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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병아리 10마리에서 10조원 자산가가 된 닭 재벌

浮萍草 2015. 6. 29. 11:04
    하림그룹 회장 김홍국 /조선일보DB
    1994년 지방 토착 기업들은 ‘민영방송’의 허가권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된 적이 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너나 없이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다. ‘소통령’으로 통하던 YS(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해서 정치권에서 이슈화 하기도 했다. 이때 전북 지역 민방 신청업자로 ‘하림’이라는 중소기업이 도전장을 냈다. 전북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때 양계업을 하는 하림이 민방 사업에 뛰어들자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국 전북 지역은 대표적인 토착기업인 세풍그룹이 허가를 받고 민방을 운영하다 경영난으로 그룹이 공중분해 되고 말았다. 한창 사업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때 하림의 김홍국 사장을 필자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김 사장은“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전국에서 가장 큰 닭 가공업을 할 만큼 성공한 결과가 말해주듯 충분히 민방을 이끌 자신이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만약 그때 하림이 민방 허가를 받았다면 오늘의 하림그룹은 어떻게 됐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구 동성으로 하림과 김홍국 회장은 재계에서 사라졌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김 회장은 천운을 타고 난 사람인지 모른다. 이런 그가 최근 해상운송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하고 나섰다. 팬오션의 자산규모는 4조3천억원이다. 하림의 총 자산이 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팬오션 인수로 거의 배에 가까운 자산 규모를 가진 거대 기업군을 형성 하게 된다. 하림그룹은 30대그룹 진입과 동시에 재벌그룹 반열에 오르게 됨은 물론이다. 김 회장이 팬오션을 인수함으로써 하림은 단순한 육가공 업체를 벗어나 해운업과 유통업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대기업 군에 진입했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동화 속 얘기나 다름없다.
    11살 때 외할머니가 선물로 준 병아리 10마리를 정성껏 키워 닭 10마리로 만들었고 이 닭을 팔아 다시 병아리 100마리를 사들이는 식으로 사업을 일궜다. 고등학교(이리농고) 3학년 때는 이미 닭 4천여마리를 보유한 어엿한 사업가로 자리잡았다. 하라는 공부는 뒷전으로 물리고 닭 키우는 재미에 빠진 그는 18세때 자본금 4천만원으로‘황등농장’을 설립했다. 이때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이 그렇듯 김 회장도 한때 보이는 것이 없었다. 자신에겐 불황이 없을 줄 알았다. 1982년 닭값이 폭락하면서 시련이 닥쳤다. 빚쟁이에 쫓길 만큼 사업은 거덜났다. 하는 수 없이 한 식품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여기서 그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단순한 생산만이 아니라 ‘삼장(농장-공장-시장)’을 통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농축산물을 직접 생산하고 또 가공식품으로 만들고 이를 시장에 내다파는 형식이다. 어느 정도 자신을 얻은 그는 다시 사업 일선에 뛰어들었다. 1986년의 일이다. 2년 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양계장을 인수한 그는 업계 최초로 병아리 위탁 사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회사는 부지 매입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고 계약 농가엔 시설재와 사료 및 관련 부재료를 공급할 수 있었다. 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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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악습 재현 지적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4년 12월 1일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경매로 사들여 화제를 불러 모았다.
    난해 말 또 한번 김 회장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나폴레옹 모자를 프랑스 경매시장에서 근 26억원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이는 역대 모자 경매 가격으로 최대 액수다. 하림 측은 "평소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오던 김 회장이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하림에서 인수한 나폴레옹의 검은색 모자는 양쪽으로 챙이 접힌 모서리가 있는 형태로 19세기 프랑스 등에서 유행했다. 나폴레옹은 이 모자를 자신이 지휘하던 부대의 수의사에게 선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국내 최대의 벌크선(곡물운반 선박) 운영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다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자산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국내 61개 기업이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하림 그룹은 팬오션을 인수하지 않아도 내년이면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도록 돼 있었다. 팬오션을 인수함으로써 대기업 집단은 물론 30대 재벌 반열에도 오르게 됐다. 하림의 이 같은 성장에 대해 창업주인 김홍국 회장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농축산물 생산-가공-유통으로 이뤄지는 사업구조의 단순화가 이뤄낸 작품이라고 재계에선 진단하고 있다. 하림의 급속 성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때 30대 그룹 반열에 올랐다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한 나산,거평 그룹의 사례가 말해 준다. 거평의 나승렬 회장이나 나산의 안병균 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한때 온갖 매스컴의 각광을 받으며 30대 그룹 총수로 반짝하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재벌 반열에 들어서면 재계의 견제와 내부 시스템 붕괴가 동시에 진행된다. 중소기업일 때는 총수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지만 대기업 집단이 되면 시스템 경영이 돼야 한다. 내부는 중소기업 형태를 유지하면서 총수 자신만 ‘재벌놀음’을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하림을 둘러싼 구설수가 그룹 주변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준영씨가 100% 출자한 닭고기 부위별 판매회사인‘올품’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타 재벌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2세로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불굴의 의지로 오늘의 하림그룹을 만들어 낸 김 회장이 반짝 스타가 될 것인가 아닌가는 정도(正道) 경영을 얼마만큼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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