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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毒, 舊大陸의 地雷 인가 新大陸의 復讐인가

浮萍草 2015. 12. 22. 11:33
    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서쪽으로 64㎞ 지점에 있는 도시 장크트푈텐에서 기이한 유골이 나왔다. 
    성당 터에서 발굴된 유골은 사망 당시 나이가 6~8세 정도로 추정됐는데 어금니가 뽕나무 열매 오디처럼 오돌토돌했다. 
    앞니는 가운데가 푹 들어간 톱니 모양이었다. 
    선천성 매독의 대표적인 증세다. 
    빈 의대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생물학과 임상 인류학 저널'에"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돌아오기 이전에 이미 유럽에 매독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
    했다. 
    아이의 유골과 콜럼버스는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매독은 지독한 성병(性病)이다. 
    심하면 뇌졸중,정신이상에 이어 죽음에까지 이른다. 
    유럽에서 매독이 처음 기록된 것은 1495년이다. 
    프랑스 왕 샤를 8세가 나폴리 왕위 계승을 놓고 이탈리아를 침략하자 유럽 전역에서 일확천금을 노린 용병(傭兵)이 몰려왔다. 
    학살과 강간을 일삼았던 병사들이 매독에 걸리면서 전 유럽으로 병이 퍼졌다. 
    그로부터 항생제 페니실린이 나온 1943년까지 450년 가까이 유럽에서 매독으로 10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간 페스트 이후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ㆍ페스트 후 유럽 최악 전염병 매독
    콜럼버스가 카리브海서 病菌 유입
    나쁜 것은 무조건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인들은 매독을 프랑스군에서 생겼다고'프랑스병'이라 불렀다. 프랑스군은 적군에게 화살을 돌려 '이탈리아병' 또는'나폴리병'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인들은 다시 '스페인병'이라 했다. 정답은 아마 '스페인과 이탈리아 연합병'쯤 된다. 콜럼버스 때문이다. 매독이 퍼지기 직전인 1493년, 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콜럼버스가 스페인 카스티야 왕국 이사벨 여왕의 후원을 받아 신대륙 카리브 해를 탐험하고 돌아왔다. 학자들은 콜럼버스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대륙에서는 매독으로 변형된 치아와 뼈를 가진 유골들이 많이 발굴됐는데,연대가 유럽에 매독이 퍼지기 이전 것들이 수두룩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ㆍ신대륙 탐험 전 遺骨에서 매독 흔적, 유럽에 잠복하던 질병이란 반론도
    결정적인 증거는 2008년 나왔다. 미국 에머리대 크리스틴 하퍼 교수팀은 매독균의 DNA 변화를 분석해 기원을 찾았다. DNA는 시간이 갈수록 돌연변이가 생기는데 그 비율을 역추적하면 언제 어디서 해당 DNA를 가진 생물이 출현했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유럽인을 괴롭힌 매독균이 1만6000년에서 5000년 전 사이 신대륙에서 출현했음을 입증했다. 콜럼버스 일행이 신대륙에서 매독균이라는 벌집을 건드려 유럽까지 따라오게 한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번 유골처럼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이전 시대의 유골에서 매독의 흔적이 잇따라 발견됐다. 작년 크로아티아에서는 로마시대의 매독 환자 유골을 발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선(先) 콜럼버스' 가설은"매독은 유럽에 이전부터 있었고 다만 사람들이 한센병과 같이 비슷한 신체 변형을 일으키는 질병과 구분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다면 매독은 구대륙에 오랫동안 잠복해온 '전염병 지뢰'인 셈이다. 하지만 학계는 아직 콜럼버스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콜럼버스 이전의 매독 환자 유골이 너무 적다. 유골의 연대 측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1년 에머리대 연구진은 선콜럼버스설의 근거가 된 연구논문들이 대부분 해안 지역에서 발굴된 유골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안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해양 생물은 깊은 바다에서 온 오래된 탄소동위원소를 많이 흡수한다. 생전 이런 해산물을 먹은 사람 역시 유골에 동시대보다 더 연대가 오래된 깊은 바다의 탄소동위원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이나 고생물학에서는 해안 지역에서 연대 측정을 할 때 이런 '해양 저장소 효과'를 감안해 보정한다. ㆍDNA 연구는 콜럼버스 起源 뒷받침 유럽 천연두에 당한 신대륙의 복수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매독 자체의 변이 과정도 신대륙 기원설을 뒷받침한다. 처음 매독이 유럽에 퍼졌을 때는 병세가 지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인의 몸은 매독에 아무런 대비책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매독의 독성이 약해졌다.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는 질병이어서 눈에 띄는 병세를 가진 사람과의 접촉을 삼갔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에는 처음보다 독성이 약한 균들이 살아남았다. 유럽에 원래 있던 병이라면 그런 급격한 변이 과정을 겪을 수 없다. 어쩌면 매독은 유럽에 대한 '신대륙의 복수'일지 모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총 균 쇠'에서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1532년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불과 168명의 병력 으로 8만 대군의 잉카 제국을 정복한 데에는'쇠'로 만든 무기와 '총'의 위력에,콜럼버스 이래 유럽인들이 퍼뜨린 천연두라는 '균'의 선제공격이 큰 몫을 했다고 썼다. 천연두는 소에게서 사람에게 전염된 질병이다. 유럽인은 오랜 목축을 통해 천연두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갖게 됐지만 가축이라곤 라마밖에 없던 잉카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왕위 계승자가 천연두로 목숨을 잃으면서 내란을 겪은 잉카 제국은 이미 피사로에게 대항할 힘을 잃은 상태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유럽인이 퍼뜨린 전염병으로 죽어간 신대륙 인구를 콜럼버스 이전의 95%로 추정했다. 오늘날 세상이 15~16세기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다. 중동 사막의 낙타에게서 유래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순식간에 대륙 반대편 우리나라를 공포에 빠뜨릴 정도다. 또 다른 자연의 복수를 부르지 않도록 삼가고 또 삼갈 일이다.
           이영완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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