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배숙

浮萍草 2014. 9. 16. 10:44
    가을에 먹기 좋은 우리의 전통 후식
    배숙. 사진=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발간)
    양과 달리 한·중·일을 필두로 한 동양의 음료 문화는 ‘차(茶)’에 집중돼 발달했다. 특히 불교의 영향권에 있던 국가들은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며 즐기는 ‘음다풍속(飮茶風俗)’이 성행하며 다른 음료의 필요성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에서 조선 시대로 넘어오며 음다풍속이 누그러졌다.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음다풍속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차를 즐기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며 생겨난 것이 청량음료다. 궁중에서도 양반가에서도 식후에 즐기는 음료로 차가 아닌 ‘청량음료’를 택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정과, 식혜, 배숙 등이다. 배숙은 매우 귀한 음료였다. 민간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고 궁중에만 있던 음료다. 조리법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겨울 화채인 배숙은 모과숙과 같이 만들되 못 없고 발 잘고 큰 것(배)으로 껍질을 벗겨 통으로 만들거나 굵게 저며서 만든다. 궁중에서는 배를 벗겨 통후추를 드문드문하게 박아 삶아서 굵게 저미고 꿀물에 삶는다.’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中 - 배숙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배는 ‘문배’였다. 문배는 문향리라고도 하는데 열매에 석세포(세포막이 목질화되어 아주 두껍고 단단해진 세포)가 많아 그냥 먹기에는 시고 딱딱하다. 다만 향기가 매우 좋아 배숙으로 만들기에 매우 좋은 품종의 배다. 최근에는 연하고 물이 많은 품종의 배를 주로 재배하기 때문에 문배를 찾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배숙을 만들 때 배는 크게 잘라 사용한다. 자르지 않고 통째로 만든 배숙은 ‘향설고(香雪膏)’라 부른다. 궁중 잔치에 사용됐다는‘상설고(霜雪膏)’는 향설고와 비슷한 음식이다. 다만 배와 후추, 꿀물 외에도 용안육(龍眼肉), 귤병(橘餠), 사탕, 잣 등의 재료가 추가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서는‘배는 가슴이 답답한 것을 멎게 하고 풍열과 가슴에 뭉친 열을 없애준다’고 설명하고 있고 한방에서는 배숙이 ‘기침과 복통 및 담이 많고 숨이 찬 증상 등에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배숙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인 요즘에 먹기 좋은 음식이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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