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52 효성가 재판 방청기 上

浮萍草 2015. 7. 7. 09:27
    법정에서 예를 갖춰 인사하는 재벌 아들과 이를 외면하는 재벌 아버지
    8000억원 규모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
    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난 6월29일 오후 1시 50분 서울 중앙형사지법 5층 509호. 효성 그룹 조석래 회장이 측근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섰다. 마스크를 쓴 얼굴에는 병색이 만연해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한때 재계의 수장인 전경련 회장을 맡으며 국내 재계를 대표하던 총수였다. 그런 그가 매월 두차례 월요일 오후에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나오고 있다. 2013년 5월말부터 10월초까지 갑작스런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분식회계 적발, 이에 따른 법인세1,683억 부과에 이어 검찰고발로 이뤄진 사건이다. 검찰은 조세포탈,횡령,배임등 혐의로 기소했다. 효성 측은 재판의 주요 쟁점인 분식회계 부분은 IMF 당시 회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그룹과 달리 공적자금 투입도 없었고 주 채권은행의 부담이나 주주가치 훼손없이 회사를 합병하여 잘 극복한 모범적 사례라며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억울해 한다. 조 회장과 그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상운 부회장은 매번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이날 역시 이들 3인은 모두 출석했다. 국내 최대의 로펌 변호사들과 검찰과의 법리 공방이 불꽃튀기도 한다. 죄를 입증하려는 검찰 측과 죄가 성립이 안된다는 변호인단의 설전이다. 형사지법 509호는 효성 그룹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좁은 법정이 방청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효성측 인사와 조현문 변호사측 인사들, 변호사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지난 3월부터 이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 한달에 세번 정도 열리다가 5월부터 두번으로 축소되어 열리고 있다. 필자가 찾은 4월20일 재판 때는 형과 효성 임직원을 지난해 고소 고발한 조현문 변호사가 2시 40분경 출석, 눈길을 끌었다. 다른 인사가 확보한 자리를 물려 받아 홍보대행사 대표,동행한 변호사와 직접 재판 과정을 맨 앞자리에서 지켜봤다. 마치 누군가를 압박하거나 시위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조 변호사가 들어서자 방청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 변호사는 가끔씩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메모를 하면서 같이 온 인사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여자 홍보 대행사 대표와 귀엣말을 하거나 웃기도 했다. 다른 가족이나 효성 인사들은 그 과정을 심각하게 가만히 지켜 봤다. 병들고 연로한 아버지와 친형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사전에 자리를 맡아놓고 영화 보듯 웃으며 속닥거리는 모습을 방청객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듯 했다. 휴정시간에 조 변호사는 부친인 조석래 회장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애써 아들의 인사를 못 본체 했다.
    잠시 뒤에는 법정안 피고석으로 들어가 아버지와 대화를 하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조 회장은 불편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방청객으로 온 가족인 듯 한 나이든 인사가 조 변호사에게 나무라는 듯한 말을 하며 팔을 끌자 조 변호사는 얼굴을 붉히고 냉소 지으며 자리에 다시 앉기도 했다. 그 인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草浮
    印萍

    할아버지는 "절대 송사하지 말라"고 했는데, 손자는...
     뒤 조 변호사가 방청석에 얼굴을 보인 것은 5월 18일이었다.
    이날은 건장한 체격의 ‘보디가드’ 몇 명을 대동하고 나왔다.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법정에 들어서자 일부 방청객들은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웬일로 보디가드를 데리고 법정까지 왔을까 하는 의구심 어린 눈초리들이었다.
    한참을 법정에 앉아 있다가 파정이 되기 전에 자리를 떴다.
    그 뒤부터 지난 6월29일 재판까지 조 변호사는 법정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조석래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효성 경영에 참여하기 전까지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했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왼쪽부터),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선일보 DB

    필자가 지난 2005년 ‘재벌가맥’을 취재할 때 효성측은 특히 조 변호사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변호사의 부인은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의 장녀인 여진씨다. 여진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어통역을 맡은 것으로 유명세를 탄 외교관출신 국제 변호사다. 어쨌든 조 변호사는 한때 장래가 촉망받는 재벌 3세로서 착실한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비쳐졌었다. 2013년 2월 효성그룹의 모든 직책을 사임할 때만해도 효성을 떠나 국제 변호사일을 하거나 독자적인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효성을 떠나면서 효성에 축복과 행운을 빈다고 해 나름의 플랜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그가 효성그룹과 임직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10여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여느 재벌가문과 마찬가지로 가족간 분쟁으로까지 비화돼 재벌의 부정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이번 효성가의 분쟁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들이 아버지를 물고 들어갔다는 점이다. 대부분 재벌가 분쟁은 형제간이나 숙질 간 갈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효성가는 조석래 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매번 재판에 힘들게 참석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 변호사는 과거 몸 담았던 회사와 형제나 임직원을 상대로 여러건의 고소 고발을 한 것이다. 이중 형에 대한 고소고발 건은 서울 중앙지검 조사부서 수사를 진행하다가 현재 특수 4부로 넘어갔다. 효성을 창업한 조홍제 회장은 자서전에 절대로 타인과 송사는 하지 말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타인도 아닌 가족이나 몸담았던 효성을 상대로 조변호사가 송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조 회장은 80세를 넘긴 고령인데다 담낭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엔 전립선 암에다 심한 심장 부정맥을 앓고 있어 재판정에 들어설 때도 주변에서 거들어야 할 정도로 거동마저 불편한 상태다. 재판이 열리는 4시간 동안 화장실을 가는 동안만 빼고 미동도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법정에 앉아 있는 조 회장을 아들인 조 변호사가 법정에 왔을 때는 방청석에서 바라본다. 법정에서만은 따뜻한 부자지간이 아닌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