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生活ㆍ科學ㆍ經濟

동·서양식 변기, 뭐가 더 나을까

浮萍草 2015. 12. 19. 18:26
    양변기는 더럽다? 재래식 변기가 변비에 좋다?… 의학적 근거 따져보니
    여성은 재래식 선호하기도 "남 앉은 곳에 앉기 싫어… 성병·질염 걸릴 것 같아" 의학계 "근거없는 오해…감염 가능성 거의 없어"
    변비 개선에 도움 된다? 한쪽선 "쪼그려 앉는 게 배변 원활하게 유도" "항문·직장 간 각도에 큰 차이 없어" 주장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미동초등학교를
    찾아 재래식 변기에 앉는 시늉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서울 미동초등학교를 찾아 화변기(和便器·재래식 변기)에 쭈그려 앉는 시늉을 하며"아직도 재래식 변기를 쓰는 학교가 40%나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발표한'전국 초·중·고 화장실 실태 조사'에서"전체의 40% 가량이 여전히 화변기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변기는 쭈그려 앉는 자세가 불편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꺼린다. 그런데 성인 여성은 종종 공중화장실에서 양변기보다 화변기를 선호한다. 양변기는 비위생적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김나영(35·회사원)씨는 "남의 궁둥이가 닿은 변기에 굳이 앉고 싶지 않아 재래식 변기를 찾는다. 여성은 변기를 통해 성병이나 질염, 방광염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화장실협회의 지난해 조사가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이은주 한국화장실협회 사무처장은"전국 공중화장실 이용자 65명을 대상으로 동서양식 변기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여성의 32%, 남성의 18%가 동양식 변기를 선호한다고 밝혀 여성이 남성보다 동양식 변기 선호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동양식 변기 선호 이유로는 "신체 접촉이 적어 양변기보다 위생적일 것 같다"는 답변이 주를 이뤄 "편리 해서"라는 서양식 변기 선호 이유와 대비를 이뤘다. 양변기가 화변기보다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인식에 의학적 근거가 있을까? 여러 의학 전문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엄중식 한림의대 감염내과 교수는"양변기와 화변기가 세균 감염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양변기 시트에 세균이 묻어있더라도 접촉으로 정상적인 피부를 뚫고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면서"오히려 양변기에서 조심해야 하는 건 용변을 본 뒤 뚜껑을 덮지 않고 물을 내리면 물이 튀면서 배설물의 세균이 밖으로 튀어오를 가능성"이라고 했다. 여성들이 우려하는 성병과 질염·방광염 감염 가능성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탁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는"성병에 걸리려면 여성 생식기와 성병균이 직접 접촉해야 하는데 설령 변기에 균이 묻어있더라도 변기에 앉는 것만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방광염 역시 변기의 균이 요도 까지 들어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도"질염은 남에게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병이므로 변기의 균 때문에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성병은 성 접촉을 통해 걸리는 병이어서 주변 환경 때문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변비 환자에겐 재래식 변기가 양변기보다 낫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업체 '스쿼티 포티(squatty potty)'는"변기가 발명되기 이전의 '자연스러운' 배변 자세인 쪼그려 앉는 자세가 배의 압력을 증가시키고 항문과 직장(直腸) 간 각도를 넓혀 배변을 쉽게 한다"면서 쪼그려 앉는 자세를 만들 수 있는 변기용 발판을 판매한다. 이 업체가 만든 홍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000만건 넘게 조회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변비 개선에 재래식 변기가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전문가 주장은 엇갈린다. 조용걸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원장은"논문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임상적 으로 볼 때 양변기보다 재래식 변기에 앉는 게 복압을 증가시키고 항문·직장 각을 넓힌다"면서 "직장이 막히거나 열리지 않는 출구 폐쇄형 변비 환자에겐 쪼그린 자세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조 부원장은 "단, 심인성 변비 등 다른 종류 변비 환자에겐 자세를 바꿔도 효과가 없다"고 했다. 반면 이석환 강동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변비 환자들에게 배변 조영술을 해 보면 쪼그리고 앉았을 때와 의자에 앉듯이 앉았을 때의 항문·직장 각에 큰 차이가 없었다. 재래식 변기가 배변에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아람 조선일보 주말뉴스부 기자 aramu@chosun.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