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알면서도 같은 실수 반복하는 제가 한심해요

浮萍草 2015. 7. 1. 17:00

    동료와 또 갈등 빚는 직장인
    01 머리의 변화를 넘어 마음이 변해야
    Q (석달 전과 그대로라는 30대 남) 30대 초반의 남성 직장인입니다. 제가 올해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내용을 일기에 쓰다 보니 힘든 시간 속에서도 배운 게 있고 감사할 일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그러다 문득 그 내용이 지난 3월에 쓴 일기의 내용과 똑같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때도 똑같은 문제로 제가 힘들어했고, 성숙해져야겠다고 글을 썼더군요. 순간 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잘못된 점을 돌아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숙해지길 바랐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시행착오 당연하다는 윤 교수) 영어로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이란 단어를 정신의학에서는 본인이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는 정도를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통찰은 크게 2단계로 나누는데 지적 통찰(intellectual insight)과 감성적 통찰(emotional insight)이 있습니다. 지적 통찰은 머리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감성적 통찰이란 이성적인 이해를 넘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통찰을 2단계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머리로 자신의 문제를 아는 것만으로는 행동 변화가 완벽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거겠죠. 감정이 생각에 영향을 주고, 생각이 행동을 만듭니다. 그래서 생각의 변화만으로는 완벽한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마음까지 변해야 완벽한 행동 변화의 회로가 완성됩니다. 노력하는데도 반복하는 실수에 자신을 너무 탓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거듭 같은 실수를 하고 자꾸 반성하는 걸 당연하다 여기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워크 스루’(work through)라는 심리치료 용어가 있는데 지적 통찰에서 정서적 통찰로 나아가는 노력과 과정을 이야기할 때 사용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바늘 등)을 꿰다, (법률 등)을 통과시키다’란 뜻입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한 번의 깨달음만으로 보배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번의 깨달음을 잘 꿰어야 정서적 통찰이란 보배로 갈 수 있습니다. 법률도 만든다고 곧장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죠. 여러 단계의 절차를 겪어야 문서화된 법률이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02 자신감 되찾는 ‘5분 행복일기’ 쓰기 Q 그렇군요. 저는 일기에 변하겠다고 적기만 하면 제가 금방 변할 줄 알았는데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요. 여유를 가져 보겠습니다. 또 다른 궁금증은 일기의 내용에 관한 겁니다. 하루는 제 여자친구가 우연히 제 일기를 보고는 왜 일기를 반성문처럼 쓰냐고 묻더군요. 전 별생각 없이 썼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제가 일기에 제 잘못만 잔뜩 적고 있더라고요. 괜찮은 건가요. 그리고 제가 겪은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싶어 여차친구나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A 독자 여러분도 혹시 일기를 쓰고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일기에 쓰나요. 일기를 쓸 때면 자기 반성문처럼 될 때가 많죠. 이 또한 필요합니다. 시행착오를 돌아보는 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그러나 너무 자신을 탓하는 일기를 쓰게 되면 오히려 자아 효능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지기도 쉽습니다. 자아 효능감이란 내가 무엇을 계획했을 때 그걸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죠. 자아 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사회적 성취도가 높고 치매에도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습니다. 치매 예방이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시작됩니다. 건강 행동을 유지하는 데는 자아 효능감이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행복일기 쓰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고리타분하고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단순한 작업이 미래를 재조명하는 자료가 되고 행복을 증대시킨다고 합니다. 행복한 감정은 자아 효능감을 높여줍니다. 일상의 활동을 적는 것, 사소한 일 같지만 내 미래를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죠. 그래서 오늘을 적어 놓는 것은 나중에 내 삶을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행복일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예를 들면 주말에 5분 정도 시간을 내 일주일을 돌아보고 행복하고 감사했던 순간을 세 가지만 적는 것입니다. 이런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행복감이 커지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향상되는 것으로 연구돼 있습니다. 하루 5분 행복일기 쓰기 내 현재의 행복감을 증폭시키고 나중에 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타임캡슐을 만드는 일입니다. 나의 소중한 경험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껴지세요? 깊은 깨달음이란 지적인 수준을 넘어선 감성적인 수준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내 깨달음을 아무리 논리적 언어로 잘 풀어 타인에게 전달해도 그 감성적 통찰을 공유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젊음을 바쳐 노력해 탄탄한 사업체를 일궜다면 성취감에 행복하기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 봤자 죽는 것 아니냐. 허무하다’는 이야기를 성공한 지인이 하더군요. 성공 후에 오히려 ‘왜 사는가’라는 철학적 고민이 밀려오고 아무리 노력해 봤자 극복할 수 없는 죽음 앞에 무기력감이 느꼈다는 얘기였습니다. 팔자 좋은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슬며시 허무가 찾아오는 경험을 한 번쯤 했을 겁니다. 성취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철학적 감성을 일깨웁니다. 앞면이 성공인 동전이라도, 뒷면에는 죽음이란 어두운 명제가 붙어있는 듯합니다. 그 성공한 지인은 음악을 듣다가 죽음의 공허를 극복할 해법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해법을 준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그녀의 눈에 깃들었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만 같다. 이제 무엇을 더 바라랴, 그녀를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도 내 사랑을 깨달았다. 내 한숨이 그녀의 한숨과 잠시 하나가 되었다. 하느님,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기쁨에 넘쳐 죽어도 좋습니다.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란 내용입니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아리아,‘남몰래 흘리는 눈물’의 가사입니다. 유명 테너 파바로티가 부른 이 아리아는 우리 귀에 매우 익숙합니다. 한 번 들어 보시면 ‘아 이 노래!’하실 겁니다.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며 남자 주인공이 사랑이야말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걸 깨닫고, 죽음이라는 허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심정을 노래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예로 든 그 성공한 지인이 음악을 통해 허무감을 극복한 것처럼 말이죠. 이성적인 방법으로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깨달음이란 감성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거니까요.
    Joongang Joins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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