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남편이 복고 드라마에 빠졌어요

浮萍草 2016. 2. 3. 23:00
    ㆍ아름다운 기억은 행복을 낳아…좋은 추억 나누세요 Q (드라마 싫어하던 남편 왜 변했을까) 30대 후반 주부입니다. 남편은 40대 후반으로 저와 열 살 차이가 납니다. 나이 차이 때문에 생기는 불편은 거의 없는데 딱 한 가지,텔레비전을 볼 때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달라 소소한 신경전을 벌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인데 남편은 ‘저런 간지러운 것을 왜 보느냐’며 질색을 하거든요.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이나 액션물을 선호하죠. 그런데 최근 자신의 20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복고풍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저보다 더 열심히 보더라고요. 내 남편 왜 이런 걸까요. A (현재만큼 과거를 보는 눈이 중요해) 다음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청춘, 걱정 말아요 그대,소녀,혜화동,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보라빛 향기,함께,매일 그대와.네,눈치챈 분도 계실 텐데요. 현재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온 노래들인데 다 1988년 언저리의 히트 가요들입니다. 최근 당시의 가요를 리메이크 한 곡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노래들은 88년을 배경으로 한 복고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입니다. ㆍ삶에선 리얼리티보다 태도가 중요
    얼마 전 한 기자가 왜 복고 드라마와 그 시절 히트곡이 지금 인기인지 묻더군요.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만큼 과거에 대한 느낌이 우리에게 중요해서입니다. ‘시간관 치료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시간관을 갖느냐, 즉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느냐가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내용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나이 들수록 과거에 대한 느낌이 긍정적이야 오늘과 미래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복잡한 이론을 내세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죠. 내가 살아온 과거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 없는데 현재와 미래가 행복하긴 어렵겠죠. 과거가 어둡게 느껴지면 그 어두운 그림자가 현재와 미래에도 드리우게 됩니다. 그런데 과거에 대한 기억은 부정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보다 속상했던 기억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속상했던 기억은 더 자극적이고, 생존 본능과 연관된 것이 많아 그 강도가 강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느낌의 기억을 덮어 버리는 겁니다. 사람은 인생을 실제로 얼마나 잘 살았느냐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긍정적인 기억을 얼마나 잘 살려내 느끼는가도 중요합니다. 훈훈한 복고 드라마를 보면 그런 현상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ㆍ행복했던 추억의 장소·사람 만나세요
    과거에 대해 부정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보다 긍정적 시간관을 가지는 사람이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산다고 합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름답게 재구성되어 축적될 때 내 삶과 인생이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남 보기에 훌륭한 과거의 내용을 가졌지만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불행한 인생의 소유자가 되는 것입니다. 행복과학 측면에서 보면 가치 있는 삶이 행복이고 진실입니다. 그렇기에 삶의 진실은 리얼리티 자체가 아닌 과거에 대한 태도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했던 사람에게 실연을 당한 경우 분노가 생깁니다. 그리고 분석하게 됩니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누가 덜 잘못했는지,그 사람이 날 정말 사랑하기는 했는지,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기는 했는지. 그러나 이성적 분석을 통한 수사는 과거를 부정적으로 재구성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인생 대부분의 내용들이 절대 선과 악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섞여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 사람 잘못도 있고, 내 잘못도 있고, 정말 사랑했던 부분도 있고, 서로 이용했던 부분도 있고 정도의 차이일 뿐 서로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연인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보다는‘그 연인의 어떤 부분에 내가 끌려 만났을까’라는 질문이 좋습니다. 최소한 난 그에 관해 행복한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거죠. 너무 미웠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내 감성이 과거를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과거가 미워진다면 그 삶은 불행해집니다. 긍정적 과거 만들기를 촉진하는 방법은 과거에 행복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장소,그리고 물건과 만나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내가 자랐던 곳을 찾아 좋은 추억을 되새기며 걸어 보는 것입니다. 오래 보지 못했던 친구와 만나 과거 철없이 놀았던 재미있던 추억의 과거를 함께 회상해 보는 것입니다. ㆍ명절 잔소리 줄이려면 잘 들어줘야
    다음 주 설날을 맞아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고 과거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은 강화하는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가족은 이해 관계를 넘어서 서로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공동체이지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기에 역설적으로 갈등도 많고 관계 스트레스도 큽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세대 간 차이 등 갈등 요소가 내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한 가족이라도 삶을 살아가는 소프트웨어인 철학은 각자 다릅니다. 그런데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철학을 강요하고 그러다 보니 충돌이 일어나죠. 명절은 가족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가족이란 가까우면서도 정말 어려운 사이입니다. 명절날은 부모님께 잔소리 듣는 날입니다. 다가오는 설날에 그 잔소리를 또 들을 생각하니 벌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명절을 잔소리로 가득 채워서 다른 가족의 불안 시스템만 활성화 시킨다면 원래 명절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겠지요. 잔소리에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잔소리는 기본적으로 불안의 표현입니다. 사람의 불안은 생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불안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는 행복의 여유가 깃들지 않기에 불안을 잘 조절하여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딸이 걱정된다고 내 불안을 잔소리에 잔뜩 담아 전달하면 딸의 불안 시스템이 과잉 작동하게 되고 오히려 사랑하는 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내 불안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잔소리보다 긍정적인 칭찬을 해주는 것이 사랑하는 이의 뇌가 잘 작동하게 만드는 효율적 전략입니다. 이번 명절은 칭찬으로 가득 채워 봅시다. 그리고 잔소리 듣는 입장에선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립시다. 엄마의 잔소리,모성애이고 나를 사랑하는 소리이니 조금 들어 드립시다. 아내의 옛날 섭섭했던 이야기의 재방송, 과거 기억을 아름답게 재구성하고 싶은 무의식적 요구니 들어 줍시다. 상대방의 잔소리를 줄이는 방법은 도망가지 않고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대로 살 것이냐 아니냐는 본인이 결정하면 되는 것이고요. 명절이 온 가족이 모여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재경험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엄마와 가장 행복했던 일,아내와 행복했던 연애 시절 등 행복했던 과거의 일을 생각하고 공유하는 것,유치해 보이지만 과거의 긍정적 재구성을 통해 현재의 행복 감을 증폭시킵니다. 고향에 내려 간다면 내게 행복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가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행복이 진실이고, 행복은 과거에 대한 내 긍정적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설 명절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웃음으로 삶의 속상했던 내용들을 툭 털어버리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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