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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신동빈 롯데 회장이 3차례 사과한 후에도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

浮萍草 2015. 8. 14. 10:06
    지의 재벌 총수가 3번이나 사과했다. 
    허리를 90도 각도로 꺾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읊조렸다. 
    한 사안을 갖고 이렇게 3번이나 사과한 재벌 총수가 있었을까.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구속되면서도 총수들은 ‘형식적인’ 사과만 했었다.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은 3번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번이나 교도소 생활을 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기자들에게 대놓고 형인 이맹희 회장에게 ‘막말성’ 얘기를 쏟아 부은 적이 있다. 
    이들 총수들은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횡령이나 배임 등 범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가족간의 볼썽 사나운 ‘전(錢)의 전쟁’을 일으켰을 뿐이다. 
    재벌가에서 형제간 골육상쟁은 다반사로 일어났다. 
    재산싸움을 하지 않은 재벌을 찾는 것이 쉬울 만큼 재벌가의 분쟁은 일상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심지어 정부까지 ‘롯데 때리기’에 나섰다. 
    신 회장으로서는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재벌 총수가 사과자리에서 직접 기자들의 일문일답을 주고 받은 것은 신 회장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성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8월 11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왜 롯데와 신 회장에게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을까. 신 회장으로서는 조금은 ‘억울’해 할만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일본에서 성장한 2세들의 골육상쟁은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분란을 일으킨 장남은 한국말이 아닌 ‘일본어’로 인터뷰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이는 롯데가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의 논쟁으로 옮겨갔다. 신 회장은 분명한 어조로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강조 했다. 한국 롯데는 국내 매출이 80%를 넘고 고용 역시 협력업체 포함 35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어떻게 국내 기업이 아니냐는 논리다. 어눌한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발음은 그렇다 쳐도 가족간 대화는 모두 일본어라는 사실에 민심은 다시 화나게 했다. 지하철 노선도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 역시 한국기업과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얘기가 더 신 회장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특히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호텔 롯데의 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 회사라고 밝혀져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이들 회사는 신격호 총괄 회장 일가와 일본 계열사, 사원주주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일본 회사가 아니냐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신 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호텔롯데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배 구조를 단순화 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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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곳곳에 배어 있는 롯데의 '갑질 문화'
    ▲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부회장이 11일 밤 11시
    25분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데그룹 문화는 어떤가. 롯데 그룹은 지금까지 늘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 흔한 ‘갑질 문화’가 그룹 곳곳에 베어 있었다. 뒷돈을 챙겨주지 않고서는 롯데 그룹에 납품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비밀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주력 계열사 사장까지 먹이사슬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신 회장 역시 그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감사 기능을 강화, 먹이사슬 고리를 끊기 시작했다. 몇몇 임직원들이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친인척이나 가족들도 용서하지 않았다. 이번에 ‘반 신동빈 파’로 돌아선 일부 가족들이 신 회장의 매몰찬 경영 때문이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신 회장으로서는 나름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매진해 왔다.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재벌 그룹의 ‘갑질 문화’는 비단 롯데 뿐만이 아니다. 신 회장이 억울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낳고 자랐다. 일본의 가업(家業)문화는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승계할 수가 없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가업을 이을 만 하다고 판단될 때 후계자가 된다. 능력있는 아들이 없으면 데릴사위를 삼아서라도 가업을 잇도록 하는 게 일본의 가업 문화다. 신 회장 역시 부친인 총괄회장으로부터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일본 주주들 한테도 인정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신 총괄회장이 이번 사태에 갈지(之)자 행보를 보인 것은 90대 중반에 들어선 고령 탓이다. 몇 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공개됐다. 어쩌면 신 회장의 일련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은 참지를 못했다. 결국 정신이 ‘혼미한’ 부친을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모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그 모험은 오히려 역풍만 맞고 말았다. 장남이라는 자가 한국어 한마디 못하면서 롯데그룹을 이끌 자격이 있느냐는 차가운 시선이 집중된 것이다. 신 회장 역시 가족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형을 완전히 아웃시키고 ‘독식’하려는 인상은 또 다른 부담이다. 그래도 좀 ‘나눠주지’하는 정서가 깔려있다. 신 회장의 이번 사과는 일정 부분 수긍하면서도 많은 숙제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일본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호텔 롯데를 상장하려면 일본 주주들의 승낙은 물론 양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무리 공모를 해도 일본인 주주들이 일정 부분을 포기 하지 않고는 내국인의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신 회장은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는데 7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연구개발이나 신규 사업에 투자해야 할 엄청난 금액이 ‘주주달래기’비용으로 지급될 수 있는 처지다. 이는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가져다 준 ‘부산물’이나 다름없다. 수그러들지 않는 ‘반 롯데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신 회장과 롯데 그룹 임직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면피용으로 잠시 반짝 엎드리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그룹 내 팽배한 ‘갑질문화’를 근본부터 바꿔야 함은 물론이다. 주주들이나 소비자를 무시하는 ‘손가락 경영’이니 ‘황제 경영’이라는 단어는 롯데그룹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랬을 때 롯데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 역시 진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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