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He 스토리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風水'

浮萍草 2014. 12. 17. 11:45
    사옥 옮긴 후 惡材… 풍수·運에 맞선 3년 분투로 위기 돌파
    -惡材 겹치니 오기가 생겼다 딸 癌투병, 직원 횡령, 세무조사… 運 따위에 지지 않겠다고 결심 어떤 위기도 3년만 버티면 극복… 運은 노력하는 자가 받는 선물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이 지난 6일 상경 30년 만에
    마련한 서울 역삼동 신사옥 전시장에서 재킷을 들고
    웃고 있다.그는“숱한 곡절을 겪었지만‘3년만 버티자’는
    다짐으로노력해 위기를 넘겨왔다”며“운이란 결국 노력
    하는 사람에게 신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2009년 7월 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신(新)사옥을 마련했다. 1979년 부산서 상경(上京)해 이후 서울 광장시장 한편에 상가를 차리고 장사를 시작한 지 30년 만이었다. 지상 7층, 지하 3층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지하에 3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강당이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건물을 찾고 있었던 터라 마음에 쏙 들었다. 이사한 지 3개월쯤 지났을까. 이른 아침 출근길에 회사에 들어서려는데 건물 앞을 지나던 두 행인(行人)이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화살처럼 박혔다.
    ㆍ"새로 들어온 저 회사는 얼마나 버티려나?"
    머리칼이 쭈뼛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건물을 구입할 당시 입주해 있던 두 회사가 모두 망해 나갔다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 S사는 2008년 2월 부도가 났고 S사와 함께 입주해 있었던 IT업체 H사도 누적 적자와 횡령 등 온갖 악재가 누적된 끝에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이런 고민을 전해 들은 한 지인이"풍수를 보는 사람을 불러서 자문을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여러 기업이 자문해왔다는 풍수 전문가를 불러 사옥을 살펴보게 했다. 그는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손봐야 할 곳을 짚어줬다. '회장실과 직원 사무실을 연결하는 부분에 문턱을 설치하라''금고를 해가 들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하라'는 식의 조언이었다. 일단 그가 시키는 대로 곳곳에 조처했다. 하지만 입주하고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0년 초부터 잇단 악재(惡材)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겪은 어려움은 딸아이의 암 투병이었다. 초기에 발견한 터라 지금은 완치됐지만,당시 화학 요법 등 각종 치료로 힘들어하는 딸과, 그런 엄마를 천진하게 따라다니는 손녀를 돌보는 것은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고통이었다. 또 하나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협력업체 미수금을 조사하던 중 물류센터 직원이 물품 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 났다. 그는 내 사인까지 위조하며 서류를 조작해 80만장에 달하는 생산 물량을 빼돌렸다. 이렇게 대규모 내부 비리는 사업을 하면서 처음 겪은 일이었다. 세 번째는 세무조사였다. 어느 날 아침 회사에 출근했는데 40여명의 국세청 직원들이 서울 본사와 부산 지사로 들이닥쳤다. 당시 국세청이 중견기업 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했는데 부산에 새 매장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사들이려고 협력 업체로 대금을 내려보내 분납(分納)하게 한 것을 '자금 빼돌리기'로 보고 조사가 들어온 것이다. 결국 꽤 많은 금액을 추징당했다. 악재가 겹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터가 나쁜 건물로 사옥을 옮긴 건가?' '형지도 앞선 두 회사처럼 문을 닫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컸지만 한편으로 오기도 생겼다.
    '절대로 풍수나 운(運)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생각해봤다. 돌아보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굳건히 버텼고 결국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체득한 것은 어려움이 몰아치더라도 그 기간은 보통 3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올라와 동대문시장 한 평(3.3㎡)짜리 상가에서 어렵게 시작했지만 전국 각지의 시장을 떠돌며 영업해 3년 만에 목이 좋은 터로 자리를 옮겼었다. 하루 은행 평잔(平殘)이 1억원이 넘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잘나가다가 1993년 부도로 인해 사업이 고꾸라진 적도 있었지만 3년간 분투한 끝에 지금의 형지를 일구는 데 밑바탕이 된'크로커다일레이디'를 론칭했다. 내 경험으로 위기가 닥쳐도 3년을 잘 버티고 이겨내면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래서 나는 '남이 무슨 얘길 하건 신경 쓰지 말고 3년만 버텨보자'고 다짐했다. 지금까지도 숱한 곡절(曲折)을 겪었지만 운이나 풍수의 덕으로 위기를 넘겨온 것이 아니었다. 나의 기(氣)와 노력으로 살아온 인생이었다. 나는 더욱 발로 뛰기로 했다. 분당에 있던 집을 두고 회사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있는 대리점을 돌아다니며 점주(店主)들을 만나고 다녔다. 1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사내 경영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그사이 나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남성복 브랜드'예작'을 가진 '우성I&C',학생복 브랜드 '에리트 베이직',여성복 브랜드'캐리스노트'등을 인수했고 아웃도어 브랜드'노스케이프'를 론칭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해왔다. 그리고 2013년 마침내 오랫동안 꿈꿨던 연 매출 1조원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인들은 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두려워한다.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 게 옳은 일인지,경기는 나아질지, 어떤 인력을 얼마나 더 뽑아야 하는지 등 경영 전반에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확신할 수 없는 운과 풍수에 기대어 회사의 앞날을 결정한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만일 내가 풍수 전문가나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 휘말려 사옥을 떠났다면 지금의 패션그룹형지는 없었을 것이다. 운이란 결국 노력하는 사람에게 신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최병오 회장은 누구인가?]
    
    1953년생인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서울 동대문의 한 평(3.3㎡)짜리 상가에서 시작해 연 매출 1조원대 중견기업을 일군 패션업계의 입지전적인 
    기업인이다. 
    30대에 '크라운 바지'라는 브랜드로 큰돈을 벌었지만,부도를 맞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크로커다일레이디'로 중년 여성복 시장을 정복하고, 현재는 학생복·남성복·골프웨어·영패션 등 15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권투를 즐기는 운동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맡고 있던 각종 모임·단체의 회장직을 모두 내놓았지만 동대문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제화·패션·봉제업 등에 종사
    하는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한 도시형패션소공인발전협의회 회장직만은 유지하고 있다.

    Premium Chosun ☜       심현정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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