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기말고사는 어려워

浮萍草 2015. 7. 19. 10:45
    시험 코앞인 손자는 빈둥빈둥, 뿔난 할아버지 팔 걷어붙였네
    '歷史는 가슴으로 배우는 것, 입으로만 외우면 무슨 소용'
    현대사 산증인이 들려주는 알콩달콩 역사공부 秘法
    손자, 자는겨?
    ▲  김윤덕 문화부 차장
    국은 시방 메르스다, 하극상이다 뒤숭숭허고 아베랑 김정은이는 호시탐탐 해코지할 틈만 노리는디 이 엄중한 시국에 눈꺼풀이 감기는겨? 내일부터 기말고사라고 안 혔어? 역사 시험 본다 안 혔느냐고 자네 부모는 수박 한뎅이라도 더 팔라고 늦은 밤까지 도로변에 앉아 팥죽땀을 흘리는디, 그 아들은 초저녁부터 선풍기 밑에 대자로 누워 코를 골면 워쩌자는겨. 시험 기간 쿨쿨 잠만 자고는 성적이 나왔네 안 나왔네 불평하는 배신의 학생을 우리 대통령님이 젤로 미워하는 거 몰러? 밥 먹고 책만 디려다보면 되는디 뭐가 힘들다고 허구한날 지청구여.냉큼 나가 찬물에 세수하고 오지 못하겄어? #
    피땀 흘려 일군 우리 현대사를 하룻밤 베락치기로 마스터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 허나 발등의 불은 끄고 가야 헌께 이 할애비가 격렬하게 요점만 정리해줄 것이여 자고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은 충청도를 빼고는 야그가 안뒤야.
    어느 덜떨어진 인사가 나라는 1910년에 뺏기고 3·1운동은 1919년 일어난 것이 느려터진 충청도 사람들 탓이라 했다는디, 다리몽댕이 부러질 소리! 고종이 별안간 승하하자 나라 잃은 설움과 분노가 방방곡곡 차오르던 차, 애국지사들이 불씨를 댕겨 세계 만방에 우리의 독립을 고한 것이 3·1만세운동이란 말이여. 이 도도한 독립운동의 물결을 누가 이끌었느냐. 세 살 코흘리개도 아는 유관순 누나를 비롯하야 손병희·김좌진·신채호·한용운·윤봉길 같은 분들인디, 이들의 공통점이 뭐여? 충성 충(忠),맑을 청(淸),충청도 사람들이여 타역만리 뤼순 감옥에서 옥사한 신채호 선생은"나 죽으면 왜놈들 발끝에 채이지 않도록 화장하여 그 재를 바다에 뿌려달라" 하셨다는 거 아녀. 근디 후손인 자네는 뻐끔뻐끔 하품이나 함시롱 휴대폰으로 게임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저승 계신 단재 선생 탄식할 일 아닌가. #
    나라 잃은 슬픔 안 겪어봐서 그려. 할애비 소학교 들어갈 적만 해도 일본 왕이 산다는 동쪽을 향해 허리 꺾어 큰절을 했단 말이지. 치욕의 황국신민서사를 소리 높여 외치지 않으면 허리에 총을 찬 선생헌티 뺨을 찰싹찰싹 맞았다니께. 손기정 선수가 쓴 월계관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승리의 상징이라고 안 허든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시상대에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지니 모멸감에 고개를 떨군 이 사진을 좀 보게. 가슴이 미어지지 않는가? 손자, 역사는 왜 배우는겨? 좋은 대학 갈라고 배우는겨? 박은식 선생 말씀하시길, "나라는 망할 수 있으나 그 역사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나라가 겉모양이면 역사는 혼(魂)과 같아서 영원히 살아남아야 한다" 하셨지. 지금도 이 대목을 읊으면 목젖이 뜨거워지는디 자네는 워뗘. 육사의 시는 또 을매나 절절한가. '시방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망국의 한이 을매나 서러웠으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다' 했을겨. 그건 윤동주라고? 우찌 되얐든 나라 위해 산화해간 선열들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이 말이여.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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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디 요즘 나라 꼴이 뭐여. 북한이라는 화약고를 머리에 이고 살면서도 눈만 뜨면 파벌 싸움에 삿대질이요, 막말을 일삼으니.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이라. 남을 대할 땐 봄바람마냥 따뜻하게 하고 나를 대할 땐 가을 서리처럼 엄히 하라 했거늘 제 자랑질에 눈앞 밥그릇만 챙기려 아귀다툼하는 소인배들이 들끓으니 광복 70년을 맞는 이 나라가 대관절 워디로 가는겨. 집안 싸움이 담장 너머로 나가면 기필코 도둑이 드는 법. 일본 이기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게 아녀. 연암 박지원이 '허생전'에서 뭐라고 혔어. '부강한 나라 만들려면 오랑캐헌티도 배워야 한다. 큰 뜻을 펼치려면 천하의 호걸들과 사귀어야 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첩자를 많이 보내 그곳 사정에 밝아져야 한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야 충신이거늘,작금의 지도자들은 조선 말기 무능했던 사대부처럼 대의명분만 외치고 있으니 이 또한 맥 빠지는 노릇이 아니고 뭐여. #
    근디, 이런 건 시험에 안 나온다고? 연도를 달달 안 외고, 할애비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 빵점이라고? 역사는 가슴으로 배워야 하는 것인디, 워쩌다 우리 교육이 이리도 삭막해졌는고.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을 맥아더로 아는 대학생이 수두룩허다는디 역사 선생들 단체로 시말서 써야 할 일 아니여? 근디, 고등핵교도 안 나온 할애비가 아는 건 왜 그리 많으냐고?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에서 일평생 살고도 삶의 지엄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다면 바보가 아니고 뭐여. 애국 애국 하면 꼰대라 흉본다 혔어? 꼰대라도 좋으니 이 늙은 몸이 조국 위해 할 일 있다면 소원이 없겄네. 그나저나 에미 애비는 왜 이리 늦는겨. 저녁밥도 옳게 못 먹었을 틴디. 삶은 팍팍허고, 여름밤만 속절없이 깊어가네.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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