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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 해… 처음 뜨는 해처럼 새로운 다짐

浮萍草 2016. 1. 5. 12:35
    마다 해돋이를 보면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대이동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걸어서 앞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고 먼 곳으로 가기도 한다. 해를 맞이할 기쁨과 기대로 고생이다 생각하지 않고 밤새워 기차를 타기도 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펜션을 예약하기도 하며,심지어 밤새워 운전을 하기도 한다. 모두 즐거운 마음과 설렘으로 해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다. 마침내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순간,감격의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기원과 새로운 다짐을 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누구는 승진을 빌고, 누구는 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누구는 술·담배를 끊는다고 하고 누구는 살을 뺀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이 다짐과 기원을 왜 꼭 새해에 하며, 또 굳이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할까? 해는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해가 없이는 살 수 없으므로 한편으로는 고마운 존재이고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무서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시인은 어느 부족이나 태양을 신으로 생각하고 숭배하였다. ‘삼국유사’에 혁거세(赫居世)가‘광명이세(光明理世)’ 곧 ‘세상을 빛과 밝음으로써 다스린다’고 했고 혁거세란 이름 자체를 ‘밝은 누리’ 또는 ‘붉은 새’라고 볼 수 있으니 우리 조상도 틀림없이 태양을 숭배했을 것이다. 어제 뜬 해나 오늘 뜨는 해나 다 같지만 인간은 해를 보고 시간관념을 만들어 냈으므로 시간을 나타내는 말은 모두 해에서 비롯되었다. 해를 중심으로 ‘새아침, 새날, 새달,새해’라고 한다. 그럼 해 가운데 왜 처음 뜨는 해를 ‘새해’라고 할까? 가장 새로운 것은 무엇일까? 깜깜한 밤이 새벽이 되어 밝아지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새롭게 하는 것은 해라고 할 수 있다. 이‘새’는 ‘새벽’,‘새알(동지 팥죽에 넣는 것)’,‘새롭다’,‘새빨갛다’ 등의 ‘새’와 함께 모두 해를 나타낸다. 노을을 사투리로‘붉새·북새·복새·뿔새·불살·불근살’이라 하고 해가 뜨는 것을 ‘날이 새다’라고 하며,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을 ‘밤새우다’라고 하고,해가 뜨는 동쪽을 ‘ 새쪽’,동에서 부는 바람을 ‘샛바람’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새’가 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날짜를 셀 때 닷새·엿새의 ‘새’,설날의 ‘설’,나이를 세는 ‘살’,햇살의 ‘살’ 등도 ‘해’라는 말이다. ‘설을 쇠다’ 할 때 ‘쇠’도 그렇다. ‘살’에 접미사 ‘이’가 붙어 ‘살이’가 되고 ‘ㄹ’이 떨어져‘사이’가 되며 모음이 합쳐져 ‘새’가 되었다. 예부터 우리는 한결같이 ‘빛으로 세상을 다스리길’ 원하고 있다. 오늘날도 정당의 이름에 ‘새누리당’ 등 ‘새’를 넣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 아닌가? 밝게 빛나는 새로운 정치 곧 ‘새’ 정치를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 국민 모두 새해의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날이 갈수록 새로운(日新又日新· 일신우일신) ‘새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필자 약력 △ 1953년생 △ 경희대 국문과 교수(1995∼2000). ‘어원유래사전’ 등 집필 참여.
          박재양 한국어원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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