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남성의학자의성(性)스러운이야기

21 혈정액

浮萍草 2014. 9. 16. 09:28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면 암 때문?
    
    32세 미혼 남성은"지난 2년 동안 사정시 정액에 피가 섞여 나와 항생제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해결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27세의 미혼 남성은 “음주 후에 자위행위를 하니까 정액에 피가 섞여 나와 매우 당황하였으며 이후부터 시간이 갈수록 발기력이 약해진다”고 한다.
    첫 아이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 결혼 1년차 여성은 “남편이 사정 후 두번이나 정액에 피가 묻어나와 임신이 될 경우 기형아 걱정도 되고 피 섞인 정액이 자신의 몸에 
    들어와도 되는지 걱정도 되어 성관계를 피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한다. 
    63세 남성은 “8개월전부터 발생한 혈정액으로 정밀검사도 받고 약물치료도 하였지만 치료되지 않아 본인은 물론 부인까지도 암이 숨어 있는 것 아닌지 걱정으로 
    잠도 편히 잘 수 없다”고 한다. 
    신체의 가장 은밀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위에서 나오는 정액에 피가 섞여 있으니 매우 당혹스럽고 걱정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정액증은 남성의 0.5~1%에서 나타나고 호발연령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이지만 어느 연령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혈정액증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기혼남성의 경우 본인도 모르고 지내다가 콘돔을 이용한 성교나 부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회음부,음낭,또는 복부의 통증,요통,배뇨통,사정통,빈뇨,불임증,오르가슴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혈정액증환자

    정액은 정낭액 75% 전립선액이 23% 고환 부고환 정관의 말단 팽대부에서 나오는 분비액 2%로 구성되므로 혈정액은 이들 장기 어느 한곳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발생할 수 있다. 때로는 부인이 붉게 스며 적셔진 화장지를 보고 자신의 생식기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자궁암에 걸린 것이 아닌지 크게 걱정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콘돔을 착용 하고 성관계를 가져보면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혈정액증은 검붉은 피가 정액에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오는 때도 있다. 검붉은 피는 정낭이나 전립선에 이미 출혈되어 있던 피가 사정 때 정액과 함께 배출되는 것이며, 선홍색 피는 사정 때 골반근육의 격렬한 수축에 의해 후부요도의 미세혈관이 터져 나오는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정액의 생산지에서 출혈된 것이 아니다. 혈정액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비뇨기과 교과서에는 정낭의 점막비후증으로 소개되었다. 지금과 같이 경직장 초음파검사와 MRI 촬영으로 전립선과 정낭의 구조를 정확히 관찰할 수 있고 내시경을 이용하여 사정관과 정낭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기 전까지는 아무도 혈정액증 환자에서 정낭의 점막비후를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막연히 그렇게 추측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상의학적, 내시경적 정밀검사가 가능한 오늘날 혈정액증 환자에서 정낭의 점막비후증을 본 적이 없기에 아무도 정낭의 점막비후를 혈정액의 주요 원인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혈정액의 원인으로 정낭이나 전립선,요도,고환/부고환의 염증,전립선과 정낭의 결석,낭종 또는 악성종양,사정관의 낭종이나 결석,전립선비대증,전립선괴사,후부 요도의 폴립이나 혈관이상(동정맥 기형,혈관류,혈관종) 등이 지적되지만 이들 질환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런 질병이 있더라도 혈정액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로나 과음 또는 과격한 성행위 후에 일과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같은 혈전예방제를 복용하거나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서 출혈 가능성이 높다. 한국남성에서 약물치료에도 효과가 없었던 혈정액증환자 37명의 원인분석 보고에 의하면 정낭과 뮬러관의 낭종,전립선염,결석의 순으로 많았다.
    혈정액증환자

    2007년 영국 스코틀랜드 아이어병원의‘아마드’와‘크리쉬나’박사팀은 40여년 동안 보고된 혈정액관련 논문 11편으로부터 집계한 931명의 혈정액환자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원인불명이거나 염증 또는 감염성질환에서 비롯되었으며 33명 (3.5%)이 암으로 진단되었고 33명 중 25명 (75%)은 전립선암이 원인이었다. 정액에 피가 섞이면 정자의 운동성이 감소할 수 있으나 그렇게 큰 장애를 주지는 않으며 상대방에게 병을 옮기거나 기형아를 출생시킬 위험성도 전혀 없다. 때로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성기에 큰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걱정하여 심인성 발기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혈정액증은 자연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는 내생식기에서 기원한 진정한 의미의 혈정액이 아니므로 일과성인 경우가 많다. 피로하면 이유 없이 코피가 흐를 수 있듯이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즉시 치료를 받을 것이 아니라 일과성으로 자연 소실될 수 있으므로 몇 차례의 사정을 통해서 경과를 보면서 피가 계속 나오면 치료를 받아도 늦지 않다. 혈정액의 치료는 원인이 다양하고 모를 수 있으므로 의사들마다 접근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환자의 연령이 40세 이하이면 비뇨생식기의 감염성 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정액의 세균 배양과 함께 항생제를 약 2주간 복용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정액의 결핵균 배양을 하여 양성이면 항결핵제를 4개월 단기 복용시킨다. 과거 결핵의 병력이 없거나 현재 결핵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결핵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핵균배양 음성이면 전립선/정낭초음파검사, 내시경검사 등을 시행하고 특이 소견이 없으면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전립선의 용적을 줄여주기 위해 처방하는 5-환원효소억제제를 6개월 복용하도록 한다. 환자의 연령이 40세 이상이면 비뇨생식기암의 유무를 확인하여야 하므로 정밀검사로 원인규명을 먼저 한다. 지혈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Premium Chosun ☜       김세철 명지병원장 saeckim@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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