 혈관에도 작용합니다. 그런데 혈관은 인슐린에게 반항할 줄 모릅니다.
    근육과 심장에 발생한 인슐린 저항성을 분쇄하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을 과량 방출했는데,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란 보호막이 아예 없는 혈관은 고스란히 정상 보다 몇 배로 많아진 인슐린의 독성에 노출됩니다. 선별적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그림 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수적 피해입니다. 인슐린은 혈관세포의 증식에 관여합니다. 혈관세포가 인슐린에 노출되면 크기가 커지고 숫자가 많아집니다. 혈관세포가 증식하고 숫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혈관이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기고 딱딱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동맥경화증입니다. 인슐린에 반항하는 심장과 근육을 이기기 위해 과량으로 방출된 인슐린은 의도하지 않게 혈관세포에 그대로 작용하여 동맥경화증을 유발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미처 혈당이 올라가기 전에, 표면적으로 당뇨병이 생기기 벌써 몇 년 전부터 발생합니다. 그래서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환자에서 동맥경화증이 발병돼 있는 것입니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일까요? 아니겠지요.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부수적 피해 때문입니다. 이 패러다임은 당뇨병 치료와 관리에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합병증과 치료 전략 전반에 걸쳐 꼭 고려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Vol 1158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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