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금융文盲 大韓民國

1 신용불량자·은행원·회사원 375명 설문결과 비교해보니

浮萍草 2015. 3. 16. 10:50
    신용 불량자가 되는 3大 금융습관
     ① 利子 무서운 줄 모른다 ② 무작정 대부업체로 간다 ③ 상환 계획을 안 세운다
    이자 폭탄에 둔감 - 信不者 40%만 "위험성 안다", 일반 회사원은 71%가 알아 쉽게 받는 대출 찾고 - 은행서 못받으면 대부업체行… 신불자는 27% 회사원은 5% 돈 갚으려는 노력은 부족 - 40%가 "상환계획 마련 안해" 빚압박에도 외제차 안팔기도 '무지(無知), 무노력(無勞力), 무계획(無計劃).' 본지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을 신청한 신용 불량자 150명, A은행의 은행원 110명,제조업·IT·컨설팅 분야 기업체 3곳 회사원 115명을 대상으로 '금융 이해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범한 서민 및 중산층이 은행원 및 회사원과 다르게 신용 불량자로 전락한 이유는 '3무(無)'에서 비롯됐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중에는'이자 폭탄'이 된다는 위험성을 모르고,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노력 없이 편하게 대부업체·일수 대출을 이용했으며,돈만 빌릴 줄 알았지 돈을 갚으려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① 10만원이 400만원으로 불어나는 '이자 폭탄' 모른다
    "한 달에 갚아야 할 이자가 10만원에서 20만원이 되고 20만원이 50만원 되고 50만원이 100만원,200만원이 될 때까지도 내가 버는 금액보다 적다'고 스스로 안심 시켰어요." 기자와 만난 학원 강사 최모(60)씨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20년 전 카드 8장을 만들어 매달 300만~500만원씩 연 30%대 금리로 카드론 돌려막기를 했다. 매달 250만원을 벌지만 지출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덜컥 암에 걸렸다. 수천만원의 진료비와 매달 이자부터 갚아야 하는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5억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팔아 진료비를 마련하든가 아니면 이를 담보로 싼 금리의 대출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집이 아내 명의로 되어 있는 데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니까 주택에 손을 댈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 100%대 금리로 사채 1000만원,39%로 대부업체에서 4000만원을 빌렸다. 최씨는"20년 전 10만원씩 갚던 매달 이자가 40배 이상 늘어날 줄 몰랐다"며"신복위에 채무 조정을 최근 신청했는데 10년이 지난 70세가 돼서야 신용 불량자 신세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지 조사에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신불자들은 39.3%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은행원들은 91.8%, 회사원의 71.3%가 이자 위험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신불자들은 저축이나 투자에선 고금리 이자를 얻길 원하지만 대출의 고금리 이자는 따져보지 않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② 무작정 대부업·일수 대출
    보험설계사 이모(52)씨는 자녀 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신용등급 7등급이란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마침 은행을 나오는데 '신용 불량자만 아니면 모두 대출 가능!'이라 쓰인 대부업체 광고에 이끌려 전화를 걸었다. 캐피털과 대부업체 10곳에서 5000만원가량을 연평균 30%로 빌린 이듬해 그는 매달 125만원의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다. 이씨는 당장 급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 상품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햇살론 등 8~9% 금리로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서민 금융 상품도 찾아보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했을 때 어떻게 하면 신용등급을 높여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물어보질 않았다"고 말했다. 신불자의 27.3%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했을 경우 대부업체나 일수 대출을 이용했다'고 대답했다. 반면 은행원들이 대부업체와 일수 대출에 손을 벌린 경우는 3.6% 회사원은 5.2%에 불과했다. 대신 은행원과 회사원 10명 중 4명은 은행 대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 은행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신불자 중에서 노력을 기울여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28%에 불과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신불자들은 금융 전문가들을 만나봤자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그릇된 피해 의식이 있다"며 "본인 인증을 위한 복잡한 대출 서류들에 대해 귀찮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③ 돈 갚을 계획을 안 세운다
    신불자들의 40.6%는 돈만 구해 쓰는 데 급급하지 갚을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반면 회사원과 은행원은 각각 76.5%, 61.8%가 대출 만기 때 갚아야 할 돈을 별도로 관리했다. 대출받기 전에 미리 원금 상환 계획부터 세운다는 것이다. 한때 월 500만원을 벌던 레스토랑 대표 김모(40)씨. 그러나 카드빚으로 매달 600만원 이상 쓰면서 레스토랑 경영이 어려워졌다. 가계 문을 닫고 월 250만원을 버는 레스토랑 주방장이 됐지만 대출 습관은 여전했다. 8000만원짜리 외제 차와 자식 사교육에 쓰느라 현금 서비스, 카드론, 대부업체 대출 등으로 4000만원을 빌렸다. 그는"'신용카드 대출을 많이 쓰면 신용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내 대출 습관을 좌우했다"고 했다. 신불자가 되니 카드가 정지됐고, 빚더미에 앉은 그의 집엔 채권 추심업자들이 들이닥쳤다. 김씨는 결국 이혼하고 노숙자로 전락했다. "얼마를 벌면 얼마를 저축하고, 대출금을 상환하는 계획이 전혀 없었어요. 외제 차를 팔았어야 하는데…. 그건 제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팔지 못한 거예요. 돈이 무서운 줄 모르고 말입니다."
