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형제간 경쟁은 생존 본능 … '형이 참아라' 마세요

浮萍草 2015. 8. 12. 09:24
    아들 둘은 맨날 싸우고 큰딸은 말 안해 고민인 남성
    01 사랑 독차지 못한다는 불안감 탓 Q (편애 안 하려 노력하는 아빠)세 남매의 아빠로 중학교 2학년이 된 딸과 7세, 5세 아들 둘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고민은 형제간에 다툼이 심하다는 겁니다.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사면 둘이서 나누어 쓰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똑같은 것 두 개를 사야 합니다. 차를 탈 때도 자리를 두고 다툼이 많습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때로는 엄마 옆에, 때로는 아빠 옆에 앉겠다고 서로 티격태격하다 출발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형은 다른 것을 하고 있다가도 동생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있으면 빼앗거나 방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은 힘에서 밀리는 동생이 울면서 끝이 납니다. 다툼을 중재하다가 결국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와 아내는 두 아들을 공평히 대하려 노력합니다만 어떻게 하면 형제간에 좀 더 사이 좋게 지내도록 할 수 있을까요. A (각각 특별하게 사랑하라는 윤 교수) 자녀들의 경쟁은 언제부터 시작될까요? 아이들을 관찰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막 걷기 시작하는 한 살부터라고 하니 자신과 형제를 부모님이 차별해서 돌보고 있지는 않나를 평가하는 예민한 질투 시스템이 이미 한 살이면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형제간 경쟁 심리는 왜 생기는 걸까요? 경쟁이란 생존을 위해 남을 이기려는 것입니다. 생존은 모든 생물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본능입니다. 그래서 동물도 형제간 경쟁 심리는 잘 관찰됩니다. 자기 생존에 가장 중요한 존재인 부모를 형제와 공유하게 되는 것에서 불안감이 생기고 그 불안이 경쟁 심리와 형제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죠. 부부는 서로 사랑해서 스스로 선택한 짝과 가정을 이룬 거지만 형제는 다릅니다. 자신이 선택한 상대방이 아니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도 성격이 완전 반대여서 부딪힐 수도 있고 자신은 형이랑 살고 싶은데 누나여서 싫을 수도 있고 거꾸로 누나를 원하는데 형이라서 싫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 내 경쟁자인 형제끼리 서로에 대한 취향마저 안 맞으면 형제간 전투는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죠. 가족 내 위치에 따른 스트레스도 형제간 경쟁 심리에 영향을 줍니다. 형은 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되어 힘들 수 있고 동생은 앞서 나가는 형을 따라잡는 게 스트레스가 됩니다. 쫓고 쫓기며 경쟁하고 있는 것이죠. 형제간 경쟁 심리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부모들 모두가 자녀들을 편애하지 말고 공평하게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양적인 공평 전략(fair strategy)보단 질을 중심으로 하는 맞춤형 공평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 세 명 중 안아주고 싶은 건 막내라도 형제간 경쟁을 고려하면 모두를 안아 주는 것이 양적인 공평 전략입니다. 포옹은 자연스러운 감정이 행동으로 나오는 반응이어야 하는데 규칙처럼 모두에게 적용하다 보면 가족 내에서 포옹의 정서적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해 주는 것이니깐요. 거기에 비해 맞춤형 공평 전략은 자녀들의 나이,성,그리고 취향에 맞게 놀아주고 반응해 주는 것입니다. 양적 공평이 아닌 질적 공평 전략입니다. 자녀 입장에서 나만을 위한 서비스가 부모로부터 제공되기에 자신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형제간 질투도 줄어들고요. 예를 들어 아직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어린 동생에게 부모의 정성과 시간이 더 투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섭섭한 큰 아이는 부모에게 짜증을 내고 동생과 싸울 수 있고 어린아이처럼 퇴행 현상도 보일 수 있죠. 이때 ‘형이 이해해야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형이라고 해봐야 역시 어린아이일 뿐이니까요.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역할을 주고 이해를 강요하는 것보다 큰아이에게 둘째만큼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해도 동생이 잠든 사이 큰아이랑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 하여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부모가 동생과는 하지 않는 너랑만 하는 놀이가 있다는 메시지를 형에게 주는 것이 형제간 경쟁 심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부모 사랑을 되찾기 위해 동생 나이처럼 행동하는 퇴행 현상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로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네 형은 너 나이 때 혼자 세수했어’같은 말을 하기 쉬운데 좋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와 비교되어 평가 절하될 때 분노가 생기고 형제간 경쟁도 더 심해집니다. 02 사춘기 반항은 잘 크고 있다는 신호 Q 두 번째 고민은 큰딸에 관한 것입니다. 아빠와 친하고 대화도 많이 했던 딸인데 사춘기라 그런지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대외적으론 매사에 모범적이고 바른 아이인데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서인지 학교나 학원에서 시험을 치고 나서 좀 낮은 점수를 받거나 원하는 만큼의 점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면 자주 ‘인생 헛살았어’하며 투덜댑니다. 걱정돼 이야기하려고 하면 이전과 달리 반응도 없고 방에 들어가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런 행동을 할 때면 너무 섭섭하고 화도 나지만 꾹 참으려고 애씁니다. 그러다 한 번씩 터져 나오죠. ‘부모가 얼마나 걱정하는 줄 아느냐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는 줄 아느냐’ 등 신세 한탄까지 쏟아 놓고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사춘기 때 아이가 이렇게 변하는 것은 정상적인 건가요. A 말 잘 듣던 자녀가 사사건건 토 달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면 부모 마음이 이만저만 속상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부모 속 썩인 기억이 없는데 내 자식은 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요즘 애들은 귀하게 키워서 다 이렇게 버릇이 없나’하는 체념 담긴 위안도 해 봅니다. 그러나 기억이 재구성되어 착한 아이로 재생될 뿐 사실은 지금의 엄마들도 자신의 엄마들을 속상하게 했습니다. 자녀들이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것은 독립이라는 중요한 심리발달의 과정입니다. 세상 사는 것이 복잡하고 피곤하니 저도 엄마 배 속에 다시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며칠 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너무 엽기적인가요? 사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누군가 나를 돌봐준다는 느낌에 푹 담기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힘없는 태아가 엄마 배 속에서는 세상 누구보다 강한 포근함의 에너지를 소유하게 됩니다. 세상에 겁나고 부러울 것이 없는 존재로서의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러나 계속 엄마 품 안에만 있을 순 없습니다. 인간은 자유에 대한 강렬한 갈망이 있습니다. 자유라는 것은 내가 남과 다르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죠. 내가 ‘차별성 있는 자유’를 갖는 것이 심리적 독립입니다. 사춘기란 독립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사춘기 자녀가 엄마에게 저항하는 것은 너무나 정상적인 심리 발달 과정이죠. 말대꾸 한 번 안 하고 착하기만 한 내 자녀, 남에게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속으로 쌓이고 있든지 사춘기가 뒤로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들의 엄마에 대한 저항은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기쁜 신호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을 믿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엄마 아니면 말도 안 되게 반항하는데 받아줄 이 아무도 없습니다. 믿고 까부는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는 발달 감성 에너지가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현상을 보입니다. 공감이란 것은 감성 에너지가 나에게서 남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과격한 독립에 대한 욕구는 남과 나를 구분해야 하기에 상대방으로 가는 에너지를 차단하고 모든 에너지를 나에게로만 향하게 하는 것이죠. 세상의 중심이 자기에게 있습니다. 아이들이 참 버릇없고 이기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Joongang Joins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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