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땅의 歷史

대부, 선재, 영흥도 세 섬과 동춘서커스단 량윈(梁云)]

浮萍草 2016. 2. 3. 11:28
    겨울 바다 위, 작은 섬 하나 문을 열었다
    삼별초… 패망한 왕족… 6·25… 격동의 역사 겪은 섬나라 중국 청년 량윈은 18세 때 대부도 와서 서커스 공연 中 와이너리에 유리공예관, 일품 낙조까지 다 있는 곳 선재도엔 '모세의 기적' 볼 수 있는 예쁜 목섬도 해 스물여섯 살이 된 량윈(梁云)은 황관(晃管)에 능했다. 황관은 가로세로로 겹쳐 쌓아 놓은 원통 위에 널빤지를 올리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다. 한국에서는 '맘보'라고 한다. 량윈은 중국 광시성(廣西省) 위린(玉林)시 보바이현(博白縣)에 살았다. 열 살 되던 2000년 량윈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나, 저 TV에 나오는 관을 특히 잘했다.기예 배우게 해주오." 농사짓던 아비는 군말 없이 량윈을 보바이현 청소년기예단에 데리고 갔다. 칭찬도 듣고 꾸중도 들으며 량윈은 기예를 배웠다. 일곱 가지를 배웠다. 2007년 겨울 기예단이 한국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초청 공연을 했다. 열여덟 살짜리 기예 신동을 알아본 동춘서커스단 단장 박세환이 량윈을 스카우트했다. 이듬해 봄 량윈은 동춘 단원이 되었다. 새로운 기예도 배웠다. 생사륜(生死輪), 거대한 금속 바퀴 두 개를 동료와 함께 허공에서 돌리며 묘기를 펼치는 기예다. 16년 차 기예꾼 량윈은 지금 고향 보바이현에서 2300㎞ 떨어진 대한민국 안산시 대부도에 산다. 하루에 두 번씩 량윈은 대부도 동춘서커스단 상설 공연장 무대에서 목숨을 건다. 대부도는 섬이다. 탄도방조제와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뭍과 붙었다. 서쪽 선재도와 영흥도도 다리가 생기면서 모두 붙었다. 대부도는 경기도 안산이고 선재도, 영흥도는 인천 옹진군이다. 섬에는 이야기가 많다. ㆍ섬나라 옛이야기
    영흥도에 있는 해군전적비.인천상륙작전 전초작전을
    수행한 사람들을 기린다.
    고려 말 왕족 왕기(王琦)는 나라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자 개경을 떠나 영흥도로 은신했다. 나라가 바뀌고 후손은 성도 옥씨(玉氏)나 전씨(全氏)로 바꾸고 숨어 살았다. 익령군(翼靈君) 왕기를 살려준 섬이라 해서 이후 이름을 연흥도(延興島)에서 영흥도(靈興島)로 바꿨다. 후손은 목장에서 말을 기르는 목동으로 살았다. 1751년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도 '목장에서 말을 치던 영흥도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도도 목장이었다. 규장각이 소장한 1872년 대부도 지도에는 대부도와 선재도 영흥도가 사복시(司僕寺) 소속으로 표기돼 있다. 사복시는 조선시대 말과 목장을 관장하던 관청이다. 대부도에는 조선시대 군마 훈련 육영장 터가 남아 있다. 지금도 대부도에는 대규모 승마장과 승마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大阜)는 큰언덕이라는 뜻이다. 전쟁도 섬나라를 피해 가지 않았다. 1270년 원나라와 항쟁하던 삼별초 집단은 전남 진도로 진영을 옮기면서 영흥도에 70일 동안 웅거했다. 옛 지도 영흥도 서쪽에는 또 洋船過去水路至永宗(양선과거수로지영종·서양 배가 이 물길을 따라 영종도에 닿았다)'이라고 적혀 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일으킨 프랑스와 미국 배가 영흥도를 지나갔다는 기록이다. 한가롭게 말을 키우던 섬 옆에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철선이 지나갔으니,물정 모르는 옥씨,전씨 목동 들은 얼마나 기겁을 했을까. 1950년 영흥도에 전화(戰禍)가 덮쳤으니,6·25전쟁이다. 그해 8월 20일 국군 기동 함대가 인민군이 점령한 영흥도를 탈환했다. 상륙 지점은 북쪽 십리포에 있는 산돌뿌리 해변이었다. 이어 국군과 미군 첩보 부대가 상륙했다. 인천상륙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던 9월 13일 인민군이 재점령한 섬을 해군과 주민들이 재탈환했다. 14명이 전사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 미군 전사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 후 9월 16일 영흥도에 상륙한 미 해병대는 북한군에게 희생당한 주민 50여 명 시신을 발견했다.
    십리포 해변에는 이들을 기리는 전적비가 있고 영흥면사무소 옆 함상 공원에도 전적비가 있다. 십리포 오른편 산길로 올라가면 최초 상륙지인 산돌뿌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십리포는 관광지가 되었다. 산돌뿌리로 가는 길은 걷기 좋은 숲 속 산책로로 변했다. 조개껍데기와 자갈이 깔린 산돌뿌리 해변은 잠시 앉아 낙조를 보기 좋은 곳이다. ㆍ대부도, 선재도, 영흥도
    방조제 건설과 매립으로 탄도와 선감도도 대부도와 하나가 됐다. 서쪽에 있는 선재도와 영흥도도 잇따라 다리가 놓였다. 옛 역사도 묻혀갔다. 삼별초도 익령군도 흔적 없다. 양선이 지나간 수로에는 갈매기들이 한가롭다. 피비린내 나는 현대사 비극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북적인다. 뭍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숙박 시설과 식당, 유흥가와 땡처리 물건을 파는 상가가 큰길가에 가득하다.
    인천시 옹진군 선재도에 있는 목섬은 매일 사람들에게 문을 연다. 해거름에 싸인 섬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했다.모랫길에는 인적이 끊겼다. /박종인 기자