    Biz Chosun        이신영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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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원도 금융생활 낙제점… 절반이 "내 신용등급 몰라"
    일반 회사원과 차이 없어
    융 태도와 행동이 뒤떨어지는 것은 신용 불량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을 잘 아는 은행원들조차도 금융 지식과 행동,태도에서 낙제점 수준의 점수를 받은 항목이 적지 않았다. 우선 '자신의 신용 등급에 대해 알고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은행원 중 51.9%만'그렇다'고 대답했다. 신용 등급은 대출 금리와 조건을 판가름하는 기본적인 금융 상식이다. 그러나 은행원 10명 중 5명은 자신의 신용 등급을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반 회사원들이 자신의 신용 등급을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1%로 은행원보다 소폭 높았다. 은행원 가운데 46.3%는 은행 계좌에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이는 회사원(34.6%) 신용 불량자(32%)보다 높은 것이다. 대출금을 상환할 목적으로 돈을 별도로 저축하는 은행원은 61.8%에 불과했다. 이는 회사원(76.5%)보다 낮고, 신용 불량자(32%)보다는 2배 높았다. 시중 은행에서는'은행원은 자신의 연봉 이상의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만들어 신용 불량자로 전락한 은행원 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신용 등급을 모르는 등 기본적인 금융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은행원의 비율도 꽤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iz Chosun        이신영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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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는 것보다 더 쓰면 안된다" 정답 알면서도 실제는 딴판
    금감원 2400명 조사 금융 상식은 많이 알지만 사실상 5명 중 1명꼴 '文盲'
    융은 일반적으로 어렵고 복잡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알아야 하는 금융에 관한 기본 지식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 버는 것보다 더 쓰면 안 된다''고수익 투자에는 고위험이 뒤따른다''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해야 한다' '복리(複利)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같은 것들이다. 이런 기본적인 지식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8세 이상 국민 24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금융 이해도 조사에서 '대출은 갚을 수 있는 수준만 받도록 한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상대적으로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한 정답률은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실제 행동과 태도 항목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조사에서'물건을 사기 전에 그만큼 돈의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응답과 '대출을 받기 전에 대출금 상환 능력을 우선 점검한다'는 응답은 각각 76%,71%에 그쳤다. ' 각종 청구 대금을 정해진 기일 내에 지불한다'는 응답은 78%였다. 바꿔 말하면,국민 5명 중 1명 이상은 잔액이 얼마 있는지 모른 채 물건을 사들이고 갚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빚을 지고 신용카드 대금이나 아파트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돈 관리는 더욱 취약하다. '나는 평상시 재무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는 편이다'고 응답한 사람은 52%에 불과했고'금전적인 문제에 대해 장기 목표를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는 사람도 53%에 그쳤다.
    Biz Chosun        이신영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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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성 금융이해력, 亞太 16개국 중 15위
    회적 약자인 여성,노인,저소득층일수록 금융지식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결과를 보면,이들 집단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각각 66.4점(여성), 58.1점(노인), 61.9점(저소득층)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금융 이해력 점수인 66.5점에 못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남성과 비교해 0.2점 낮은 수준으로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러나 외국 여성들과 비교해보면 문제가 다르다.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문맹지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점수는 조사 대상인 16개국 중 15위다. 
    1위 대만은 물론 태국·방글라데시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65세 이상 노인의 금융이해력(58.1점)은 전 연령 집단 중에 가장 낮았다. 
    점수가 가장 높은 40대(71.3점)와는 13.2점 차이가 났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층의 금융이해력 점수가 61.9점으로, 중산층(69.2점)이나 고소득층(68.9)보다 현저히 낮았다.
