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만 따지기보다 맛있게! 즐겁게!
 | "치료하는 동안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하고 무슨 음식은 먹으면 안 되나요?”“
고기를 먹으면 암이 커진다고 하는데,고기 먹어도 되나요?”
“○○○이 암에 좋다는데 먹어도 되나요?”
진찰실에서 새로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환자와 가족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다양한 연구와 언론의 보도를 통해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 등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한 개인도 과도하게 염분, 당분,동물성 지방과 단백질 섭취하면 암 발생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의 발생 위험까지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과도한’ 이라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진행성 암으로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식욕부진,오심,구토,미각이나 후각의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음식물 섭취는 줄어들게 된다.
또한 위장관계 종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수술로 인해 위장관 길이가 짧아지기도 하고,항암치료 후 설사와 같은 부작용이 동반
되어 흡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종양 자체의 영향으로 식욕 부진,근육량 및 피하지방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항암치료 동안 체중 감소가 환자의 치료 성적 및 생존 기간에 끼치는 악영향의 정도는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음식 섭취를 통해 암이 악화되는 것보다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어도 항암치료 동안에는 암에 좋다는 음식을 환자에게 억지로 먹이는 것보다는 환자 입맛에 맞는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어 가능한 필요 열량을
채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성 질환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진행해 왔던 엄격한 식사 조절 또한 항암치료 시기에는 피하고,항암치료가 완료된 후 다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일반적으로 암에 좋다는 음식만을 골라 편향되게 섭취하는 식습관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이 더 권장되고 있다.
과도하게 육류 섭취를 제한하며 채식만 고집하는 것은 환자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피하지방 및 열량을 채우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음식의 맛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염분 섭취 등을 제한한다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음식 섭취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환자의 입맛에 맞게 조리를 하여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암 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암을 극복하는 것은 환자 본인이지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환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다양하고 균형 잡힌 음식재료 및 조리법을 택하여 환자가
즐겁게, 맛있게 먹고 힘을 내어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음식이 진정으로 암을 이겨내는 음식이다.
☞ Vol 3155 ☜ ■ 이현정 동국대학교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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