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금융文盲 大韓民國

2 "돈 갖다 쓰세요" TV廣告 하루 1300번… 아이도 CM송 따라 불러

浮萍草 2015. 3. 17. 10:42
    출근길 대출광고 세어보니]
    버스·지하철·전단 광고 등 2시간만에 200여건 보게 돼 파산·개인회생 광고도 많아… 대출 권하고 파산하라는 셈 라스베이거스 출신 미국인 "도박 도시도 이 정도는 안해"
    서울 신정네거리역 길바닥에 12일 대출 광고 명함들이
    떨어져 있다.본지 기자가 아침에 눈을 떠 출근까지 두 시간
    동안에만 거리에서 마주친 대부업 대출 광고와 개인 회생,
    파산 면책 광고가 무려 200여건에 달했다.무분별한 대출
    광고가 활개를 쳐도 이를 막을 만한 법적 규제가 없다.
    성형주 기자
    "안심하오 안심하오~ 대출할 일 생겼는데~ 서류 준비 어떡하오~.' 12일 오전 6시40분, 기자가 아침에 눈을 떠 TV를 틀었더니 국악 장단에 어우러진 흥겨운 CM송이 흘러 나왔다. 한복을 입은 여성 캐릭터 네 명이 두 팔을 들썩이더니 대출 서류를 서류 파쇄기에 파기하는 장면이 나왔다. 곧이어 300만원까지 금융권 연체가 없다면 대출해주겠다는 문구가 대문짝만 하게 떴다. 약 40분 동안 4~5곳의 케이블 채널에선 알록달록한 캐릭터,유명 여자 연예인들이 등장해'300만원까지 즉시 대출'등을 노래 부르는 대부업체·저축은행 광고 10여개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블 TV를 통해 방송된 대부업 광고는 하루 평균 1364건에 이른다.
    ㆍTV에서 동네 전봇대, 버스·지하철까지 사방에 빚 광고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정문을 나서니 바로 앞 전봇대에 '카드 010-XXXX-XXXX 영등포역'이라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카드 발급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에게 카드를 불법으로 발급해준다는 광고다.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한 버스에는 20% 이상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을 하는 A저축은행의 로고가 광고판 형태로 내걸려 있었다. 이 저축은행은 매년 36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서울시 버스조합에 지급하고, 서울시 버스 7000대(광역· 마을버스 제외)에 로고를 광고하고 있다. 버스에 올라타니'개인 회생,파산 면책(파산해서 빚 부담 없애는 것),모든 빚 청산'이라고 적힌 광고가 운전석 뒤에 붙어 있어 눈에 확 들어왔다.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에 도착했다. 환경미화원 임모(60)씨는"아침엔 지하철 출입구에 덕지덕지 붙은 대출 광고부터 떼는 것이 일"이라며 " 얼마 전엔 덩치 큰 젊은이들이 찾아와 '아줌마, 자꾸 전단 떼지 말라고!'라고 윽박지르더라"고 했다. 지하철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벽에 '아직도 빚을 빚으로 갚고 계십니까?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고민 해결'이라는 개인 회생,파산 면책을 권하는 액자 광고판이 벽에 붙어 있었다. 지하철 안에도 광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하철 칸마다 광고판에 개인 회생,파산 면책 알선 명함이 10여개씩 붙어 있었다. 이쯤 되니,'집에서는 (TV 보며) 고금리 대출받고 밖에서는 (전단 보고) 파산하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 하철에서 만난 미국인 페티트(Petit·27)씨는 "라스베이거스(도박으로 유명한 미국 도시) 출신인데, 버스와 지하철에 이렇게 많은 대출과 파산 광고는 처음"이라며"완전 미친 것 아닙니까? (It's crazy)"라고 했다. 서울 강남의 IT업체로 출근하는 주부 김모(40)씨는 "이제 다섯 살 된 딸이 '산와,산와~'라는 멜로디의 한 대부업체 CM송을 따라부르고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신 그 노래 따라 하지 말라고 혼내도 무척 좋아해요. 큰 고민이에요."