    
    Biz Chosun        박승혁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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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신용불량자 됐나
    적금 유지하려 현금서비스, 20% 금리 쉽게 본 마이너스 대출, 믿고 건네준 인감도장… "별생각 없이…" 멀쩡한 人生 망친 치명적인 선택
    빚내 적금 부은 사회초년생 - 남은 월급으론 용돈도 빠듯 카드빚 허덕이다 私債까지 "적금 깼다면 문제 없었는데"
    친구와 피자집 차린 30代 - 수익 독차지하려는 욕심에 동업자 마이너스 대출 떠안아… 이자 감당 못하다 가게 넘겨
    중견업체 부장 출신 60代 - 친구가 받은 억대 사기대출 본인도 모르게 보증인으로… 이혼하고 노숙자 신세 전락
    에 대한 무지(無知)는 결정적인 순간에'최악의 선택'을 내리게 만든다. 본지가 심층 인터뷰한 신용불량자들은 하나같이"잘 몰라서""별생각 없이""속아서"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참혹했다.
    ㆍ부은 적금
    이정희(30·가명)씨는 적금을 신줏단지 모시듯 아껴두고 카드빚으로 생활하다 20대를 날려버렸다. 22세였던 2007년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 어머니는"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이씨 이름으로 매달 40만원짜리 적금 통장을 만들었다.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월급은 80만원가량이었다. 적금을 붓고 남는 40만원으로는 통신비와 교통비 대기에도 빠듯했다. 부족한 용돈은 신용카드로 마련했다. 월급으로 카드 이용 대금 갚기가 버거워지자 현금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에 접어든 것이다. 독촉장을 막는 생활을 1년쯤 이어가다 '목돈을 빌려 한 번에 빚을 갚겠다'고 생각하고 은행을 찾았을 땐 이미 신용 등급이 바닥으로 떨어진 뒤였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사기꾼들이 귀신같이 알고 접근했다. 카드깡 사기와 대부업체의 꼬임에 넘어가 빚은 더 불어났다.
    조선닷컴 그래픽=김성규 기자

    악몽 같았던 20대를 돌이키며 이씨는"무리하게 적금에 들었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 적금만 깼더라도 카드빚으로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요즘은 어린 남동생에게 틈날 때마다 가르쳐요.'버는 만큼만 써야 한다, 신용카드는 빚이다, 돈은 무섭다' 같은 것들요. 제가 어렸을 땐,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요."
    ㆍ친구로부터 떠안은 마이너스 대출
    임영규(33·가명)씨는 2010년 친구와 동업해 피자집을 차렸다. 임씨는 저축한 돈으로, 친구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아 각각 3000만원씩 창업비를 댔다. 장사는 그런대로 잘됐다. 어느 날 친구가 피자집에서 손을 뗄 테니 대출을 대신 떠안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수익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임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당시 20%대였던 마이너스 통장 대출 이자를 쉽게 본 게 결정적으로 화근이 됐다. "이자가 한 달에 20여만원씩 나가더라고요. 좀 밀리면 원금까지 불어나는 거예요. 여기다 임차료니 뭐니 내다 보니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게 됐고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졌어요." 결국 임씨는 2년 만에 장사를 포기했다. 임씨는 직장을 구해 월 130만원 정도를 벌지만 아직도 대출 이자를 갚고 있다. 그는"주위 어르신들이 고금리 대출은 위험하다고 말릴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며"20%란 숫자가 그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고 했다.
    ㆍ인감도장 한 번 빌려준 게 파탄
    양기원(60·가명)씨는 20년 전 친구에게 건넨 도장 하나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중견 제조업체 생산부장이었던 그는 친구가"생활 자금이 필요하다""농협에 아는 은행원이 있는데 직장이 확실한 네 이름으로 1000만원을 빌려 500만원씩 나눠 쓰자" 고 했다. 마침 카드 이용 대금이 밀려 있던 양씨는 의심없이 친구에게 인감도장을 건넸다. "그런데 얘가 1000만원을 빼서 잠수를 해버린 거야. 은행 가서 따져도 도장 찍혀 있으니 어쩔 수 없대."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3개월 뒤부터 은행에서 체불 통지서가 마구 날아왔다. 알고 보니 친구가 양씨의 인감을 들고 대리인을 자처해 마구잡이로 대출받은 것이었다. 7개 금융사에서 빌린 빚 1억7000만원이 고스란히 양씨 앞으로 돌아왔다. 은행에 가서 따졌지만, 모든 서류가 완벽해 구제받을 길도 없었다. 원통한 생각에 양씨는"내가 빌린 것도 아닌데 왜 내가 갚아야 하느냐"면서 깔아뭉갰다.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2년 만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갚아야 할 돈이 3억6000만원이 됐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양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서울에 올라와 노숙인 생활을 시작했다.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다. 양씨는 현재 건강보조식품 판매일을 하면서 서울 영등포공원 근처의 30만원짜리 월세에 혼자 살고 있다. 양씨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친구를 믿어버린 내가 잘못이지. 도장 한 개로 인생이 이렇게 망가질 줄 누가 알았겠어."
