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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장타 퀸’ 박성현

浮萍草 2015. 12. 30. 18:52
    ‘장타 퀸’ 박성현 “8억여원 벌었지만 백금반지 달랑 하나”
    박성현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3길 대한성공회
    교회 벤치에서 인터뷰 도중 올해 성공 비결을 설명
    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또 하나의 보석을 탄생시켰다. 골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박성현(22)이다. 박성현은 올해 KLPGA투어에서 4승(2015시즌 3승,2016시즌 개막전 1승)을 거두면서 8억5000만 원이 넘는 상금을 벌었다. 지난해 성적(1억2058만 원)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27일 미국으로 동계전지훈련을 떠난 박성현을 지난 22일 만났다. 지난 13일 2016시즌 첫 대회인 2015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 했다. 박성현은 고민 끝에 미국으로 떠나기 전 8곳의 미디어와 종일 인터뷰를 하기로 정했다. 박성현은 이날 오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면서 ‘아너 소사이어티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에 가입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3길 대한성공회 교회에서 박성현을 만났다. 후원사인 넵스가 지원한 승합차에서 내린 박성현은 잇따른 인터뷰로 지칠 법도 했지만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박성현은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게 가장 기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에서 골프를 배운 박성현은 성공하자마자 자신이 아닌 주위부터 둘러봤다. 박성현은 “어릴 적부터 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평소에 여유가 되고 여건이 되면 남을 돕겠다고 마음먹었다”며“생각보다 빨리 올해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소박하고 소탈한 스타일이다. 20대 초반이지만 자신에게 투자하는 데는 무척 인색하다. 명품백 하나 없다. 박성현은“올해 벌어들인 상금 중 나를 위해 쓴 건 반지 하나 정도”라면서“나머지는 엄마가 관리한다” 고 귀띔했다. 박성현은 골프를 혼자 익혔다. 축구선수 출신인 부친은 딸에게 운동DNA를 물려줬지만 전담코치를 붙여줄 만큼 넉넉하지는 못했다. 박성현은 홀로 연습하고, 스스로 깨치는 방식으로 자신을 다듬었다. 지난해에도 혼자 전지훈련지로 갔고, 혼자 고민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올해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 6월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내가 이 정도였나?’라고 놀랐단다. 9월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 첫 승보다 어렵다는 두 번째 우승을 했을 땐‘내가 달라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단다. 박성현은 “좋은 성적이 이어지면서 퍼팅할 때, 첫 홀 티샷을 할 때 긴장되고 떨리던 단점이 없어졌다” 면서“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올 한 해 승승장구했다. 시련에 부딪히면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운 덕분이다. 박성현은 고교 1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드라이버‘입스’가 찾아와 이듬해 국가대표에서 탈락했고, 이후 입스 극복을 위해 2∼3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2년 프로 데뷔를 앞두고 시드전을 치르기 위해 전남 무안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목을 다쳤고, 그해 연습장에서 쓰러져 맹장수술을 받았다. 박성현은 “당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더 잘해서 다시는 시드전에 나오지 말아야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게 됐다”고 기억했다. 2부 투어를 거쳐 지난해 KLPGA투어에 진입했지만 우승 없이 10차례나 컷 탈락이란 쓴잔을 들이켰다. 박성현이 180도 달라진 건 ‘셀프 튜닝’ 덕분. 박성현은 “한창 좋았던 중3 때의 스윙 영상을 돌려봤는데 타이밍이 문제였다. 예전과 달리 스윙이 급해졌고 이로 인해 스윙 리듬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 타이밍을 찾으니 스윙이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진짜 작은 차이였지만 혼자서 해결해야 했기에 엉킨 실타래를 찾는 데 오래 걸렸다”며“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고쳤기에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성현에겐 ‘슈퍼스타 킬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11월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서 박인비에게 대승을 거두더니, 지난 6일 끝난 더 퀸즈에선 일본팀 주장 우에다 모모코를 물리쳤고,13일 막을 내린 2016시즌 첫 대회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박성현은 “훌륭한 선수들과 겨뤄 승리한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걱정도 크다”며“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내년엔 ‘박성현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테미큘라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100일가량 이곳에 머문 뒤 내년 4월 초 돌아온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전지훈련지를 바꿨고,그린 환경이나 연습 조건이 월등히 낫다고 판단해 올해도 미국으로 가게 됐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LPGA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 박성현은 동계훈련 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LPGA투어 KIA 클래식(3월 25∼28일·한국시간)과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4월 1∼4일)에 출전 미국 진출 가능성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박성현은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렸던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1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치며 대회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고 장타자 알렉시스 톰프슨, 미셸 위와 한 조에서 경기하며 비거리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언어, 낯선 환경 탓에 미국 진출을 주저한다. 미국에서 월드스타로 성장한 선배들이 있지만 섣불리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예도 여럿 있다. 기량은 이미 ‘LPGA급’이지만 박성현은 그래서 더욱 조심 스럽다. 박성현은 미국에 머물면서, 앞서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하나같이 어렵다고 토로한 ‘이동’과 ‘잔디’ 적응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여름부터 가을로 이어지는 LPGA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US 여자오픈, 브리티시 여자오픈,에비앙 챔피언십 출전도 노리고 있다. 박성현은 “하지만 LPGA투어에서 우승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미국행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현에게선 독특한 매력이 풍긴다. 짧은 커트 머리,뽀얀 피부,호리호리한 몸매 등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외모다. 게다가 대회 기간엔 늘 바지만 입는다. 박성현은“스커트는 한 번도 입어 보질 않아 자신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바지를 즐겨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소년’을 연상케 하지만, 지난 7일 열린 KLPGA 대상 시상식에선 어깨를 훤히 드러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형. 화끈하고 공격적인 코스 공략은 경쟁자들을 주눅 들게 한다. 여자 선수답지 않은 어마어마한 장타력과 빠른 헤드 스피드를 자랑하고 그린에 볼을 척척 세우는 스핀 능력도 뛰어나다. 돌아가기보다 핀을 직접 공략하길 즐긴다. 팬들을 끌어모으는 비결. 박성현은“시원시원한 남성적 플레이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머리카락이 짧아 남성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나를 겪어본 뒤엔 여성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웃었다. 박성현의 골프백엔 ‘남달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박성현은“‘남달라’는 나를 알아달라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 아니라 ‘남과 다르자’고 내게 얘기하는 뜻을 지녔다”며“중3 때 골프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르게 연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남달라’는 박성현의 팬클럽 이름이 됐다. 박성현의 상징은 파란색. 올해 대회장엔 ‘남달라’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모자와 박성현 이름 석 자가 적힌 플래카드가 넘쳐났다. 내년엔 파란색 물결이 더욱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젠 쫓기는 입장이 됐다. 박성현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기에 준비를 더 잘해야 한다”며“내년엔 한 단계 성장한 박성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터뷰 = 최명식 문화일보 체육부차장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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