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55 롯데그룹 '왕자의 난'

浮萍草 2015. 7. 30. 17:46
    신격호 건강을 둘러싼 신동빈의 모순된 해석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조선일보DB
    난 28일 오후 2시쯤 국내 한 통신사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전격 해임’이라는 1보를 긴급하게 타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넷 판에 나온 기사를 긴급 형식으로 내보낸 것이다. 이를 접한 재계는 뭔가 잘못 알려진 기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해임’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 상보가 이어지면서 드디어 롯데그룹에도 ‘왕자의 난’이 벌어졌음을 간파할 수 있었다. 롯데가 형제가 벌인 왕자의 난은 그룹 안팎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이번 왕자의 난은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前) 부회장이 기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발표한 뒤 불과 10여일 만에 일어나 더 충격을 주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허'를 찔렀다. 그가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비밀리에 일본으로 건너갈지는 전혀 예상을 못한 일이었다. 또한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을 해임한다는 것도 상상 못했다. 창업주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 편에 섰다는 점은 향후 가족들 간 분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사 6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해임 통보를 했다.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도 해임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 사실은 즉각 신동빈 회장에 전해졌다. 마침 일본에 머물고 있던 신 회장은 반격에 나섰다.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사들의 해임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신 회장은 다음날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하는 초 강수로 맞섰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신동주의 반란’은 ‘1일 천하’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타워 공사현장에 방문해 공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창업 회장이 아들에게 해임당하는 사태는 국내 재벌사의 초유의 일이다. 15년전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 역시 부친이 누구 편이냐를 놓고 갈등을 벌였지만 창업 회장을 욕되게 하는 일은 없었다. 당시 정주영 창업 회장은 5남인 정몽헌 회장에게 그룹의 적통성을 인정했고 사실상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겐 자동차 관련 계열사를 분할하면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번 롯데 그룹의 왕자의 난은 후계구도에서 멀어진 장남이 부친을 업고 차남을 치려다 실패한 경우다. 이에 차남이 창업 회장을 사실상 퇴임 시키고‘명예회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에서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나이로 95세가 된 신 창업 회장은 고령인데다 거동마저 불편한 상태다. 롯데 측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거론 하며 장남을 비난하고 있다. 거동도 힘든 분을 전세기를 동원하면서까지 비행기에 태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그룹 측은 불과 한달 여 전에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다며 제2롯데 월드 건설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한 결정은 창업 회장인 부친의 뜻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때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창업회장을 신 회장이 꼬드겨 장남을 경영에서 배제한 것이라는 얘기들이 재계에 돌았기 때문이다. 그룹 측은 창업 회장의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며 현재도 제2롯데 월드 건설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매일 공사 진행 과정을 보고 받고 있다고 전하며 무마했다. 그런 상태에서 신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전격 해임시키자 그룹 측은 전혀 다른 얘기를 내놓고 있다. 총기가 흐려진 총괄 회장을 장남이 부추겨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草浮
    印萍

    신동빈의 '쿠데타 진압'으로 롯데의 일본 기업의 정체성 확고해져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일본에 갔다가 28일
    오후 김포공항에 입국했다. /남강호 기자

    자(父子)간의 '해임'까지 일어난 혼란 속에서 가장 궁금한 대목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두 아들 중 누구에게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차남인 신 회장에게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정황이 나타났다. 특히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의 행보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롯데의 실권이 신 회장에게 있음에도 부친을 모시고 장남편에 섰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각에선 롯데호텔 경영 방침을 놓고 신 회장과 갈등을 보인‘구원’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부친의 뜻이 확실하게 신 회장에게 있다면 신 이사장이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신 총괄회장은 일본의 광윤사(일본에 있는 비 상장회사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회사이다. 지분은 배일에 쌓여 있으며 신 회장 형제와 총괄회장,우리 사주 외 일본인 주주로 구성돼 있다) 등 비상장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보유지분을 모두 장남인 신 전부회장에게 증여 했을 경우 후계구도는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갈지 모른다. 그러나 재계에 정통한 인사들은 이번 장남의 ‘쿠데타 시도’는 오히려 신동빈 회장(사진)의 입지만 강화시킨 사건이 되고 말았다고 해석한다. 신 회장의 후계 승계가 빨라졌고 동시에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제거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는 얘기들이 재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확실한 롯데그룹의 후계자가 되면서 사실상 롯데그룹은 일본인 회사가 되었다는 얘기다. 신 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이고 부인 역시 일본인이다. 최근 결혼 시킨 외아들의 부인 역시 일본인이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낳고 자라고 공부하고 경영을 배웠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40세를 훨씬 넘긴 뒤였다. 때문에 그는 병역의무도 피해 갈 수 있었다. 장남 역시 현재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낳고 일본에서 공부한 ‘완전한’일본인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본의 유력자들이 신 회장의 후계자 등극을 적극 도왔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광윤사 일본측 주주들과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인 이사들이 적극적으로 신 회장을 편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재미교포의 딸과 결혼해 모친만 일본인이지 한국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혼식도 한국에서 치렀다. 그러나 그는 일본 롯데를 경영하며 한국 롯데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일본 롯데의 일본인 수뇌부들은 대부분 동생인 신 회장 편이다. 한국이나 일본 롯데에 우군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쿠데타의 실패도 어쩌면 자신의 지지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창업 회장이 장남의 손을 들어준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인생 정리 막판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신 총괄회장이 깨달은 것은 아니냐는 시각이다. 롯데그룹의 이번 왕자의 난은 지금까지 금기시 됐던 그룹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