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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설고(香雪膏)

浮萍草 2015. 4. 22. 17:41
    설고(香雪膏)는 배의 여러 품종 가운데 하나로 노랗게 익어 단단하고 신맛이 강한 문배의 껍질을 벗긴 후 통후추 몇 개를 박아 생강차에 넣고 끓인 음료를 말한다. 배숙이라고도 부른다. 향설고를 만드는 문배는 보통 배보다 작고 신맛이 많이 나는 돌배이다. 열매에 세포막이 목질화되어 아주 두껍고 단단해진 석세포가 많아 그대로 먹기에는 시고 딱딱하나 향기가 매우 좋아 향설고로 만들기에 좋은 품종의 배다. 최근에는 연하고 물이 많은 품종의 배를 주로 재배하기 때문에 예전의 문배는 찾기 어렵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배숙을 만들 때 배의 껍질을 벗겨 통으로 만들거나 굵게 저며서 만들며 궁중 에서는 배를 벗겨 통후추를 드문드문하게 박은 후 굵게 저며 꿀물에 삶는다’고 돼 있다. 또 겨울에는 화채로도 먹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인필지에서는 ‘단단한 문배를 껍질을 벗겨 후추를 박아 꿀물을 넣고 얇게 저민 생강을 넣어 숯불을 세게 하지 말고 서서히 조려 빛이 붉고 꿀이 속속들이 들어간 후 씨가 무르면 된다. 배가 시어야 빛이 붉게 되고 시지 않을 때는 오미자국을 조금 넣으면 좋다. 마른 정과에 곁들여 쓰려면 국물을 조려 단단한 기운이 있게 하고 수정과로 쓰려면 덜 조려 꿀물을 넉넉히 해서 계핏가루를 조금 타고 백자를 뿌려서 쓴다’고 하였다. 향설고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시고 단단한 문배를 골라 4등분하여 껍질을 벗기고 속을 도려낸다. 생강은 껍질을 벗겨 0.3㎝ 두께의 편으로 썰고 조청,물을 넣고 끓여 생강차를 만든다. 통후추를 배에다 드문드문 박아서 생강차에 넣고 약한 불로 끓여,생강 물이 배면 꿀을 넣어 차게 식힌다. 화채그릇에 담고 계핏가루와 잣을 띄운다.
    동의보감에서는‘배는 가슴이 답답한 것을 멎게 하고 풍열과 가슴에 뭉친 열을 없애준다’고 설명하고 있고 일반 한방에서는 배숙이‘기침과 복통 및 담이 많고 숨이 찬 증상 등에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향설고는 달콤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 마시면 속이 든든한 음료로서 예전에는 익힌 화채로 겨울에 먹는 음료였으나 요즘은 잘 저장한 단단한 배로 만들어 따뜻하거나 시원한 음료로 계절과 관계없이 먹을 수 있다. 날씨가 점차 따뜻해져서 시원한 음료를 찾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겨우내 보관했던 단단하고 신맛이 나는 배로 향설고를 만들어 따뜻한 과일음료나 시원한 화채로 먹으면 건강음료가 될 듯하다.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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