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잔나비, ‘잔’·‘납’은 ‘날다’… ‘날아다니는 짐승’ 뜻

浮萍草 2016. 1. 19. 07:30
    신년은 수천 년 동안 간지(干支)로 음력을 기준으로 써 오던 말이니 2016년 1월 현재는 병신년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병신년이라 한다. 양력을 기준으로 세상은 돌아가지만 음력은 아직 우리의 생활 여기저기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나이를 직접 물어 보기 민망할 때 무슨 생이냐 또는 무슨 띠냐고 하며 노총각 노처녀들 중 해를 넘기기 전 한 살이라도 적을 때에 결혼을 하려는 사람은 음력이 기준인 설날 이전에 서둘러 식을 올리기도 한다. 병신년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을 원숭이띠라고 하는데 어른들은 ‘잔나비띠’라고 한다. 우리말 ‘잔나비’보다 젊은이들은 ‘원숭이’가 익숙한 말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 잔나비라는 말의 어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납’이란 표기가 ‘훈민정음’(용자례, 1446년)에 ‘납은 원숭이다(위원·爲猿)’로 나온다. 그 뒤 정철(鄭澈·1536∼1593)의 사설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에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어찌리’로 나온다. 잔나비는 ‘장진주사’ 이본(異本)에‘짓나비,○납이,○나비,○나뷔,잔납이’ 등의 표기로 보이기도 한다. 곧 15세기까지는 ‘납’으로 쓰였으며 16세기에 ‘잔나비’와 함께 쓰이다가 18세기 이후는 ‘잔나비’만 나온다. 먼저 ‘납’은 ‘이’ 접미사가 붙어 ‘나비’가 된다. ‘납’은 ‘날다(飛)’의 ‘날’과 같은 말이다. 곧 날>낣>납이 된다. 동물은 생김새, 색깔, 행동거지 등에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납’은 바로 ‘날아다니는 짐승’에서 나온 말이다. ‘잔나비’의 ‘잔’은 ‘잠자리’의 고어가 ‘잔자리’인 것에 비춰보아 이 ‘잔’과 같은 말로 역시 ‘날다’의 의미이므로 동어반복이다. ‘띠’는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다. 사주에서 좋은 ‘띠’에 맞추어 아이를 낳는 일도 많다. ‘띠’라는 말은 간지(干支)의 지(支)와 같은 말이다. 그렇다고 한자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말 ‘띠’를 한자 지(支)로 쓴 것이다. 인삼의 삼(蔘)은 ‘심’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말이며 한자는 나중에 갖다 붙인 것이다. 마(馬)가 몽골어인 것과 같다. ‘띠’는 ‘대’와 같은 말이다. 순대의 ‘대’와 배의 속어 뱃대지의 ‘대’,아이의 ‘태(胎)’,배동서다(結實)의 ‘동’,공기놀이의 ‘동’ 등과 같은 말로 원래의 의미는 배(腹)이지만 생산의 의미를 지니게 되어 ‘띠’라는 말은 결국 생(生)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원숭이와 달에 관한 불교설화가 있다. 붓다에게 꽃을 바치려고 했으나 살 수 없어 고민하던 500마리 원숭이가 달 밝은 밤 호수에 비친 달을 건져 바치려고 손에 손을 잡고 호수로 들어가다 모두 죽었다. 이때 죽은 원숭이들이 환생하여 달을 바치려는 공덕으로 500나한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장(斷腸)의 이야기와 같이 이 ‘나한’의 유래담에 나오는 원숭이도 살신성인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지 않지만 뭔가를 위해서 목숨까지 버리는 원숭이같이 남이나 사회, 나아가 국가를 탓하기 전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병신년이 되었으면 한다.
          박재양 한국어원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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