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生活ㆍ科學ㆍ經濟

"통일시대 이산가족 찾기, 법의학에 맡겨주세요"

浮萍草 2015. 12. 11. 10:16
    11회 과학수사大賞 이숭덕 교수
    "대한민국의 법의학은 미국 CSI(과학수사대)와 기술에선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건 과학수사 제도가 미비하고 국민 신뢰가 낮기 때문입니다." 이숭덕(52)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주임교수는"국내 법의학의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소통에 있다"고 했다. "법의학자의 검시(檢屍)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어요. 문제는 법의학자의 소견이 수사 당국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과학적 수사 결과를 믿지 않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서울 연건동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실험실에 선 이숭덕 교수. 이 교수는 “학자로서 제 본업은 교육과 연구”라며 “훌륭한 법의학자를 많이 길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 ㆍ가장 아쉬운 검시는 '유병언 사건' DNA확인돼도 '피살說' 음모론 믿어
    28년간 숱한 강력 사건의 해결을 도운 그가 최근 경찰청이 주는 제11회 과학수사대상 시상식에서 법의학 분야 대상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 매년 100차례 부검하고 경찰의 과학수사에도 수시로 조언한 공로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사망(2010),이태원 살인(1997),치과의사 모녀 살인(1995),강경대 폭행치사(1991) 등 굵직한 사건 검시에도 참여했지만 그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과장하지 않았다. 무용담을 늘어놓는 법도 없었다. "강경대 폭행치사 사건은 대학원 때 선생님'가방모찌'하며 곁에서 지켜본 것뿐"이라거나"김훈 중위 사건은 참여한 게 맞지만 부검은 후배가 했다"며 겸양(謙讓) 했다. 198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가 돈벌이도 안 되고 당시엔 이름도 생소한 '법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드라마 같은 특별한 사연은 없다"고 했다. "국내 1호 법의학자인 문국진(90) 선생님이 제 고모부뻘 되는 친척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뵙고 인사드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분의 영향을 받으며 법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 교실 주임교수.
    /장련성 객원기자
    ㆍ국내 법의학자, 절대 부족한데 돈이 안돼 기피하는 현실이 씁쓸해 이숭덕 교수
    그는 자신이 참여한 여러 검시 가운데 가장 아쉬움이 큰 사건으로 지난해 유병언 사망을 꼽았다. "시신 발견 후 부검 23일 만에 치아와 DNA 검사에서 유병언으로 최종 확인이 됐어요. 그런데도'유병언이 아직 살아 있다'거나'살해 당했다'는 식의 음모론을 지금까지 믿는 사람이 있으니 답답해요. 시신 발견 때부터 법의학자가 현장에 참여했다면 더 빨리 결과가 나오고 불신도 줄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죠." 최근 과학수사 관련 드라마의 인기 덕에 늘어난 법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의대 졸업생 가운데 법의학자를 하겠다는 지원자는 여전히 드물다. 서울대 의대에서도 법의학 전공 대학원생은 두 명뿐이다. "국내 법의학자는 60여명에 불과해요. 200명 이상 필요한데 정부의 지원이 없어요. 돈 버는 직업이 아니니 기피할 수밖에요." 법의학 가운데서도 그의 전공은 DNA 검사로 수사 정보를 얻는 법의유전학(法醫遺傳學)이다. 그는 요즘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범죄 현장에 남은 DNA를 분석해 범인 정보를 얻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10년부터 강력 범죄자의 DNA를 보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온 DNA가 그중에 없으면 미궁에 빠지기 쉬워요. 그래서 어떤 DNA이건 나이·인종·생김새 같이 수사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수사와 무관한 DNA 정보가 드러날 수 있으니 인권 침해"라는 비판도 있다. "빈틈없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을 고민해야지,문제가 있다고 아예 하지 말자면 어떡하나요."
    그는 2007년부터 제주 4·3 유해 발굴에도 참여,DNA 검사로 시신 80여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통일시대에는 이산가족을 찾는 데도 DNA 검사가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서구처럼 DNA 분석을 사회 안전망의 하나로 보면 활용할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글=김승재 기자 / 편집=최원철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