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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987년 회장이 된 이건희 앞에는...

浮萍草 2015. 5. 18. 12:24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이재용식 인사'
    
    1987년 12월 1일 삼성 그룹은 전격적으로 이건희 부회장을 삼성 그룹 회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발표한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타계 12일 만이다. 
    당시만해도 이건희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늦춰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고 회장 승계 작업을 서둘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그룹은 창업주의 3남인 만 45세의 이건희 부회장을 회장으로 앉히는 인사를 감행했다.
    이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 할 때의 삼성의 미래는 그렇게 장밋빛이 아니었다. 
    위로 형들이 2명 건재해 있었고 누나와 여동생은 직접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 등 복잡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었다. 
    사업 부문 역시 보험회사와 몇몇 소비재 회사를 제외하곤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군이 별로 없었다. 
    삼성전자는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고 건설이나 중공업 부분은 다른 기업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른 지금 삼성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전자 회사로 우뚝섰으며 건설과 중공업 부분도 나름의 영역을 개척,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회사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현대그룹에 눌렸던 재계 1위 자리도 오래전에 되찾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복잡했던 형제들간의 재산 정리도 말끔히 마무리 됐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돋보인 사례다.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조선일보DB

    2014년 5월10일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1년. 그동안 삼성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건희 회장 없는 삼성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국내를 넘어 세계 전자시장에서도 주시 대상이었다. 사실상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과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하는 관심이다. 1년이 지난 삼성에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일단 ‘이재용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부회장 1년동안의 행보는 정중동을 보이면서 결정된 사항은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 인수 합병(M&A)과 비 핵심사업 의 과감한 정리다. 이 부회장은 M&A를 적극적인 기업 경영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망한 IT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반면 비핵심사업이라 판단되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화에 넘기기로 한 석유화학, 방위산업 부문 4개사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적자 기업이 아니었다. 삼성은 그동안 모든 계열사를 하나의 ‘선단(船團)’으로 묶고 ‘예외 없는 제일(第一)주의’를 표방해왔었다. 이러한 ‘제일주의’에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수익성이 뒤떨어지는 비핵심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나머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경영 방침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적극 인수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지체없이 정리하는 GE 등 미국식 기업들의 전략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삼성이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강화한 것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GE 등 선진국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상업용 디스플레이(디지털사이니지) 전문기업 예스코,미국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프린팅 솔루션 업체인 캐나다 프린터온,브라질 심프레스 등 B2B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시스코오라클 등 세계 최고의 B2B 업체 CEO들을 만나면서 잇달아 ‘플랫폼’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량과 이익률을 한번에 높이려는 ‘이재용식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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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능력 발휘하는 이재용 부회장, 집안 정리가 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조선일보DB
    성에서‘한화’로 이름표를 바꿔단 직원들에게 과감한 베팅으로 그들의 불만을 잠재운 것도‘이재용식 전략’의 일환 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S6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기 공장을 방문해 부품 양산 상황을 보고받았다. 출시 이후에는 미국 등을 방문해 현지 통신사,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세일즈’에 나섰다. 중국일본 등 삼성이 공을 들이는 현지 법인 출장도 잦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삼성의 고위 임원은“이 부회장이 일부 임원 회의에 참석하는 등 현안을 직접 챙기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개별 사업부장(사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지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화두’를 던진 뒤 전문경영인이 해결하도록‘방임하는 방식’의 경영을 했다면,이 부회장은 의사결정에 세밀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이재용 체제가 순항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향후 그룹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이냐는 문제다. 사업 재편 및 승계 구도와도 밀접하게 맞물리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사업구조를 뜯어 고쳤다. 삼성 사업구조 재편의 시발점은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해 연말까지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삼성에버랜드의 급식· 식자재 사업 분리와 삼성웰스토리 설립 등 일련의 작업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굵직한 계열사 합병·상장이 진행됐고 석유화학·방산부문 빅딜로 방점을 찍었다. 작년 3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에 이어 삼성SDS가 상장을 공식화하고 6월에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이 발표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7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유일하게 실패한 재편 작업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정 한도액을 초과하면서 작년 11월 합병이 무산됐다.
    최근 합병을 재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는"합병 재추진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에 30개가 넘을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순환출자 고리를 어떻게 단순화 하느냐가 이재용 체제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이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과의 지분 정리는 또 다른 관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병철 창업주가 있을 때 호텔 신라는 사실상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경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산 분할 과정에서 호텔신라는 이건희 회장 계열사로 남았다. 현재 호텔신라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사장의 호텔신라 지분은 전혀 없는 상태다. 제일기획 이서현 사장 역시 주식 지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조선일보DB

    반면 이들은 삼성의 지주 회사 격인 제일모직과 삼성 SDS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 7.75%, 삼성SDS 지분 3.9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지분을 처분하고 각기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지 1년 동안 삼성은 이처럼 조용하면서도 내부에선 치열한 수 싸움이 한창이다. 회사 사업구조 개편 등은 어느 정도 가시화 됐으나 ‘이재용식 인사’ 등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도 최소화했다. 아직 이재용식 인사 그림이 안그려졌다는 방증이다. 이혼 한지 10년이 다 된 이 부회장의 재혼 역시 재계가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안정된 가정은 곧 회사 경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부회장은 이제 자기만의 색깔로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함과 동시에 두 누이에 대한 ‘조용한’ 정리 등 집안문제를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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