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사랑, 사람이 사람 생각하는 것… 어원 같아

浮萍草 2016. 1. 12. 00:00
    간이 만든 말 가운데 가장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으로 살다 죽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인간이 창작한 모든 예술의 주된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두 글자는 길고도 짧은 얘기’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인 사랑,육체적인 사랑,이 둘을 결합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부모와 자식 간의 내리사랑과 치사랑이 있고,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의 두터운 우정도 사랑에 든다. 그 대상 또한 사람, 동식물 나아가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길은 끝이 없다. 한자 ‘사랑 애(愛)’는‘베풀다(慈, 惠),불쌍하다(哀, 憐),친하다(親),마음에 들다(寵),그립다(慕),통하다(通情),즐기다(樂),좋아하다(好),동정(仁, 隱),정(情), 어질다(仁惠),아끼다,아깝다(惜, 嗇),아련하다(애),불교용어 물탐(物貪)’ 등 13가지의 뜻으로 쓰였다. 우리말 고어에도 사랑하다(思, 愛), 앗기다(惜, 愛), 닷다(愛), 괴다(寵), 그리다(思念, 戀慕), 너기다(愛) 등이 있다. ‘사랑하다’는 우리말로 쓴 최초의 작품인 ‘용비어천가’(세종 29년 1447)에서 생각하다(思)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사랑’의 어원이 불교용어인 사량(思量)에서 나왔다는 일반적인 증거가 된다. 그러나 세종 31년(1449)에 나온 ‘석보상절’에서는 이미 사랑 애(愛)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더구나 세조 8년(1463년)에 나온 ‘법화경언해’에는 한 문장에‘사랑하다’ (愛)와 ‘思量(사량)하다’(思)가 다른 의미로 쓰인 것을 보면 이미 조선 초부터 다른 낱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같은 어원이라 보기가 어려우므로 사랑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므로 ‘사람’과 같은 어원이 아닐까 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사랑받기를 좋아하고 심지어 그 사랑에 목숨까지도 바친다. 송나라 유의경(劉義慶)의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배로 잡혀가는 새끼를 백 리 넘게 쫓아가다 배에 뛰어들어 죽은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는 그 유명한 단장(斷腸),곧 애끊음의 고사가 실려 있다. ‘애끊는 마음’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내리사랑의 극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1960∼1970년대만 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 옆구리를 찔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말로 하지 못한 그 사랑은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진실한 사랑이었다.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사랑이란 말이 너무 흔해’ 건성으로 하는 듯해서 조금은 씁쓸하다. 사랑이란 말의 홍수 속에 아이들은 오히려 진정한 부모의 사랑, 친구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결핍감 때문에 미움을 사랑하는 지경에 이르거나 지나친 사랑과 집착 으로 주변을 몸서리치게 만들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랑받으려는 마음은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물질의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고어에는 있지만 이미 없어진 ‘괴다(알아주는 사랑),닷다(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랑)’와 같은 사랑을 회복하여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박재양 한국어원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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