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健康ㆍ醫學

턱없는 고비용 비효율 건강검진, 이대로 두고봐야 하나?

浮萍草 2015. 12. 29. 11:22
    한 명의 위암 사망자를 줄이려 4억원의 사회적 비용 들이는 나라
    1000만원 넘는 고가 패키지도 성행… 환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편법진료
    한 여성이 암 검진을 위해 PETCT(양전자 방출 및 전산화 단층촬영)를 찍고있다.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 없음.
    년 같던 필자 지인의 부친이 어느날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안내서를 받았다. 그런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나서 그 다음 날 돌아가셨다. 대장이 찢어진 걸 모르고 집에 와 계시다가 변을 당하신 것이다. 필자의 외사촌 형님은 건강검진 통지서가 나와 검진을 받았는데 전립선 항원수치(PSA)가 높다고 전립선 세침검사를 권유받았다. 조직검사를 받고 전립선암이 나왔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얼마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건강검진이 정말 필요할까 궁금증이 생긴다. 외래진료를 할 때 젊고 건강한 사람들인데도 초음파나 CT(컴퓨터 단층촬영) 등 방사선 검사와 내시경 검사 항목이 한 화면에서 다 안 보일 정도로 검사를 많이 받은 환자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2000년에 채 3000명 정도에 불과하던 갑상선암 환자가 2014년에는 5만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갑상선암을 이렇게 많이 미리 발견해 내도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지도 못한 채 오히려 불안과 공포,과도한 수술과 이로 인한 수술 후유증 등 부작용만 커졌을 뿐이다. 더욱이 이런 불필요한 검진을 하느라 매년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ㆍ2600명이 덜 죽은 代價?
    다른 암의 경우도 갑상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주도로 시작한 암 조기검진 사업 초기인 2000년과 2012년의 암환자 사망자 수를 비교해 보면 대장암, 유방암,폐암,간암의 경우 암 조기검진으로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검진을 시작하던 때와 비교해 이들 암의 사망자 수가 줄지 않았다. 즉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대장암과 유방암은 2.8배, 폐암은 1.7배 증가하였고,사망자 수도 그와 비례하여 증가한 것이다. 이 원인은 서구식 식습관이나 흡연 등 발암인자(發癌因子)가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연적으로 암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데다가 미세한 암까지 많이 발견 하게 되어 전체 암환자는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암 사망자 수는 줄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위암의 경우는 암 조기검진 사업 이후 사망자 수가 조금씩 줄어들어 사업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2000년 2만명 정도에서 2014년 3만명 정도로 암환자가 늘었으나,사망자 수는 1만1500명에서 8900명 정도로 줄었다. 2600명이 덜 죽은 셈이다. 그러나 이 성과 모두를 조기검진 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내시경 검사비용이 5만원이고, 검사 시 암을 발견할 확률이 0.3%이다. 검진으로 암을 발견한 경우가 전체 환자의 7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이런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불한 금액은 검진사업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순수 위내시경 비용만 해도 무려 3500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증상이 있어 진료한 경우와 조기검진으로 발견한 경우를 비교할 때 사망률이 30%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으므로 실제로 검진으로 살린 효과는 760명에 불과 하다. 즉 760명의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3500억원의 비용이 들었으므로 한 명의 위암 사망자를 줄이느라 우리 사회가 4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드문 암을 미리 찾아내려면 비용에 비해 찾아내는 환자는 적고 찾아내도 진행이 빠른 암이라 사망자 수를 줄이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특히 잠재적인 암 저장고가 많은 암인 갑상선암이나 전립선암 같은 경우는 검진을 하면 할수록 환자 수만 증가할 뿐 사망자 수를 줄이지는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암에 관해서 검진이 주는 효과는 한마디로 고비용 저효율인 셈이다. ㆍ허영심 자극하는 高價 패키지
    그럼 일반검진의 경우는 어떤가? 당뇨병,고혈압 등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하나 이를 위해 2년마다 한 번씩 모든 검사를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다. 의사와 면담을 하고 혈압측정과 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도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갈라 낼 수 있다. 위험한 사람만 좀 더 세밀히 검사해 보면 병이 더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공단 검진이나 사적인 건강검진은 이런 절차를 역행해 행해지고 있다. 즉 피검자의 개별적인 필요는 고려치 않고 너무나 많은 검사를 너무나 자주 받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과도한 방사선에의 노출,검사에 따르는 고통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대형병원과 전문 건강검진 업체에서 행해지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에서 극에 달한다. 최소 수십만 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는 검진 패키지를 팔고 있다. 비싼 패키지일수록 온몸을 더 샅샅이 훑을 수 있어 더 좋은 것처럼 선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 부자나 사회지도층들은 서민들과는 차별화한 명품패키지를 받아야 할 것처럼 허영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비싼 프로그램일수록 검사비가 비싼 것들이 들어 있고 호화스런 환경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환자를 위한 건강검진이 아니라 환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부족한 수입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 놓은 편법진료라 할 수 있겠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 위해서 언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각 학회마다 건강강좌라든가 지역주민 대상의 무료진료,핑크리본 캠페인 등도 그런 불순한 의도가 다분하게 들어 있는 사업이다. 언론 매체들도 각종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불안감을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검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되었다. 심지어 직장검진이란 것이 생겨나 20대 젊은 사람들까지도 매년 수많은 검사를 받고 있어 모든 연령층에서 건강검진이란 이름하에 온갖 검사가 아무런 규제도 없이 행해지고 있다. 이제 정부가 주도하고, 모든 의료기관에 확산된 모든 형태의 건강검진의 실태를 공정하게 조사하고 평가할 때가 되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해 놓은 업적을 자랑하고 싶을 것이고 계속할 명분을 세우고 싶을 것이나 드러나는 증거는 그렇지 않다. 단적인 예로 정부는 암 검진사업 때문에 생존율이 늘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죽지 않을 미세한 암을 찾아내 암 발생자 수가 늘었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일 뿐,실제 국민건강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에는 중립적인 입장의 예방의학자들이나 통계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ㆍ검진비용을 요양급여로 지불하도록 해야
    지금의 건강검진은 고비용 비효율적이며 과도한 검사에 따른 폐해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방사선 노출도 문제가 되고 내시경 검사에 따른 위험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검진제도를 확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검진제도는 정부 주도하의 검진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즉 건강검진도 현행 의료보험 아래 진료의 한 형태로 인정함으로써 검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요양급여로 지불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검진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1차 의료기관에서 먼저 의사의 면담과 진찰을 받은 후 그 의사의 소견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이다. 만일 2차나 3차 기관에서 받아야 하는 검사가 있다면 환자를 상급기관으로 보내서 검사를 받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받지 않게 되고 검사비용도 보험수가로 적용되기 때문에 줄어들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검진항목을 심사평가할 수 있어 과도하거나 중복된 검사를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검진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폐합할 수 있어 정부로서도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물론 공무원노조는 반발하겠지만! 특히 사설 검진센터에서 행해지는 고비용의 검사들도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우리나라 전체의 의료비 증가도 막을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생각하고 국가 의료재정을 줄이고자 한다면 진실에 입각한 단호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글 | 이용식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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