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56 신격호 회장은 왜 '시게미츠'라는 이름을 쓰는가?

浮萍草 2015. 8. 5. 09:40
    ▲  신격호 총괄회장 성명 /MBC
    ‘롯데 시네마’‘재벌가의 막장 드라마’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골육상쟁’ ‘부모 형제도 없는 돈의 전쟁’…최근 연일 톱뉴스를 양산하고 있는 롯데가의 재산분쟁에 대한 얘기들이다. 롯데가의 재산 분쟁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모든 원인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신 총괄회장은 ‘죽을 때까지 창업주의 은퇴는 있을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창업 세대들이‘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죽을 때까지 권한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는 창업 회장의 욕심일 뿐이다. 우리 나이로 95세(호적상 1922년이나 실제는 1921년 생)인 그는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에서 예전의 그가 아님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실 관계가 틀리게 적어준 원고를 그대로 읽어가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장남인 신 부회장이 부친을 등에 업고 몇 달 전 해임된 일본에서의 지위를 찾으려는‘시나리오’가 읽혀지는 대목이었다. 신 부회장은 부친의 뜻이 자신에게 있음을 보여주고 일본 롯데의 일본인 주주들과 우리 사주들에게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영상을 본 대다수 국민들이나 여론은 오히려 차갑게 돌아 앉고 말았다.
    동생에게 밀려나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처지에서 오히려 연로한 아버지를 이용해 재산을 차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진 것이다. 소외된 친인척들과 국민들에게 감성을 호소해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다 역풍을 만난 셈이다. 결국 신 총괄회장의 의식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결과만 초래했다.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 들어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일 귀국하면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롯데 그룹을 이끌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친의 뜻과 관계 없이 롯데그룹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나아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장에 승진할 때 이미 ‘하나의 롯데,하나의 리더’라는 경영모토를 세워놓고 치밀하게 행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형인 신 부회장을 일본 롯데 경영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전 계획에 의해 물러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신 부회장의 퇴임과 동시에 일본 롯데의 이사들을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물갈이 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7월15일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임명 됨으로써 사실상 한국과 일본 롯데의 최고 정점에 앉게 됐다. 이날을 기점으로 형인 신 부회장은 완전히 동생에게 밀려난 것으로 인식됐다. 신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소외된 가족들을 만나고 부친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만나주지도 않던 부친은 올 5월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설득이 됐다고 판단이 들자 부친을 모시고 일본으로 날아갔다. 7월 27일 신 회장 측근들인 일본 롯데 홀딩스 임원들을 해임하는 ‘쿠데타’를 시도했다. 신 회장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일본에 우연히 있었던 것처럼 했지만 사실상 형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의 ‘음모’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친인 총괄회장의 임원 해임 지시를 내린 바로 다음날 신 회장은 오히려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하는 초 강수를 두었다. 이사회는 물론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은 임원 해임은 무효라는 사실을 들어 창업주의 지시를 묵살하는 동시에 창업주를 ‘몰아 내는’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냈다. 그 뒤‘롯데가의 전쟁’은 연일 한국과 일본의 매스컴을 달구며 핫 이슈로 떠 올랐다. 신 총괄회장의 가족사까지 밝히면서 연일 ‘롯데 시네마’가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가의 전쟁은 흥미를 유발할만한 모든 소재를 갖고 있다. 우선 한국과 일본에 각각 본거지를 두고 있어 국제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원인이 됐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이 유명한 탤런트 출신이라는 점은 일반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다.
    이복 누나와 형제들 간의‘전(錢)의 전쟁’이라는 사실 등도 드라마의 단골 메뉴다. 또 하나는 최근 개봉돼 화제가 된 영화‘암살’에 등장하는 일본 외무대신‘시게미츠 마모루’집안과의 연계설은 더 드라마틱 했다. 신격호 회장의 일본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그 집안 사람이라는 미확인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한때 매스컴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하츠코 여사와 시게미츠 집안과의 연관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신격호 회장의 일본 이름이 왜‘시게미츠 다케오’인가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번도 신 회장이나 그 가족이 설명한 적이 없다. 20여 년전 필자가 이 부분에 대해 취재할 때 한 재일교포가 이러한 사실을 들려줬다. 신격호 회장의‘시게미츠’라는 이름은 해방전에 창씨 개명을 할 때 사용한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왜 하필이면 시게미츠냐는 질문에 일본에서 존경받는 사람의 이름을 고르다‘시게미츠’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서는‘신격호’이지만 일본에선 철저하게‘시게미츠’로 부른다. 한달에 한번씩 한국과 일본을 머물 때 한달은 신격호,한달은 시게미츠로 생활했던 것이다. 어쨌든 신동빈 회장이 귀국하면서 롯데는 한국 기업이며 흔들림없이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만큼‘롯데사태’는 형인 신동주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달려있다 하겠다. 법정 소송과 같은 장기전이냐,화해를 하느냐 역시 신 부회장의 선택에 있다. 이미 승기를 잡은 신 회장 측에선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롯데가의 전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는 점이다. 신 회장과 롯데측은 재벌가의 민낯을 드러내며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여준 부정적 여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치권의 질타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쨌든 이번 롯데그룹의 ‘전의 전쟁’은 재벌가의 은밀한 실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 ‘ 황제경영’이 폐해가 다른 그룹에 반면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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