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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소동파 (9)

浮萍草 2015. 10. 15. 10:04
    술 한잔에 고기 한점만 먹기로 한 소동파, 귀한 손님이 올 땐?
    동파는 해남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사면령을 받아 귀로에 오르면서 ‘3가지 양생에 대한 다짐(記三養)’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동파거사는 오늘부터 술 한 잔에 고기 한 점 이상 먹지 않겠다. 
    귀한 손님이 와서 성찬(盛饌)을 해야 할 경우에는 술 세잔에 고기 세 점으로 늘리겠다. 
    그보다 적게 먹으면 먹었지, 더 많이 먹지는 않을 것이다. 
    초대를 받은 경우에는 미리 이 원칙을 사전에 상대방에게 알리겠다. 
    상대방이 따르지 않고 이보다 더 많이 먹자고 하면 초대에 응하지 않겠다. 
    하나, ‘안분자족(安分自足)’함으로써 복(福)을 기르겠다. 
    둘, 위장을 넉넉하게 비워둠으로써 기(氣)를 기르겠다. 
    셋, 돈을 아껴서 재물을 키우겠다.”
    동파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중원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기분이었을 것인데,앞으로는 반드시 욕심 없는 무욕(無慾)의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한 것이죠. 
    어떻습니까. 
    깊은 뜻이 담겨져 있지 않나요? 
    그리고 유머러스한 면도 엿볼 수 있는데 동파의 생활에는 유머가 따랐다고 합니다.
    소동파 석상/조선일보 DB
    ㆍ소동파의 유머
    유머는 양생수련의 핵심으로서 삶과 우주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으로 찾아낸 긍정의 힘입니다. 동파의 유머에는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타인과 함께 하는‘여민동락(與民同樂)’의 즐거움입니다. 동양에서 유머는 ‘해학(諧謔)’이라고 합니다. ‘해(諧)’는 ‘화(和)’로서 ‘조화(調和)’를 의미하는 것이죠. ‘학(謔)’은 ‘희(戱)’와 ‘락(樂)’으로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 웃음을 자아내는 언행’을 의미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해학’이란 타인과의 조화, 나아가 대자연과 우주와 어울려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하는 언행으로 볼 수 있지요. 그리고 동파는 가난한 서민들의 친구였습니다. 물론 유배시절에는 자신도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극빈층이었죠. 황주의 귀양살이 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동쪽 산비탈’에 직접 밭을 개간하고 손수 농사를 지었는데,‘동파(東坡)’라는 그의 호는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 스스로 지은 호는 ‘역경과 고난의 긍정적 의미 찾기’를 상징했던 것이죠. 그의 글에서 엿보이는 ‘즐거움’과 ‘호방함’의 ‘웰빙 생활’의 이면에도 그렇게 절박한 현실의 괴로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황주에서 돼지고기 값이 엄청 싸다는 사실을 알고는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중요리법을 개발하였는데,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저육송(豬肉頌) ’이라는 재미난 노래를 만들어 누구나 따라 부르게 하였습니다. 黃州의 맛좋은 돼지고기 값은 똥값처럼 싸지만 부자는 먹으려 하지 않고 가난한 이는 삶는 법을 모르네 적은 물에 돼지고기를 넣고 천천히 익히며 불 기운이 한참 되면 저절로 아름다워진다네 매일 아침 한 사발씩 따라서 배불리 먹으면 스스로 가군이 된다네 ㆍ소동파의 유머의 특징, 두 번째는?
    둘째, 동파의 유머에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유머는 특히 역경과 고난에 직면한 돌발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 수상도 “유머가 풍부할수록 위기에 강하다”고 하였죠. 유머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삶과 우주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으로 찾아낸 ‘긍정의 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때문에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가장 비통한 성격이라 해도, 동파의 유머는 인간의 어리석고 조급한 마음을 순간적으로 따스하게 어루만져 역경과 고난에도 분명 밝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여유를 되찾게 하여 줍니다. 임진왜란 때의 이항복도 마찬가지였죠. 셋째, 질병에 걸렸을 때일수록 더욱 유머를 찾았다고 합니다. 아플 때 유머는 괴로움을 덜어주고 빨리 낫게 해 주는 묘약이 되지요. 문병을 간다면 유머 몇 가지는 준비해야겠죠. ㆍ아플 때 유머를 찾으면 덜 아플까?
    멀리 귀양을 와서 병까지 생겼다면 얼마나 서럽고 원통하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런 마음이면 병이 더 심해지고 잘 낫지 않지요. 동파의 글은 참 재미있습니다. “안질에 걸렸도다. 어떤 이가 회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구나. 나는 그의 말을 듣고자 하였으나 ‘입’이란 녀석이 자꾸만 안 된다고 하네? 나는 그대의 입이오. 저 녀석은 그대의 눈이요. 그런데 그녀석만 잘 대해 주면서, 나는 어찌 이리 박대한단 말이오? 저 녀석이 아프다고 나를 굶기다니, 나는 싫소이다! 동파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도다. 입이 눈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누나. 앞으로 내가 오랫동안 아프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자네가 사물을 보는 걸 막지 않음세.” 눈병에 걸려 눈이 빨개지자 누군가 회를 먹지 말라고 했는데,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갑자기 회가 더 먹고 싶어진 모양입니다. 장난기 많은 동파는 자신의 ‘입’이 투정하는 목소리에 스스로의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죠. 사실 유배 온 처지에 병까지 걸린 사람이 진짜로 유쾌할 리는 없지만 고난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하고 매사에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열도 오르지 않아서 눈병이 덜해지죠.
    Premium Chosun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 kyjjc1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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