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수란채

浮萍草 2015. 9. 30. 21:20
    동 하회마을 류성룡 선생의 14대 종부인 최소희(88) 씨는 경주 최부잣집의 둘째 딸로 미식가인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남다른 손맛을 지녔다. 종부 최 씨가 귀한 손님이 오실 때 내는 건강음식이 수란채다. 수란채는 직접 갈아 만든 잣,소금,식초,설탕으로 만든 국물에 해삼,문어,전복,대게,각종 채소와 쑥갓을 넣고 뜨거운 물에 익힌 수란을 띄워 먹는 최부잣집의 전통 음식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방문했을 때와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문 시에 수란채를 대접하였다. 수란채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잣을 숟가락으로 으깨어 식초를 조금 넣고 물을 붓고 망에 3번 정도 반복하여 걸러낸다. 마지막 내린 잣즙에 소금,식초,설탕을 넣어 새콤달콤한 잣즙을 만든다. 석이버섯은 뜨거운 물에 불리고 당근은 꽃 모양으로 예쁘게 자른다. 대게는 삶아 다리 살을 발라낸다. 문어는 삶아 얇게 저며낸다. 미나리는 그대로 살짝 데치고 홍고추는 먹기 좋게 자른다. 달걀을 숟가락 뒷부분으로 톡톡 쳐서 작은 구멍을 내서 물이 끓으면 천천히 달걀 껍질을 깨서 넣어 흰자가 너무 풀어지지 않게 숟가락으로 모으면서 반숙란을 만든다. 보들보들한 대게의 다리 살과 찌거나 데친 여러 가지 채소를 그릇에 모양 있게 담은 후 수란이 흐트러지지 않게 얹고 그 위에 잣즙을 뿌리고 꽃 모양의 당근을 얹어낸다.
    수란채는 새콤달콤하면서 고소한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이 조화를 잘 이룬 건강식이다. 수란채는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는 경상도 음식 맛과 달리 자극성이 없고 담백하다. 집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조선 숙종 때 높은 학문과 효자로 알려진 인묵재 손성증 선생의 12대 종갓집 별미인 수란채는 싱싱한 달걀,문어,해삼,다진 쇠고기,미나리,실파 등을 잣 국물에 30분 정도 맛을 배게 한 다음 먹는다. 수란은 끓는 물에서 달걀을 겉만 살짝 익혀 만든 것으로 새콤달콤한 잣 국물과 수란, 쫄깃한 문어가 입안에서 새로운 맛을 낸다. 경남 거창군 초계 정씨 문간공 정온 종가의 수란채는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달걀을 깨뜨려 넣어 반숙을 만들어 찬물에 헹궈 차게 식혀 둔다. 고깔을 뗀 잣에 식초와 소금을 조금 넣고 갈아 물을 부어 잣 국물을 만들어 놓는다. 녹말가루를 입혀 살짝 데친 쑥갓,물에 불려 채 썬 석이버섯,데친 미나리를 준비한다. 삶은 문어는 편으로 썰어 놓는다.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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