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33 브레이크 없는 방송의 음식 보도

浮萍草 2015. 3. 9. 09:47
    합법적인 식품첨가물을 사용한 식당 주인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구호.
    주 사회는 언론의 건강한 사회 고발을 통해 발전한다. 우리의 부끄러운 문제를 애써 드러내는 것이 아픈 경험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부를 꽁꽁 숨겨두기 보다는 겉으로 드러내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분노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 사회의 집단 지성이 작동해서 정말 새롭고 합리적인 치유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게는 최대한의 자유와 독립성을 인정해준다. 그렇다고 방송의 사회 고발 프로그램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마구 질주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있지도 않은 엉터리 문제를 만들어 내거나, 어설픈 논리로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물론 획일‧경직된 제도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제작진 스스로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과 함께 자신들의 실수는 솔직하고 확실하게 인정하는 겸손한 자세를 갖춰야만 한다.
    ㆍ과학적 사실과 제도는 확실하게 인정을 해야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얼굴에 먹칠을 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극적인 이름을 앞세운 종편의 고발 프로그램이었다. 자신들의 시청률을 위해 먹거리에 대한 분명한 과학적 사실과 법과 제도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첨가제로 인정하고 있는 MSG를 우리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최악의 독성 물질로 인식시켜버리는 횡포를 부렸다. MSG의 화학적 정체는 물론 합법적인 ‘향미증진제’의 생산 공정을 확인해보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었다. 이미 20년 전에 정부가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했던 ‘합성조미료’와 ‘화학조미료’라는 잘못된 용어를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MSG가 우리 음식의 맛을 획일화 시키고,저질 식재료의 문제를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근거도 없고, 의미도 불확실한 것이다. 미국의 작은 시골 도시에서 홈페이지도 없이 MSG 거부 운동을 하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자신들의 실체를 감추고 출판한 홍보 책자를 마치 과학적으로 검증된 학술 서인 것처럼 소개해서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일 상당한 양을 먹을 수밖에 없는 필수 영양소인 MSG를 정체도 불확실한 맹독성의‘신경독소’로 둔갑시켜 버렸다. MSG 사용 여부를 식당 주인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우기는 황당한 일도 서슴치 않았다. 우리 사회가 입은 피해는 적지 않았다.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는 가공식품에 사용하도록 허가한 합법적인 식품첨가물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독성 물질로 전락해버렸다.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주장으로 MSG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사회 운동을 시작한 지자체도 있었다. 심지어 공군까지 나서서 MSG 사용을 포기하겠다는 정책을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약처가 고시한 ‘식품첨가물공전’을 군과 지자체가 거부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소비자들이 뒤늦게 문제를 알아차린 덕분에 사태가 진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제작진은 자신들의 어설픈 주장과 그에 따른 적지 않은 사회적 혼란에 대해 한 마디의 유감 표시도 없었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도 사회적 감시와 비판을 거부할
    수 없다.
    ㆍ언론도 사회적 감시의 대상이다
    MBC의 ‘PD수첩’과 같은 지상파의 사회 고발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명성을 지켜왔고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해 식품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과 상식 수준의 과학은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명백한 법과 제도를 철저하게 폄하해버린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그런 실수에 대한 애정 어린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이런 사례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제작진 모두가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정부 기관이나 기업의 고약한 갑질은 당연히 고발 대상이다. 그러나 언론도 역시 사회적 감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도 예외일 수가 없다. 어설픈 정의를 앞세워 정당한 제도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고발하는 문제의 핵심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다.
    예를 들어 제품의 상품적 가치를 파괴하는 표본 검사의 경우에는 재검사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우리만 그런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표본 검사에서는 검사 방법이나 표본 채취‧취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면 재검사를 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 제기는 의미가 없다. 검찰의 수사 결과처럼 시청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제작진이 임의로 그런 정보를 왜곡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제조업자에게 제기해야 할 문제와 검사 기관에 제기해야 할 문제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유능한 전문가와 엉터리 전문가를 가려내는 능력도 필요하고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전문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춰야 한다. 특히 전문가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편집해서 왜곡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음성변조와 익명보도는 취재원 보호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도 사회적 감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지적이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겉으로는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돌아서서는 다른 언론사를 상대로 비겁하게 갑질을 하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차가운 비판을 두려워하는 유아적 사고방식을 가진 제작진은 남을 비판하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할 자격이 없다. 자신들의 실수는 당당하게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들의 입장과 명예만 앞세워서 스스로 갑질의 횡포를 서슴치 않는 제작진의 사회 고발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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