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35 과학자의 사회적 참여가 성공하려면

浮萍草 2015. 4. 6. 22:04
    초중고등 학생을 위한 과학자의 사회참여 활동.
    학자의 사회 참여와 나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의 사회 참여라고 해서 고위 공직이나 정계 진출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복잡한 사회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 지식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한 풀뿌리적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자는 아직도 쉽게 가까이 할 수 없는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자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개발과 교육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과학자가 대부분이다. 참여와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과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ㆍ대상을 확대하고, 목표를 다양화해야
    과학자의 사회 참여와 나눔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노력의 대상이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로 한정되었을 뿐이다. 과학자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통해 연구‧개발 현장의 경험을 전하고, 학생들에게 간단한 과학 실험을 보여준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목표다. 대학‧출연연‧산업계의 과학자와 원로 과학자 중 상당수가 이런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 과학문화 관련 기관들은 물론 출연연‧대학‧기업들도 이런 노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딱딱한 수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강연을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가뭄 끝의 단비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자의 사회 참여와 나눔이 언제까지나 초중고의 학생들에게만 한정될 수는 없다. 이제 참여와 나눔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목표도 다양화시켜야 한다. 일반인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래를 위한 과학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과학자의 현장 경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과학자 중심주의적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일반인에게 과학을 가르쳐 주겠다는 우월주의적 사고방식도 버려야 한다. 1970년대의 과학 대중화 노력이 실패해버린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호기심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일반인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과학기술.

    ㆍ일반인의 부정적 인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과학 지식의 확장과 교육을 추구하는 과학자의 입장이 아니라 과학의 결과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과학을 바라보고,이해 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과학적 탐구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일반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과학은 과학자가 생각하는 과학과 전혀 다를 가능성이 크다. 과학이 단순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어려운 대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 과학을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두려운 대상으로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인의 그런 인식을 무시하거나 반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런 인식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학’을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과학자의 판단과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일반인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차분하게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설득은 사회적 신뢰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과학자가 이해관계에서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과학적 진실만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만 한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설득력을 발휘한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매달리던 기업에 의해 촉발되고 사회적 책무성을 언론인에 의해 심각한 증폭되었던 MSG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경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여와 나눔에 참여하는 과학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ㆍ과학자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과학자가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는 의견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정치인의 선동적 주장이나 익명을 앞세운 인터넷의 무책임한 주장과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과학자에게 욕설이 뒤범벅된 댓글이 쏟아진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해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과학자도 사회 참여와 나눔에 나설 용기를 가질 수 없다. 물론 과학자의 객관적‧전문적 주장을 확실하게 가려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 과학의 힘을 빌어 정치적‧상업적‧이념적‧개인적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참여와 나눔에 나서는 과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의 사회 참여와 나눔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학생들이 스스로 해야 할 숙제와 과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날아온다.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의 학생으로부터 숙제와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보내주면 ‘감사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성의 없는 편지를 받는 과학자의 입장은 몹시 당혹스럽다. 방송 작가들의 황당한 인터뷰 협조 요청과 기자들의 전화 취재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발암물질을 보여달라’는 요청도 받고,무턱대고 ‘논문의 제1저자와 교신저자의 차이를 설명해달라’는 요구도 받는다.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않은 기자에게 한 시간이 넘도록 전화를 통해 과학을 설명해야 하는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애써 설명한 의도가 정반대로 보도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과학자의 사회 참여와 나눔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무분별한 정책의 폐해도 심각하다. 과학자의 전문성과 지식이 공기처럼 공짜로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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