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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라 사는 게 제 멋인가요?

浮萍草 2015. 10. 16. 17:06
    달 초, 미국 감염병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샌디에이고로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 가는 미국이라 조금 긴장됐지만,한편으로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기대도 컸다. 
    공항에 내려 입국 절차를 밟고 짐을 찾았다. 
    정신없는 30분을 보내고 공항 밖으로 빠져나오자 실감이 조금 났다. 미국이었다.
    너무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섞여 살았고 노숙인들이 많았으며,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람들이 꽤 친절했다. 
    이런저런 문화적 자극을 받고 있을 때쯤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그들의 차림새였다.
    그들에게는 유행이라는 게 없어 보였다. 
    누구든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옷을 골라 입고 나온 듯했다. 
    비니를 눌러 쓴 할아버지도 통이 큰 청바지를 입은 어린 여자아이도 요란한 색깔의 티셔츠를 입은 중년의 남성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덕분에,학회에 참석하는 시간 외에는 까만 반소매 티셔츠에 대충 고른 청바지와 운동화 한 켤레로도 기죽지 않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닷가에서 본 노부부의 뒷모습이다. 
    할아버지는 주황색과 흰색의 줄무늬 카라 티셔츠를, 할머니는 민트색과 회색의 줄무늬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둘 다 회색 톤의 반바지 차림이었고 할아버지는 운동화,할머니는 무려 '쪼리'를 신고 있었다. 
    그들 나름의 커플룩을 입은 듯 보이기도,'바다에서 내 기분을 가장 좋게 해 줄 옷'을 골라 입은 듯 보이기도 했다. 
    과대 해석일 수는 있지만, 어쨌든 자유로웠고 편안했다.
    뷰티,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기자도 물론 남들이 쓰는 화장품이 뭔지 궁금하고,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라 생각할 때도 있고 머리 스타일이나 옷을 고를 때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곤 한다. 
    그렇지만 너도나도 유명인이 썼다는 화장품에 혈안 되고 백화점 쇼윈도에 걸린 멋진 가방이'위시 리스트'1순위에 오르고, 연예인을 닮으려 성형외과에 발을 내딛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국어사전에 적힌 아름답다는 말의 정의는'음향,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이다. 
    즐거움과 만족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 자신에게 선물할 것인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기꺼이 바칠 것인지를 말이다.
    
    Health Chosun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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