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오전 9시 시험이면 오전 6시엔 일어나는 습관 들여야 실력 발휘

浮萍草 2015. 8. 19. 09:31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 만들고 싶다는 수험생
    01 평소 늦잠 자면 시험 때 비몽사몽 Q (수면제 먹으면 일찍 잘 수 있을까) 20일 후면 중요한 시험인데도 새벽 4~5시에야 잠이 들어 오후 1시쯤 일어납니다. 지금부터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해야 할까요. 요즘엔 열대야까지 겹쳐 잠을 깊이 자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런 날은 아침에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맑지 못합니다. 이런 상태가 매년 중요 시험을 볼 때마다 반복됐습니다. 잠을 푹 자기 위해 시험 삼아 수면제나 안정제를 한번 복용해 봐도 되는지요. 시험 보는 날까지 잠을 푹 자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A (매일 30분씩 취침 당겨보라는 윤 교수)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수면 습관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낮에는 또렷하게 각성 상태가 유지돼야 학습 능률이 최대치로 오릅니다. 반면 밤에는 숙면을 취해야 지친 뇌를 회복하면서 낮에 학습한 여러 지식을 더 단단한 기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시험 당일 최상의 결과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도 수면 습관을 살펴봐야 합니다. 밤잠도 자지 않고 노력을 했는데 시험 당일 날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낙담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 위해선 잠을 안 자며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 보는 시간에 내 뇌의 각성 사태가 또렷하게 유지되도록 수면 습관을 가져가야 합니다. 사연 주신 분은 현재 8~9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면서도 그 주기가 뒤로 밀려 있는 상태입니다. 그 주기를 앞으로 당겨야 합니다. 수면 주기가 뒤로 밀렸다는 것은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 찾아오는 제트 래그(jet lag) 즉 시차증이 생긴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뇌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죠. 시험 시간대에 각성 상태가 잘 유지되도록 수면 주기를 맞추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아니면 비몽사몽 시험을 보게 됩니다. 오후 1시에 일어난다면 오후 3시는 넘어야 뇌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할 겁니다. 준비하는 시험 시작 시간이 늦은 오후가 아니라면 시험 보는 시간에 뇌가 가장 또렷할 수 있도록 수면 주기를 당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 시험이라면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수면 습관은 중요합니다. 수능 시험일이 11월 12일이니 채 100일이 남지 않은 상황이네요. 수면 습관이 좋지 않다면 이젠 바꾸어야 합니다. 원래 공부 스타일이 새벽까지 하고 늦게 일어나는 체질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이 오전 9시라면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만큼 자는 시간을 앞당겨야겠죠. 우리 뇌의 각성과 수면에는 서로 다른 힘이 경쟁하며 작용하고 있습니다. 뇌를 깨우려는 힘과 뇌를 재우려는 힘이죠. 낮에는 깨우려는 힘이 더 크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밤에는 재우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뇌의 상당 부분을 끄고 쉴 수 있습니다. 결국 수면 주기를 당기기 위해서는 재우려는 힘이 더 일찍 커지도록 바꿔 줘야 하는데 이것이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라 어렵죠. 새벽 3시에 자던 사람이 갑자기 밤 12시에 눕는다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30분 정도 조금씩 일찍 눕는 전략이 좋은데 사연처럼 시험이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거나 혼자의 노력으로 잘되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약물치료 처방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멜라토닌인데요, 멜라토닌은 우리 뇌의 생체시계에 작동해 밤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 자는 힘을 키웁니다. 이것으로 안되면 전문 수면 유도제를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강제로 재우는 힘을 키우는 것이죠. 02 불안감 줄이고 집중력 높이는 산책 Q 시험 당일 좋은 컨디션을 위해 시험 전날엔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까요. 지난해 시험을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시험을 잘 보겠다고 너무 다짐해서인지 오히려 불안해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A 시험 전날 특별한 전략을 세우는 건 더 좋지 않습니다. 시험 불안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불안은 뇌에 긴장감을 주어 효율을 올리지만 과다한 불안은 오히려 뇌의 기능을 떨어트려 시험 당일 실수를 많이 하게 합니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3가지 요소를 뽑는다면 우선 공부에 대한 동기가 충분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문제’라고 하는 게 바로 동기의 문제입니다. 공부가 재미없으면 좋은 머리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그다음은 공부의 기술이죠. 효과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기억한 후 그것을 시험 문제의 요구 사항에 따라 끄집어내서 정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 볼 수 있죠. 그런데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시험 당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습니다. 준비할 때까지는 반 친구들을 다 가르쳐 줄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한 친구가 시험은 망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시험 불안이 심하지 않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시험 불안이 시험 수행 능력을 현저히 떨어트리는 것을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연관 지어 설명합니다. 작업 기억은 컴퓨터의 클립보드처럼 당장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정보들을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것 이외에도 업무 수행 순서를 결정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뇌의 다른 여러 시스템의 조율 업무까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시험 불안이 과도한 경우 작업 기억은 두 배로 업무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한 편에선 열심히 시험 문제를 풀면서도 한 편에선 시험에 대한 부적절한 걱정, 즉 부정적인 시험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전혀 도움되지 생각들을 계속 처리해야 하는 겁니다. 작업 기억은 용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 불안이 커지면 시험 문제를 푸는데 할당할 자원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더 시험에 집중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불안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야단을 치면 불안이 증가하여 작업 기억의 효율성이 더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하루에 약 10분씩이라도 조용히 산책하면서 시험 불안에 대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훈련을 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10분이 어딨어, 더 공부해야지라는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용히 걸으며 계속 ‘시험을 잘 볼 거야’라고 마음을 다지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불안감이 더 쌓이게 됩니다. 물끄러미 하늘도 보고 주변 경치도 보고 그냥 걷는 거죠. 그럴 때 뇌에 이완이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줄어들게 됩니다. 수험생분들, 공부하기 바빠서 운동이나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시죠. 하지만 실제 공부 잘하는 친구들 보면 운동이나 책 읽기를 지속해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머리가 좋은가 싶지만 내 몸의 움직임을 느낄 때, 봄의 따뜻한 햇볕과 파란 하늘을 바라볼 때, 마음을 촉촉이 젖게 해주는 책 한 권을 읽을 때 시험 불안이 줄고 공부의 효율이 더 오르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우리 뇌는 힘으로 밀어붙이며 감정을 마구 조정하다 보면 공부 능력이 오히려 저하됩니다. 뇌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성적이 오릅니다.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시험날을 맞이하는 것이 좋습니다.
    Joongang Joins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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