    시화방조제에서 시작한 나들이 길은 조력문화관과 방아머리항구,동춘서커스단과 그랑꼬또(Grand Coteau·큰 언덕) 와이너리, 탄도항으로 이어진다. 다리를 지나면 선재도와 영흥도도 금방이다. 시화방조제 조력문화관 전망대에서는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전망대 유리 바닥으로 보이는 바다는 아찔하다. 항구에서 맞는 일몰과 탄도항 풍력발전기 뒤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낙조 앞에서 사람들은 애가 탄다. 해풍 맞은 포도로 빚은 달콤한 대부도 그랑꼬또 와인은 국제 대회에서 두 차례 상을 받았다. 대부도에서 꼭 봐야 하는 동춘서커스단은 한국에 하나뿐인 서커스단이다. 세련된 공연이 아니라 추억을 봐야 하고, 보게 되는 곳이다. 2009년 '경영 악화로 폐업한다'고 인터넷에 부고장을 올렸다가"문 닫게 하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무인촌으로 만들겠다"는 시민들 으름장에 부활한 곡예단이다. 동춘은 전국을 떠돌다 2011년 대부도에 정주했다. 여름에는 관중석 400석이 만원이요, 이 추운 겨울 평일에도 50~60명은 꼬박꼬박 관람한다.
    대부도 동춘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는 중국
    청년 량윈. ‘생사륜’이라는 거대한 금속 바퀴
    위에서 묘기를 펼친다.
    단원 대부분이 휴가를 떠난 이 계절,겨울을 지키는 단원 27명은 모두 중국 사람이다. 어른들 틈에 끼여 공연을 하는 한눈에 봐도 어리디어린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들을 보면서 관중은 실수에 관대해 지고 박수에는 아낌이 없다. 광속(光速)으로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안전끈 하나 없이 지상 10m 허공에 몸을 날리는 어린 광대들을 상상해보라. 시인 정현종이 읊었다.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중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하략).' (정현종 '방문객') 저 젊은 영혼들은 하루에 한 번씩 일생을 허공에 던진다. 그래서 상가로 번잡한 섬마을 풍경에 속이 상했다가도 동춘에 들러 애잔한 섬나라와 인생을 반추하며 다시 섬을 떠나가는 것이다. 그 동춘에서 광시성 청년 량윈이 공연을 한다. 스물여섯 살. 서커스를 하기에는 몸이 늙었다. 누구보다 잘하는 황관과, 특출나게 뛰어난 생사륜 두 종목만 공연을 하고 이제 무대 뒤에서 조명을 감독한다. 미래는 깊게 생각해본 적 없다. 설 연휴 때는 TV에도 출연한다. 가끔씩 관객 중에 팬레터 메일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두 달 뒤 고향으로 가면 2년째 열애 중인 애인을 데려와 같이 살고 싶다. 순회공연하면서 재미나게 놀았던 에버랜드는 꼭 데려갈 작정이다. 하고 싶은 기예를 이 나이 되도록 할 수 있고 고향집 부칠 돈도 벌고 있으니"동춘에 살아서 행복하다"고 이 청년이 말했다. 열여덟 살에 이역만리로 떠난 그가 정주한 땅은, 섬이다. ㆍ섬나라 가는 길목, 목섬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대부도에서 선재도로 가려면 선재대교를 건너야 한다. 선재대교 왼편으로 작은 섬 하나가 보인다. 목섬이다. 한자로 목덜미 항 자를 써서 항도(項島)라고도 한다. 전남 완도 청산도에도 목섬이 있고 경남 남해에도 목섬이 있다. 길목에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전남 목포(木浦)의 '목'도 기실은 길목 할 때 목이다. 선재도 새끼 섬인 목섬도 길목에 있는 섬이다. 2012년 미국 케이블 채널 CNN은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에 섬이 3358개 있는데 그중 으뜸은 목섬이다. 썰물이 되면 어미 섬에서 목섬까지 바다가 갈라진다.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에 이런 비경이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상상했으랴." 기준과 관점 차이는 있으나, 목섬은 그만큼 묘하다. 물이 빠지면 다리 아래에서 섬까지 넓고 긴 길이 생긴다. 삽시간에 생기고 삽시간에 사라진다. 길 이름은 목떼미,즉 목덜미다. 대부,선재,영흥도 세 섬 가운데 선재도,그중에서 목섬이 가장 아름답다. 낙조 때 가장 아름답다. 해거름이면 수평선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하늘과 바다가 파스텔톤으로 하나가 된다. 그 무렵 물이 밀려들면 길이 사라지고 섬은 바다로 돌아간다. 뭍을 떠나온 사람들은 겨울 섬으로 틈입해 목숨을 건 중국 청년 량윈 기예를 보며 추억을 구입하고 바다를 바라본다. 문득 섬이 문을 닫는다. ㆍ대부~영흥도 여행수첩
    〈볼거리〉

