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보리수단

浮萍草 2015. 5. 6. 20:34
    곡 가운데 하나인 보리는 추운 겨울을 지나 이른 여름에 수확한다. 보리에 관한 첫 기록은 삼국유사에 주몽이 부여의 박해를 피하여 남하했을 때 부여에 남은 그의 생모 유화가 비둘기 목에 보리씨를 기탁하여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산상왕 25년(221)과 신라 지마왕 3년(114), 내해왕 27년(222)에 우박이 내려 콩과 보리의 피해가 컸다는 기록도 있다. 보리는 쌀보다 찰기가 덜하고 미끄럽고 기호도가 덜하지만 영양성분상으로 보면 쌀에 비해 식이섬유와 비타민 B1, B2가 많아 최근 건강식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리로 만든 음식은 꽁보리밥,보리차,겉보리에 싹이 튼 엿기름(맥아)으로 곡물을 당화시켜서 만드는 식혜 등 전체적으로 서민음식들이다. 그런데 보리로 만든 음식 중에 반가음식이 있다. 보리쌀알을 오미자 국물에 띄운 음료인 보리수단(水團)이 바로 그것이다. 보리수단을 만들기 위해선 통보리를 문질러서 깨끗하게 씻고 푹 삶아 찬물에 헹구어 건져낸다. 삶은 통보리에 녹두 녹말을 씌워 끓는 물에 다시 삶아 건져 찬물에 넣었다 건진다. 이 과정을 4회 정도 반복하면 통보리 쌀알이 콩알만 하게 커진다. 그 통보리 쌀알에 녹말가루를 입혀 삶은 후 오미자 국물에 넣고 잣을 띄우면 보리수단이 완성된다. 삶은 통보리 대신에 보릿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콩알만큼씩 떼어 둥글게 빚어 쓰기도 했다. 주로 햇보리가 많이 나오는 초여름에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수단’이란 이름은 오미자 물 위에 통통하게 불은 보리가 마치 경단처럼 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보리수단을 만들 때 보리에 입히는 녹말가루의 경우 녹두로 고운 분말가루를 미리 만들어 냉동실에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오미자 음료의 경우 알이 붉은 오미자를 하루 저녁 물에 담가 우려내면 붉은 색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꿀이나 설탕으로 만든 시럽으로 단맛을 맞춘다. 농도가 진하게 미리 시럽으로 만들어 두고 먹을 때에 물로 희석하여 여러 가지 음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요즈음 식생활의 다변화로 곡물섭취에 대하여 경시하고 만들어진 편의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초여름이 벌써 문턱까지 왔다. 더위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맘때 시중의 청량음료만 마실 것이 아니라 조금 품이 들어도 우리 반가의 음료였던 보리수단을 만들어보며 옛 정취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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