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이봐 해봤어?'

35 정주영과 구자경(下)

浮萍草 2014. 10. 22. 11:03
    LG 구씨 가문이 현대아산병원을 전용 장례식장으로 쓰게 된 사연
    대 그룹과 LG그룹 사이의 반도체 사업 빅딜은 이헌재씨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 중의 하나였다. 
    그는 양측이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는 과정에서 구본무 회장에게‘윗분’을 한번 만나는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나서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ADL컨설팅회사를 내세웠고 현대는 반도체 내부 시설까지 공개했지만 LG입장은 단호했다. 
    이헌재씨의 말에 의하면 1999년 1월 6일 구본무 회장은 이 문제를 가지고 드디어 DJ를 만나게 된다.
    “반도체는 선친이 물려주신 사업입니다. 기술력과 재무구조도 우수합니다.”
    구 회장의 읍소에도 DJ는 굳은 표정과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어렵지만 국가 경제를 위하여 내어 놓겠습니다. 이왕 포기하는 것, 지분 전체를 현대에 넘기겠습니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구 회장은 드디어 어려운 결정을 토로했다.
    “큰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습니다. 섭섭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DJ가 구 회장의 결단에 화답하며 위로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엄청난 고비가 남아있었다. 
    그것은 빅딜 인수가격이었다. 
    구본무 회장은 6조5000억원을 제시했고, 고 정몽헌 회장은 1조 2000억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너무나 큰 차이였다. 
    중재에 나섰던 전경련의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어려운 줄다리기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이헌재씨가 최종 제시한 2조5000억원으로 합의를 보기에 이른다. 
    양측이 제시한 가격 차액의 산술 평균에 접근하는 액수다. 
    4월 22일 신라호텔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이 빅딜의 결과는 몇 해 안 가서 두 그룹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헌재씨는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반도체는 인수대금을 치르느라 자금난에 빠졌고 곧 이어진 반도체 불황에 10조원의 부채를 지고 침몰한다. 
    LG는 데이콤(빅딜 조건 중 하나로 인수)을 다른 재벌 그룹들의 방해에 시달리며 우여곡절 끝에 인수했지만 되레 화가 됐다. 
    데이콤은 외화내빈, ‘빛 좋은 개살구’였다. 
    LG는 데이콤 정상화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붇기였다. 
    죽도록 고생만하고 건진 게 없었다.”
    이렇듯 IMF사태라는 초유의 경제 회오리 바람 속에 치러진 현대와 LG 사이의 반도체 빅딜은 두 그룹 모두에게 승자가 없는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오해던 아니던 혹은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두 그룹을 이끌었던 정주영 회장과 구자경 회장 사이의 아름다웠던 우정에도 상처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정부 측 권유로 이 일의 중재 역할을 시도했던 전경련과도 LG그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10년 넘게 소원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2009년 6월 10일 충북 오창산업단지에서 열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공사 시작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오른쪽부터 정우택
    충북도지사,구본무 LG그룹 회장,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김반석 LG화학 부회장,양웅철 현대기아차 사장.

    그러나 세상사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재벌그룹 간의 라이벌 관계나 그 대를 이은 총수간의 우정관계도 세월이 흐르며 변함을 보게 된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LG그룹의 구몬무 회장의 관계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선대에 있었던 우정과 상처의 앙금을 해소하는 차원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신사업 분야에서 끈끈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2007년 10월 고 노무현 대통령 평양 방문에 동참한 때에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회장간에 이루어진 미래 친환경자동차 사업협력을 위한 의기 투합이었다. 여기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국내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태동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LG화학은 곧바로 충북 오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었다. 드디어 2009년 7월 LG화학은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카에 첫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했다. 이어서 소나타, 기아 K5 등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 LG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서 축하해 주었다. 미국 내 외국 기업의 기공식에 미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편 현대자동차도 LG화학에 힘입어 토요타를 비롯한 세계 경쟁업체에 맞서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LG화학은 2012년 미국 파이크 리서치 조사에서 세계 최고의 2차 전지 업체로 선정되었다. 이에 앞서 2010년에는 현대 모비스와 LG화학이 합작으로 친환경 자동차용 리튬 배터리를 공동연구하고 생산 판매하는 회사를 세웠는데 회사 이름도 두 회사의 영문명 앞 글자를 따서 ‘HL그린파워’라고 정했다.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다. 과거 두 그룹간 빅딜 과정에 직접 나서서 뼈아픈 고뇌와 좌절감을 체험했던 구본무 회장에겐 특별히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세운 현대아산병원은 LG가의 전용 장례식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주영 회장과 구자경 회장간의 한 때 균열이 있었던 아름다운 우정이 복원된 또 하나의 상징이다.
    Premium Chosun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 ltjw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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