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건강한 먹거리

막걸리 찬양하는 요리 예능…항암 효과 정말일까?

浮萍草 2015. 4. 30. 10:20
    막걸리/조선일보 DB
    즘 방송의 대세는 음식. 어딜 틀어도 지지고 볶고 먹는다. 그것도 단순한 맛집 소개나 요리연구가들의 요리비법 전수가 아니라 예능과 합쳐진 새로운 요리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보다는 ‘맛’이라는 말초적 행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요즘 세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들린다. 어쨌거나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요리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당분간 그 인기는 시들지 않을 듯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요리예능은 꽤 재미가 있다. 그러나 식품영양학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최근 떠오르는 요리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남성요리사의 등장이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진다던 할머니의 지청구는 이제 구닥다리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너도나도 요리하는 남자에게 열광한다. 이 같은 남성요리사의 방송장악은 주 시청자 층이 젊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결국 여성요리사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적인 편견이나 직업에서의 성차별이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할 듯하다.
    먹방(먹는 방송)에서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의 진화도 요즘 요리예능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먹방을 보면서 ‘나도 먹고 싶다’며 맛집을 찾아 침 흘렸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쿡방을 보면서 ‘나도 요리하고 싶다’며 주방에 들어선다. 요리예능의 이런 변화는 그 동안 주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남성들에게도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점점 사라져가는 집 밥의 소중함 또한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요리예능은 식생활정보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미 방송이나 인터넷에는 입증되지 않은 식생활정보가 널리 퍼져있었다. 그런데 최근 요리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식생활정보의 왜곡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장어가 재료로 나오면 남성 출연자들은 야릇한 얼굴로 에둘러 19금 발언을 한다. 닭 발이 메뉴로 등장하면 피부에 좋다며 여성 출연자들이 열광을 한다.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바 없는 단순 ‘설’들이 이렇게 방송을 거치며 확고한 ‘상식’으로 굳어진다.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어이없는 내용도 요리예능에 자주 등장한다. 한 방송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변비가 있어서 유산균이 풍부한 막걸리를 마셔야겠다며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100배가 들어있다’고 찬양을 하더니, 최근 방송된 또 다른 방송에서는‘막걸리에 항암성분 스콸렌(squalene) 포함’이라는 자막까지 내보내며‘막걸리=건강 술’ 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막걸리 주조과정에서 효모의 알코올발효에 부가적으로 유산균발효가 일부 일어난다. 그러나 그 양은 기대만큼 많지가 않다. 막걸리관련 논문들에서 측정한 막걸리의 유산균 농도는 대체로 ml당 1백만 마리 수준이다. 막걸리 750ml 한 병을 다 마셔야 7억 마리인 셈. 그런데 시판 농후발효유에는 ml당 1~1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도대체 막걸리의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10배니 100배니 하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막걸리에 항암성분이 들어있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막걸리에는 파네졸(farnesol)이라는 항암물질도 들어있고 스콸렌이라는 항암물질도 들어있다. 그런데 역시 그 함량이 문제다. 2011년 한국식품연구원은 막걸리에 파네졸이 포도주나 맥주보다 25배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각종 매스컴이 대서특필하며 막걸리 판매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막걸리에 함유된 파네졸은 겨우 150~500ppb로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파네졸 5~7mg을 막걸리로 섭취하려면 무려 13병을 마셔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4년에 역시 같은 연구팀에서 발표한 ‘막걸리의 스콸렌’ 연구도 마찬가지.막걸리에 들어있는 스콸렌이 맥주나 와인보다 50~200배 높다지만 그 함량은 1260~ 4560㎍/㎏이다. 기능성이 확인된 스콸렌의 복용량은 하루에 10g이다. 막걸리를 5,000~10,000kg 정도는 마셔야 스콸렌 10g을 섭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들어있고, 항암성분이 들어있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걸 리가 변비에 좋다거나 막걸리가 암을 예방한다고 말하면 그건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고 정보의 왜곡이다. 전통주 막걸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막걸리의 건강술 이미지가 왜곡된 것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요리예능에 올바른 정보제공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섣불리 건강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잘못된 정보를 주느니 차라리 침묵하면 최소한 왜곡된 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Premium Chosun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건강한 식탁'원장 doctor@diet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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