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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치매 부모님에게 인공관절 수술 해드려야 할까?

浮萍草 2015. 6. 5. 10:53
    인공관절수술 후 촬영한 X-ray사진./조선일보DB
    거북하지만, 언젠가 마주쳐야 할지도 모를 질문을 하나 드리려고 한다. '부모님 연세는 85세. 제법 진행된 치매를 앓고 계신다. 건강에 큰 이상은 없으나 고령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져 얼마 전부터 잘 걷지 못하고 집안에만 계신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해드려야 할까?'
    의학 공부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 중에서 '치매'는 없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 건강, 과거 수술 경력, 기타 전신 건강 등은 수술 전에 꼼꼼히 체크한다. 어느 하나라도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미루거나, 경우에 따라 수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요즘은 90세 이상 고령자들도 수술을 받는 사례가 많으므로 나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치매 역시 수술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대부분 이 질문에 대해 '수술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오히려 의학적으로만 결정해야 한다면 '꼭 수술을 해드려야 한다'는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치매는 아직 완치가 힘든 질환이다.
    조기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약물 치료가 기본이지만, 운동도 중요하다. 특히 혈관성 치매의 주요 예방법에는 주 3회, 1회에 30분 이상 운동이 포함돼 있다. 혈관성 치매의 주된 원인이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관절 질환은 고령 환자들의 사망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령 노인들이 무릎이나 고관절 질환으로 잘 걷지 못하면 사망률이 확 높아진다.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면 운동량이 줄어 만성질환이 악화된다. 하지만 치매 부모를 둔 자녀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치매 환자를 돌볼 때 큰 어려움으로는 환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실종되거나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정에서는 출입문을 안에서도 잠글 수 있게 자물쇠를 설치해둔 경우까지 있다. 돌보는 사람 없이 환자 혼자서 외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치매 환자가 무릎이나 고관절의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잘 걷지 못하면 실종이나 행방불명 될 위험이 줄어든다. 환자한테는 가혹한 말이지만, 치매 환자가 잘 걷지 못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간병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효심이 깊은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모든 가정의 사정이 다 똑같지는 않다. 부모님이 80대 중반쯤 되셨으면 평균 연령을 넘어섰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할 때 70대 초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그로 인한 혜택을 10년 이상 누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80대 중반이라면 수술의 혜택을 누릴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하필 이런 거북한 질문을 던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80대 중반이면서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환자 두 분에게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결정은 자녀분들이 하셨고, 치매를 앓고 계시는 본인들은 수술이 뭔지, 왜 해야 하는 지도 몰랐다. 수술은 잘됐고, 두 분 모두 수술 뒤 입원과 재활치료도 잘 마치고 퇴원하셨다. 고령 환자 수술을 종종 하고 있는데, 치매가 진행된 환자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부모님이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해드린 자녀들의 효심이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이 분들과 달리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치매 부모님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해드리겠다는 결심을 선뜻 하지 못하는 자녀들이 있다고 해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치매 환자가 늘면서 퇴행성 관절염 수술을 필요로 하는 사례도 늘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분들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물론 치과 임플란트 시술이나 백내장 수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의학적인 치료에 대해 논의해봐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의학적 고민거리만은 아니다.
    Premium Chosun ☜       서동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동시면허 s91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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