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한식의 탄생

[31] 잡채

浮萍草 2015. 10. 28. 12:25
    광해군이 즐긴 잡채… 면은 없었다
    면(唐麵)과 야채와 고기가 어울린 잡채(雜菜)는 잔칫날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지금은 잡채 하면 당연히 당면이 들어간다고 알고 있지만 잡채에 당면이 들어간 것은 1920년대 이후 일이다. 이전의 잡채는 고기와 야채만을 섞어 먹는 음식이었다. 조선 중기 문신 성현(成俔)이 1525년에 쓴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잡채로 손님을 대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잡채에 관한 현재까지 확인된 최초의 기록이다. 식탐(食貪)으로 유명했던 광해군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바친 이충(李冲)은 호조판서까지 벼슬이 올랐다. 이충이 진상한 음식 중 광해군은 잡채를 특히 좋아했고그래서 사람들은 이충을 '잡채상서(雜菜尙書)'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잡채 조리법은'음식디미방'(1670년)에 처음 나온다. 꿩고기와 송이버섯,오이,무,두릅 등 20여 가지 재료를 사용한 화려한 음식이었다. 잡채에 당면이 등장하는 것은 '조선요리제법'(1921년)부터다.
    당면은 중국 산둥성에서 300년 전 녹두전분으로 만들어진 면이다. 중국어로는 펀쓰(粉絲)로 부른다. 국내에는 1920년 황해도 사리원에 처음 당면 공장이 세워졌고,이후 당면은 잡채와 냉면에도 이용된다. 하지만 당면이 들어간 잡채는 당시에는 주로 중국요릿집에서 먹던 음식이지 일반 가정에서는 먹지 않았다. 1937년 중일전쟁이 시작되면서 서울의 중식당이 문을 닫자 우동,잡채,탕수육이 사라졌다는 기사(1937년 9월 19일자 동아일보)가 나올 정도로 잡채는 중식당 간판 메뉴였다. 당면잡채가 우리 식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건 1960년 중반 이후 본격화된 분식 장려운동의 영향이다. 이때부터 당면은 잡채와 순대에 주재료로 사용됐다. 부산 국제시장의 명물 비빔당면도 이때 탄생한 음식이다.
    Premium Chosun ☜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