    ㆍ한탕을 노린 아파트 투자
    2008년 시부모 두 분이 모두 암에 걸리며 병원비로 7000만원 빚이 쌓이자,김혜영(39·가명)씨가 눈을 돌린 것은 아파트 투자였다. 2003년 4900만원에 샀던 파주의 아파트가 5년 만에 1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는 놀라운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설픈 경험이 독이 됐다. 살던 아파트를 팔고 빚을 청산한 뒤 은행에서 7500만원 대출을 받고 전세를 끼워 1억45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큰돈 벌려면 부동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도 못했던 양도소득세가 1800만원이 나왔어요. 돈이 없어 현금서비스 받아서 냈죠. 거기다 무슨 공사비다 뭐다 돈 들어갈 데가 많은 거예요. 직업군인 남편 명의로 군인 대출도 받고, 보험에서 약관 대출 받다 보니 빚이 1억원이 넘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위기와 미분양 사태가 터지며 아파트 가격이 폭락해 4년 만에 집값이 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대출이 많아 집을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도 않았다. 전세금을 내주느라 남편의 퇴직금까지 2000만원을 끌어써야 했다. 김씨는 "그때 집만 안 샀어도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무리한 투자가 결국 빚만 남겼다"고 고개를 저었다.
    Biz Chosun        최규민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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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無개념'… 직장인 信不者만 30만명
    이자 등 따져보지도 않고 대부업체 간편대출 '함정' 빠져 한국인 금융이해度, 베트남·미얀마보다 뒤진 亞太 13위
    선영(가명·35)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었다. 한 달 200여만원의 월급을 받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혼자 먹고 쓰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던 김씨에게 어느 날 급하게 300만원쯤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은행으로 갔다면 연리(年利) 10% 이하로 어려움 없이 돈을 빌렸겠지만 문득'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재직증명서니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서류도 준비해야 하고 이것저것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게 번거롭잖아. '김씨는 TV에서 봤던 여성전용대출 광고를 떠올렸다. 전화를 걸자 상담원은 밝은 목소리로"신분증 하나면 곧바로 입금이 가능하고 한 달에 10만원씩만 이자를 내면 된다"고 안내했다. 간단한 절차를 거쳐 상담원 말대로 통장에 마법처럼 30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김씨는 빠른 대출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지만 월 이자 10만원을 연리로 환산하면 은행이자의 4배에 달하는 40%에 이른다는 것, 그리고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돼 더 이상 은행 대출은 어렵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후로 김씨는 대부업체에서 두 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더 대출받았고, 점점 이자 갚기가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자가 연체되자 악몽이 시작됐다. 돈을 빌려줄 때는 천사 같던 대부업체 직원들은 악마로 돌변했다. 출퇴근길에 회사로 찾아오거나 수시로 전화를 걸어"갚지도 못할 돈을 빌려놓고 편하게 사회생활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윽박질렀다. 직장 동료들 보기 부끄러워 김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고 곧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멀쩡한 직장 여성이 대부업체에 처음 전화를 건 순간부터 신불자가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김씨는"그때는 대부업체가 은행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몰랐고, 이자가 얼마인지도 따져보지 않았다"며"돈 몇 백만원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국인의 전반적인 금융 지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금융이해도 조사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16개국 중 13위를 차지했다. 1~3위를 차지한 대만·뉴질랜드·홍콩은 물론 필리핀(8위) 미얀마(9위), 베트남(11위) 등에도 못 미친다. 세계에서 가장 근면·성실하고 교육열 높다고 자부하는 한국인들이 돈 문제에서만큼은 문맹(文盲)에 가까운 것이다. 금융 문맹의 폐해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씨처럼 멀쩡한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빚을 못 갚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를 조정받은 사람(신용불량자)은 최근 5년간 14만8000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의사,공무원,교사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일용직이면서 신불자가 된 숫자(21만명)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개인 회생 등 다른 제도를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최근 5년간 30만명 이상의 급여소득자가 신불자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년 3000명 가까이 돈 문제 때문에 자살하고, 전체 가구 5분의 1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赤字) 상태에서 돈을 빌려 생계를 유지한다. 본지는 신용불량자 50여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와 설문,광범위한 자료 조사 등을 통해 금융문맹의 실태와 문제점,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Biz Chosun        김영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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