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朝線時代 夫婦사랑法

3 군관 나신걸

浮萍草 2015. 5. 8. 10:34
    장수가 자기는 아내 보러 가면서 부하는 못가게 하자...
    ㆍ한글편지에 담긴 부부사랑 선시대 부부들은 소통을 매우 중시했기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으면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들 편지를 보면 아내를 위해 대개가 한글로 쓰여 졌으며 특이하게도 부부가 서로 존칭어를 쓰고 있다. 또 내외간 편지라서 그런지 부부사랑이 아주 진솔하게 담겨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나신걸의 한글편지와 원이엄마의 한글편지를 살펴보자.
    ㆍ군관 나신걸의 아내 사랑
    나신걸의 편지는 현전하는 최초의 한글편지로 1490년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443년 한글이 창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지방에 사는 일반 평민층이 한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 편지는 2011년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안정나씨 문중의 분묘를 이장하던 도중 한 여인의 목관에서 발견되었다. 편지에는 ‘나신걸의 아내 신창맹씨’라고만 적혀 있고, 이름은 밝혀있지 않았다. 그 편지는 고향인 회덕 근처에서 근무하던 군관 나신걸이 갑자기 북쪽 지방인 함경도 종성으로 전근을 가면서 집에 있는 아내 신창맹씨에게 보낸 것이었다. 평소 그녀는 남편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이 편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던 듯하다. 때문에 그녀가 죽자 목관의 머리맡에다 고이 넣어 주었던 것이다. 우선 그 편지의 주요 내용을 함께 살펴보자. “논밭은 다 소작을 주고 농사짓지 마소. 내 철릭 보내소. 안에다 입세. 봇논(洑) 모래 든 데에 가래질하여 소작 주고 절대 종의 말 듣고 농사짓지 마소. 내 헌 비단 철릭은 기새(인명)에게 주소. 그 옷을 복경이(인명)한테 입혀 보내네. 가래질할 때 기새 보고 도우라 하소. 가래질을 다하고 순원이(인명)는 내어 보내소. 부리지 마소. 꼭 데려다 이르소. (중략).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랑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잘 계시오.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중략). 안부가 몹시 궁금해 계속 쓰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자기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군관에 자원하면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집)로 사람을 보내 잡아다가 귀양 보낸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니 가려 하다가 마지못해 함경도 경성으로 군관이 되어 가네. (중략). 논밭의 온갖 세납은 형님께 내어달라 하소. 공물은 박충의댁에 가서 미리 말해 바꾸어 두소. 쌀도 찧어다가 두소. 고을에서 오는 모든 부역은 가을에 정실이(인명)에게 자세히 차려서 받아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인명)가 슬기로우니 물어보아 모든 부역을 녹송이가 맡아서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가 고을에 가서 뛰어다녀 보라 하소. 쉬이 바치게 부탁하라 하소.”
    나신걸의 한글편지.

    이처럼 편지를 보면 나신걸의 아내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그는 여태까지 집 근처에서 근무하다가 겨울이 다 되어 갑작스레 함경도 종성으로 전근을 가게 되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갑자기 떠남을 몹시 애석해하고 있다. 심지어 부하들은 집에 못 가게하고 자기만 혼자서 집에 간 상관을 매우 원망하고 있다. 특히 이 편지에서 주목되는 점은 나신걸의 아내사랑이 대단했다는 점이다. 우선 그는 아내가 고생할 것을 생각해서 집안의 논밭을 다 남에게 소작을 주고 농사를 짓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그와 함께 노비나 세금, 부역, 공물 등 각종 집안일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도 자세히 일러준다. 이로 보면 그는 평소에도 집안일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듯하다. 끝으로 화장품인 분과 바늘 여섯 개를 사서 선물로 보내주는데, 당시 그것들은 모두 중국 수입품으로 아주 귀한 물건들이었다. 하급 무관이었던 나신걸은 아마 몇 달치 월급을 탈탈 털었을 것이다. 나신걸은 정말 대단한 로맨티스트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사랑을 받았던 나신걸의 아내도 그만큼 사랑스런 연인이었을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사랑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보면 나신걸의 아내도 분명 답장을 보냈을 듯한데 현전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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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세에 죽은 남편에게 조선시대 아내가 보낸 절절한 편지
    ㆍ죽은 남편에게 보낸 편지 이엄마의 한글편지는 1586년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쓴 것으로 조선중기 사람들의 부부사랑이 얼마나 각별하고 애절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이 편지는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 일대의 택지조성 공사 도중 이응태의 묘에서 발굴되었다. 이응태(1556~1586)는 군자감 참봉을 지낸 이요신의 2남 2녀 중 둘째 아들로,31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원래 그는 일명 ‘원이엄마’와 결혼하여 처가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며 다정다감하게 살았다. 특히 그들은 말이 잘 통해서 밤마다 잠자리에 누워 수없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어쩔 때는 밤을 꼬박 지새우고 아침이 된 적도 있었다. 밤새도록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 그때마다 원이엄마는 남편의 품속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 그럼 이응태도 ‘둘이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응태는 31살에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원이엄마는 그 슬픈 마음을 구구절절이 한글편지로 써서 관속에 넣어주었던 것이다.
    ㆍ“원이 아버지에게,
    자내 항상 내게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는 두고 자내 먼저 가시는가? 나와 자식은 누구에게 기대어 어찌 살라 하고, 다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내는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졌고 나는 자내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졌던가? 함께 누우면 내 언제나 자내에게 이르되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 어찌 그런 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내 여의고는 아무래도 나는 살 힘이 없네. 빨리 자내한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 가소. 자내를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길이 없네. 아무래도 서러운 뜻이 그지 없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리워하며 살려고 하겠는가.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이르소. 내 꿈에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리 써서 넣네. 자세히 보시고 내게 이르소. 자내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이 있다 하고서 그리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굴 아버지라 하라 하시는고.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에 또 있을까. 자내는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러울까.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보이고, 자세히 이르소. 나는 꿈에 자내를 보려 믿고 있다네. 몰래 와서 보여 주소서.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나이다.”
    원이엄마의 한글편지

    이 편지에서 인상 깊은 점은 먼저 ‘자네’라는 표현과 하소체이다. ‘자네~하소’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은 평소 사이가 매우 좋았을 뿐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차별 없이 지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특수한 상황에서 쓴 편지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각별하고 애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보이고 자세히 이르소. 나는 꿈에 자내를 보려 믿고 있다네. 몰래 와서 보여 주소서.’ 의 대목은 너무 애절하고 슬프다. 남편을 향한 원이엄마의 사랑이 가장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이 편지를 토대로 소설이나 영화,뮤지컬,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테마파크 등 각종 문화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상과 같이 한글편지들 속에는 부부사랑이 매우 진솔하게 담겨 있다. 우리도 가끔씩 아날로그적 감성을 발휘하여 아내 혹은 남편에게 손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그럼 누군가 잘 보관해서 후대에게까지 전해져 역사에 길이 남는 편지가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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