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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위기의 정몽준, 재벌 총수인가? 정치인인가?

浮萍草 2014. 12. 30. 09:47
    지난 5월 5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도선사를 방문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명부전에 모셔져 있는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영정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뉴시스
    몽준 전의원이 기로에 서 있다. 재벌가 2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늘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를 만큼 화려한 정치인생을 살아왔던 그였다. 정 전의원에게는 정치인이라기 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재벌2세’로 더 각인돼 있다.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동생은 물론 조카들로부터도 ‘왕 회장’이라 불리며 절대 군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왕 회장이 ‘현대 왕국’을 키우며 동생들 사업도 번창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 정씨 가문은 뚜렷한 항렬을 지향했다. 왕 회장 형제들은 모두 영(永)자 돌림을 썼고 2세는 몽(夢)자,3세는 선(宣)자를 이름에 넣음으로써 가족간 일체감을 갖도록 했다. 정몽준 전의원은 2세 모임인 ‘몽’자 항렬에서 상원의 막내 겸 하원의 군기반장을 지냈다. 다시 말해 정 전의원 위 형들을 상원,그 밑 동생들은 하원으로 구분했다. 친형제 뿐 아니라 4촌 형제까지 망라한 분류다. 몽자 돌림의 모 그룹 회장은“어렸을 때 몽준이 형한테 매를 맞기도 했다”고 필자에게 털어놨다. 정 전의원이 공부도 잘해 사촌동생들도 꼼짝못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 전의원은 그룹 대권 경쟁에서 바로 위의 형인 정몽헌 회장(2003년 작고)에게 밀려났다. 80년대 후반 왕 회장이 집안 형제들 모두 불러 모은 상태에서 5남인 몽헌씨를 현대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에 지목한 것이다. 이후 정 전의원은 정치에 전념,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갔다.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에서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이 수락연설 중 막내아들
    SNS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1992년 왕회장이 국민당을 창당, 대선에 나섰을 때 정 전의원은 부친을 도와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대선에 패배한 뒤 국민당은 와해되고 한동안 본인도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오직 축구협회장이라는 타이틀로 대외 활동에 나섰다. 2002년 대선 때는 한일 월드컵 흥행 여파로 단숨에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한 때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선거선이 치열해질 무렵 정 전의원은 노무현 후보와 연합,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선거 전날 저녁 정 전의원이 노 후보 지지를 전격 철회하면서 대선 결과를 바꿔놓았다. 위기 의식을 느낀 노 후보 지지자와 젊은이들이 결속, 선거판이 뒤집힌 것이다. 이런 오락가락 행보에 정 전의원 지지자들이 많이 이탈했지만 축구협회장이라는 타이틀과 탄탄한 울산 지역 구민의 호응에 국회의원에 연속 당선 정치인으로서의 생활은 계속할 수 있었다. 정 전의원은 2008년 총선 때 울산 지역구를 반납하고 서울 동작 을에 출마,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를 물리쳐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서울에서 2선을 이룩한 그는 지난 지자체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으나 박원순 후보에게 고배를 들어 정치인으로서 첫 좌절을 맛봐야했다. 선거 중간에 터진 세월호 사태와 고 3 막내 아들인 예선군이 SNS에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킨 결과였다. 정 전의원이 “자식을 잘 못 키웠다”면서 울면서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지 얼마 안돼 정 전의원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준 뉴스가 터져나왔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실적 악화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제조업 중 최상위에 있는 대기업이다. 선박 건조 세계 1위를 달리는 등 불황을 모르는 초우량 기업이었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하반기까지 하면 2014년 적자가 무려 3조원에 달할 것 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20여년 동안 노사분규가 없던 회사에 파업까지 겹쳤다. 급기야 임원 30%를 줄이고 임금 동결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정 전의원의 현대중공업 복귀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중동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일 뿐 기업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였다. 또 장남인 정기선씨를 입사 2년만에 상무로 승진시켜 기업 승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30대 초반인 기선씨의 상무 승진을 놓고 재계에서도 여러가지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장치 산업인 현대중공업 특성상 임원을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 않냐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
    기선씨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보스턴 경영컨설팅 한국지점에 근무하는 등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있는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30% 넘는 임원을 감축하면서까지 긴축 경영을 하는 터에 그를 일약 상무로 발탁한 것은 기업 정서상도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고, 임원을 할 수 있는 경력을 쌓았다고 주장한다. 울산 공장에서 선박기획 업무를 맡아 현장 업무를 익혔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에서 일을 배워 이론으로도 탄탄한 기반을 쌓았다는 얘기다. 정 전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나눔 재단’에 대해서도 뒷말을 낳고 있다. 자신과 사촌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거대 재단을 만들었으나 나눔 등의 실현 금액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 이 재단에 자신의 딸을 팀장으로 앉혀 사실상 족벌체체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재벌 총수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동안 정 전의원은 족벌 경영과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여느 재벌 총수와 별반 다르지 않게 행동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해석은 그야말로 낭설일 뿐이고,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충실히 갈 것이라고 주변에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재벌 총수처럼 아직까진 자식들에게 재산을 전혀 물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논할 시점도 아니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부진과 정치 휴식기를 맞은 정 전의원이 다음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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