    ㆍ2시간 동안 대출 관련 광고 200여건… 규제 법안, 국회서 낮잠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했더니 친구 페이지에 '대출 24시 문의'란 제목의 게시글이 공유돼 올라왔다. 이 페이지에 접속했더니 현금 5만원권 수십장을 바닥에 뿌려놓은 사진을 올려놓고'95년생,당일로 100만원 3시간에 만들어 드립니다' '당일 2000만원 아이템 나왔습니다. 연락해주세요'라는 글들이 수두룩했다. 페이스북 검색을 하다 보니,불법 사채업자들이 구축한 일수 등 불법 대출 페이지만 100여개가 넘었다. 굳이 인터넷 상의 대출 광고 배너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최고 50억원 대출이 가능한 연 24% 금리 일수대출 상품에 가입하면 백화점 상품권 5만원을 주겠다는 일본계 저축은행 광고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최모(32)씨는"출퇴근하면서 최소 100건의 불법 대출 광고를 원치 않게 보는데,매일 '내 인생의 이자 상한선은 10%다'라는 주문을 스스로 외우면서 애써 외면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안에 붙은 개인 회생 명함을 빤히 쳐다보던 대학생 김모(25)씨는"내 친구한테 필요한 정보"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100만원을 벌고 있지만,대부업체에서 연 39% 금리로 400만원을 빌렸다가 연체해 저한테도 돈을 꾸려는 친구 녀석이 있거든요." 을지로입구역에 내려 명동 한복판에 들어서자 '일수대출,100% 당일.중도 상환 시 이자 면제!'라는 문구의 광고 전단 수십 장이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 잠에서 깨어 출근까지 2시간 동안 눈에 들어온 대부업 대출 광고와 개인 회생,파산 면책 알선 광고만 200건이 넘었다. 출근길에도 얼마든지 급전(急錢)을 빌릴 수 있고, 맘만 먹으면 빚을 안 갚고 파산하는 안내까지 받을 수 있었다. 무분별한 대출 관련 광고가 활개를 치는 것은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업 광고를 전면 금지하거나,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만이라도 대부업 광고를 금지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2건이 국회에 올라 있지만,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Biz Chosun Vol        이신영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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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 광고는 왜 주로 TV에? 代理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TV, 판단 흐리게 하기 쉬워… 대리급 30代가 최대 고객 쉽게 빌려준다는 건 역으로 지옥까지 가 받아낸다는 뜻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건 누구나 高금리라는 의미
    케이블TV에 등장하는 대출 광고.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빌릴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이면에는
    시청자의 판단력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숨어 있다.
    대부업체들은 막대한 물량 공세로 TV 광고를 점령 중이다. 대형 대부업체 네 곳만 합쳐도 매년 평균 1200억원을 광고 선전비로 쓴다. 기아차,KT,남양유업 같은 대기업 광고 예산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대부업체는 지상파 광고를 못 하는 대신 광고 단가가 싼 케이블TV에 집중하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훨씬 높다. 그래서 전체 케이블TV 광고 10편 중 한 편이 대부업·저축은행 광고다. 'TV를 틀면 나온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광고는 대부분 경쾌한 음악과 코믹한 화면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금융 문맹을 홀리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대부업체 광고 전략의 두 키워드는 '쉽·빠·간'과 'TV'다. '쉽·빠·간'은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를 줄인 말로 광고업계에서 중요한 마케팅 개념 중 하나다. TV에 집중하는 이유는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 매체는 독자가 메시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광고 내용을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TV 광고는 짧은 시간 '이미지'에 성패를 걸어 시청자의 판단력을 마비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광고 제작사 이노션의 염철 본부장은 "대출이란 심사숙고해야 하는 문제인데,마치 매우 가볍고 쉬운 일이란 이미지를 준다"고 말했다. 대부 광고에 무대리·봉대리 같은 '대리'나 계약직 영업 사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젊은 층 직장인들이 대부업체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대부업 이용자의 직업은 회사원이 58.5%로 절반이 넘고 연령별로는 30대가 35%로 가장 많다. 대부업체 주 이용 계층인 '대리'를 내세워 '나만 대출받는 것이 아니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주는 전략이다. 한 달 안에 갚으면 무이자'를 내세우는 업체들도 있다. 고금리 대부업체가 어떻게 이렇게 관대한 조건을 내세울 수 있을까. 한 달 안에 못 갚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이용자들을 대부 기간별로 보면 3개월 미만으로 이용하는 고객은 17.7%에 불과하고 1년 이상 이용하는 비율도 48.3%에 이른다. 대부업체들은"클릭 한 번, 전화 한 통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 준다"고 광고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이유는 신용 등급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高)금리를 물리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 등급 1~2등급도 대부업체에서는 30%대 고금리를 내야 한다. 방송광고심의위원장을 지낸 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부업체들이,급하면 택시를 타는 것처럼 대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일'로 합리화해서 시청자를 심리적으로 무장해제한다"면서 광고에 나오는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구나 간편히 대출'이란 말은 곧 '지옥까지라도 가서 빌려간 돈 받아내겠다'는 뜻이고 신용 등급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는'넌 여기 아니면 돈 빌릴 데 없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Biz Chosun Vol        최규민 조선일보 기자 / 박승혁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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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보험社까지 전단지 대출 광고
    대형 금융사 신뢰도 높아 대출에 대한 경계심 없애 12일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단지. '102㎡형 실거래가 4억5000만원. 최대 3억1500만원까지 대출' 이란 내용을 담은 한 은행 전단이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빼곡하게 나붙어 있다. 두어 달 간격으로 전단이 붙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한 주민은 "광고를 계속 보다 보니 돈 빌리는 게 참 쉽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대출 광고와 모집은 대부업체만 하는 게 아니다. 은행, 보험 등 대형 금융사도 전단을 활용한 대출 광고를 한다. 얼마 전 한 대형 은행 본점 앞에선 경쟁 은행에서 나와 직장인 대출 광고 문구가 붙은 물티슈를 나눠주는 장면이 눈길을 끈 바 있다. 해당 은행 직원들을 신용도 좋은 고객으로 보고 마케팅을 벌인 것이다. 은행의 대출 광고는 소비자에게 주는 신뢰감 측면에서 대출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잦은 노출은 경계감을 서서히 무너뜨린다"며 소비자들이 대출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도록 대출 광고에 대한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 했다.
    Biz Chosun Vol        박유연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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