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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의 사랑?… 꼭 붙은채 묻힌 신라男女

浮萍草 2015. 4. 10. 10:03
    30代 귀족여성과 20代 남성 포개진 유골 발굴
    성인여성 무덤에 남성 순장 처음으로 발견
    시중들던 마부·호위무사가 묻혔을 가능성 높지만 독특한 매장형태로 보아 연인 관계였을 수도 있어
    1500년 전 신라의 젊은 남녀는 어쩌다 한날한시에 묻혔을까. 말 타고 칼을 휘두르던 여성 권력자를 위해 제물로 바쳐진 호위 무사였을까, 아니면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연인이었을까? 20~30대 남녀가 위아래로 포갠 상태로 묻힌 5세기 후반 무렵 신라 무덤이 경주 시내 한복판에서 발굴됐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 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최영기)은 경북 경주시 황남동 첨성대 인근의 단독주택 신축 터를 발굴 조사한 결과 20~30대로 추정되는 남녀의 뼈와 무덤 주인을 위한 금·은 장신구,말갖춤(馬具) 등을 묻은 신라 무덤을 찾았다고 9일 밝혔다.
    ㆍ똑바로 누운 여성 위에 비스듬히 겹쳐진 남성 인골
    이번 조사에서는 신라 무덤 총 24기가 확인됐다. 인골(人骨)은 1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두 사람이 위아래 겹쳐진 상태로 출토됐다. 조사단은 "처음엔 한 사람의 뼈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대퇴골(넓적다리뼈) 다리뼈 등이 겹쳐져 있었다"고 했다.
    왼쪽 위는 남녀 인골이 출토된 1호 돌무지덧널무덤의 내부 및 인골 노출 상태. 오른쪽 위는 두 시신이 묻힌 모습을 추정한 그림이다.무덤 주인인 30대 여성
    (아래쪽)은 똑바로 누운 상태로 금귀걸이,금박을 장식한 허리띠를 착용한 채 발견됐다. 위쪽은 20대 남성으로 추정되며 넓적다리뼈 등이 아래 여성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겹쳐 있었다.아래 왼쪽에는 1·2·4호 무덤(왼쪽부터)에서 출토된 금귀걸이, 아래 오른쪽은 2호 무덤에서 출토된 은허리띠.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그래픽=이철원 기자

    아래쪽 인골이 무덤 주인으로 보이며, 똑바로 누운 상태로 금귀걸이와 금박을 장식한 허리띠를 차고 있었다. 동쪽 부장(副葬) 공간에서는 말 안장과 장식 꾸미개 발걸이 등의 말갖춤을 비롯해 큰 칼,항아리 등의 유물도 확인됐다. 위쪽 인골은 주 피장자(被葬者)의 오른쪽 어깨 위에서 치아가 노출됐고 아래쪽 인골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워 (아래쪽 인골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겹쳐진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인골을 감정한 김재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형질고고학)는 아래쪽을 30대 여성,위쪽을 20대 남성으로 봤다. 조사단은 "아래쪽 인골은 허벅지 뼈가 가늘고 두개골의 귓바퀴 뒤쪽 뼈 형태가 여성적 특징을 보인다. 다리뼈의 근육선이 두드러지고 치아 크기와 닳은 정도 등으로 보아 근육이 발달했던 3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위쪽 인골에 대해선 안치 상태와 착용한 유물이 없는 것으로 볼 때,무덤 주인과 함께 묻은 순장자(殉葬者)로 추정했다. 종아리뼈의 가자미근선 발달 정도와 넓적다리뼈의 굵기, 치아 등으로 볼 때 20대 남성으로 보인다.
    ㆍ남성 순장자를 포개어 묻은 건 처음
    고대인의 무덤에 다른 사람을 함께 묻는 순장 풍습은 고구려·신라·가야 등에서 나타나지만 이처럼 성인인 주 피장자와 순장자 인골을 '포개어 묻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여성 무덤에 남성을 순장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신라의 지방인 경산 임당고분군에서 어린아이를 묻으면서 나이 많은 유모를 그 위에 포개듯 순장한 사례는 있으나 성인 여성 위에 남성을 포개듯 순장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팀장은"처음에는 여성 시신을 안치한 목관 위에 순장자를 올려 두었다가 시간이 흘러 관이 썩으면서 유골이 포개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누구이고 생전 어떤 관계였을까? 조사단은"다리 근육이 발달하고 말갖춤 풀세트와 철제 무기 등이 함께 묻힌 것으로 보아 이 여성은 말을 타고 무기를 다루던 진골 이상 신라 귀족일 것"이라고 했다. 이한상 교수는 "1호분 옆에 만들어진 같은 규모의 2호 무덤이 이 여성의 남편 무덤일 것으로 추정된다"며"이 20대 남자는 평소 여성의 시중을 들었던 마부(馬夫) 이거나 경호를 담당한 호위 무사였을 가능성이 있고 진성여왕과 숙부이자 연인이었던 위홍의 관계처럼 연인 사이였을 수도 있다. 신라 귀족 무덤의 순장 방식 가운데 새로운 유형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했다. 이 무덤에 딸린 2호 무덤에서도 금귀걸이와 은허리띠,비취색 곡옥과 청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등 장신구가 출토됐다. 은허리띠는 띠고리와 띠끝장식,30여개의 띠꾸미개로 구성됐으며 특히 고리 부분에 용을 형상화한 문양을 정교하게 투조(透彫·뚫어 만듦)한 것으로 드러났다.
    Premium Chosun        허윤희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ostina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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