    1. 동춘서커스단
    주중 오후 2시, 토요일 2시, 4시 30분, 7시, 일요일 2시, 4시 30분 공연. 어른 2만5000원. 홈페이지로 예매하면 1만3000원. circus.co.kr> ☞ http://circus.co.kr/">circus.co.kr ☜ 010-5442-2315 2. 유리성 유리공예 전시 및 체험관. 미술관과 시연장, 아트샵,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어른 1만원. 월요일 휴관. ☞ http://www.glassisland.co.kr ☜ (032)885-6262 3. 조력문화관 시화방조제 한가운데. 전망대에 식당, 기념품점이 있다. 4. 그랑꼬또 와이너리 1954년 대부도에 첫 식재한 캠벨얼리 포도로 만든 와인 제조 및 판매. 쓴맛과 떫은맛은 줄이고 단맛을 부각시킨 와인이다.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011-3, ☞ http://www.grandcoteau.co.kr ☜ (032)886-9873 5. 탄도항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누에섬. 누에를 닮은 조형물과 전시관이 있다. 썰물 때 길이 열린다.
    〈맛집〉
    호남9호
    어마어마한 양의 조개찜 세트 강력 추천. 1인분은 없고, 2인분 7만원부터. 양념 키조개, 해산물, 조개찜, 대하 구이, 칼국수가 나온다. 먹다 보면 다 먹는 팀도 있다지만, 양이 워낙 많다. 일부는 국내산, 일부는 중국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680-4, (032)886-4657
    〈대부도와 영흥도 물때 정보〉

    ☞ http://www.badatime.com/378.html ☜ 목섬과 또 다른 길 열리는 섬 측도의 물때를 알 수 있다. 측도는 물이 빠지면 자동차로 건너갈 수 있다.

    〈기타 정보〉

    1.대부도를 포함한 안산 여행정보:
    tour.iansan.net 2.영흥도와 선재도: www.ongjin.go.kr/tour<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문화 전문기자 sen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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