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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왕? 聖君 꿈꾼 그에게 연민 느껴"

浮萍草 2015. 3. 12. 12:12
    내면 복잡한 役 많이 했지만 대하사극도 왕도 이번이 처음
    왕으로서 한 선택들의 당위성 보여주고 싶어
    징비록’에서 김태우는 일부러 약간 멍한 눈빛으로
    연기할 때가 많다.당쟁과 불안한 국제정세에 흔들리는
    선조의 내면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권승준 기자
    머니는 후궁이었다. 조선 최초의 방계(傍系) 출신 왕이었던 만큼'정통성 콤플렉스'는 숙명이었다. 그걸 넘어서고자 필사적으로 성군(聖君)이 되려 했지만 시대는 그에게 혹독한 시련만 안겨준다. KBS 대하사극'징비록'은 조선 14대 왕인 선조(宣祖·1552~1608)의 이런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백성도 임금을 버릴 수 있다"는 말에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미리 세자를 책봉하자는 말에 아끼던 신하도 내친다. "왕이지만 그 누구도 왕으로 보지 않는다"고 울부짖는 이 불안한 그래서 불쌍하기까지 한 임금을 연기하는 배우 김태우(44)는"선조도 참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경기도 수원의 KBS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곤룡포를 입고 나타났다. 앉자마자 "이거라도 벗어야 좀 편하다"며 익선관(왕의 모자)을 벗었다. "평소에도 이런 의관을 갖추고 흐트러짐 없이 살아야 하는 것도 힘들었을 거예요. '이 옷이 과연 내게 맞는 옷인가'라는 고민도 하지 않았을까요." 만인지상(萬人之上)을 '동경'이 아니라'동정'할 수 있는 것은 배우의 특권.김태우는"보통 사람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지만 왕이라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진왜란이 나고 선조가 먼저 몽진(蒙塵)을 얘기하고 신하들이 반대하죠. 겁이 나서 도망가려는 것 같지만 종묘사직을 보전하고 후일을 도모하겠단 판단도 있어요." 대하 사극도 처음,왕 역할도 처음이라는 김태우는"이틀 동안 집에서 대사 외우고 5일간 촬영하느라 정신없다" 며"대본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바로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조의 성격을 잘 표현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도 짜냈다. 선조를 되살리기 위해 활용한 것은 디테일한 몸 연기.신하들이 논쟁을 벌일 때면 몸을 용상에 기대고 멍한 눈빛을 하고 있거나,미소를 지을 때도 상황에 따라 입꼬리 올라가는 모습을 미묘하게 조절하려고 했다. 신하의 충심에 감동하여 눈물 흘리는 척하면서도 속으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선조의 의뭉스러운 모습을 손가락 두드리는 간단한 몸짓만으로 표현한 것도 김태우의 아이디어다. "TV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중간부터 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장면마다 그 캐릭터에 대해 많이 설명해줘야 하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게 계속 선조의 성격에 대한 힌트를 주려고 하는 거죠." 사극의 꽃인 왕 역할이지만,'징비록'의 주인공은 신하인 류성룡(김상중)이다. 김상중 외에도 대부분 출연자가 그보다 연배가 높아 현장에선"선조야,이리 좀 와 봐라"는 말을 듣곤 한다. 선조를 키운 것도 8할이 신하였다. 이준경,이황,기대승,이이,류성룡 같은 신하들은 16세에 즉위한 선조를 유가적(儒家的) 이상 군주로 키우려 했다. "신하들은 선조를 바른 길로 이끌려 하지만,성인(成人)이 된 선조가 보기엔 신하들도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죠." 류성룡과의 관계도 그렇다. "가장 정확하고 바른 판단을 내리는 신하라고 생각해서 그를 곁에 두는 것이라고 봐요.
    하지만 완전히 믿진 않아요." 김태우는 1996년 데뷔한 뒤 20년간 활동하면서 선조처럼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자주 연기했지만, 0부작 대하 사극은 부담이다. "사극 촬영장은 일종의 전쟁터죠.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는 게 목표예요. 선조도 공과(功過)는 있지만 결국 임진왜란을 극복하잖아요." 익선관을 다시 쓰자, 김태우는 불안하고 의뭉스러운 왕이 돼 '전쟁터'로 걸어 들어갔다.
    Premium Chosun        권승준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virt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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